치매와 동거

치매가 뭐니? 7

썬라이즈 2021. 8.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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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어린이 사랑

 

7, 걸신(乞神)

 

글/썬라이즈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먹고 영양분을 섭취해야 산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라 음식을 배불리 먹어야 산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도 먹는 것만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걸신들린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그런 사람들 중에 귀신에 씌었다는 사람도 봤고, 먹고 또 먹어대는 거구의 사람도 봤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옳고 그른지 인지도 못한 채, 마구 먹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치매에 걸린 분들이다.

나는 먹는 것이 좋다.

단맛이 나는 것이면 더 좋다.

아니다.

먹는 것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단 것이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날 어떤 여편네들이 집에 왔다.

한 며느리가 말로는 큰 며느리라고 말했지만 도통 기억이 없는 것을 어쩌랴, 건성으로 ‘그려 잘 왔다. 애들은 잘 크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여편네는 제 딴엔 자신을 알아본 줄 아는지 ‘예 잘 자라서 시집도 갔습니다. 그때 예식장에도 오셨다가 가셨잖아요.’라고 씨부렁거린다. 정말이지 뭔 말을 했는지 하나도 알아듣질 못했다. ‘그려, 그려...’ 대답은 했지만 눈은 여편네가 싸들고 온 보따리만 쳐다본다.

‘맛있는 거 갖고 왔냐?’

눈은 짐을 푸는 다른 여편네를 흘끔거리면서 말했다.

‘큰 며느리가 엄마 먹으라고 맛있는 흑마늘을 가져왔네. 엄만 좋겠다. 흑마늘이 몸에도 좋다는데...’

‘갖고 왔으면 먹게... 가져와봐,’

큰 며느리라는 여편네가 몇 개를 가져와 먹으라고 접시에 담아 놓는다. 몸에 좋대나 어쨌대나 끼니때마다 두 세알씩만 먹으란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흑마늘을 먹었다. 초콜릿 맛이 나는 게 정말이지 맛이 있었다. 아주 모처럼만에 그날은 맛난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누군가 집에 왔다 하면 잔치 집 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이것저것 여편네들이 먹여주고 난리다. 그 바람에 배가 호강을 하지만 큰 것 작은 것 실례를 해서 큰 며느리라는 여편네가 고생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것이다.

그날따라 나는 막내아들이라는 젊은이와 둘이 집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지 얼마나 지났는지 난 모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밥 먹은 지 30분도 되지 않았단다. 그 시간에 나는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사고란 것이 두 달을 먹어야 할 흑마늘을 한꺼번에 다 먹어치운 것이다. 막내아들이라는 젊은이가 잠깐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튼 기겁한 막내라는 젊은이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다.

다행인지 막내는 안심이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 쉰다.

“‘엄마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형들하고 누나들이 온다니까 좀 가만 좀 계세요. 하여튼 엄마는 밥 한 공기에 미역국도 한 그릇 다 드시고 그걸 다 드셨단 말이에요. 그러다 큰일 나면 어떻게 해요. 나만 형들한테 역정 듣지...”

“내가 안 먹었는데... 몰라...”

나는 건강식으로 두 달 동안 먹어야 할 흑마늘을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어치웠다.

남이 봤으면 분명 걸신들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까지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안 먹었는데...”

 

----계속

 

 모두 강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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