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네 분식집 2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 건물처럼 깔끔해졌다.
유언장을 공개하고 이틀 만에 대박이는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열심히 걷는 연습도 했고, 7일 만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걷게 되었다. 대박이는 걷자마자 홍 씨와 안 여사를 대동하여 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그리고 대박이는 돌아오는 길에 집수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장사를 하려면 식당도 손을 봐야 하니, 이참에 2층까지 내부 수리를 하자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대박이의 제의에 안 여사가 이사를 오기로 했고, 물론 희망이네 분식집도 맡아서 장사하기로 하였다.
1층 식당 간판도 새로 달았고 외벽도 하늘색 페인트칠을 했다. 물론 1층과 2층 내부 수리도 끝났다. 2층엔 방이 세 개에 주방과 거실, 그리고 화장실도 넓게 손을 봤다. 대박이는 병치레를 했던 큰방을 그대로 쓰기로 했고, 주방 옆방은 안 여사와 안 여사의 친정엄마가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안 여사의 딸인 윤 소라는 대박이가 썼었던 작은방을 쓰기로 했다.
‘3월이면 봄소식이 와야 하는데, 아직도 쌀쌀하네.’
대박이는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다녀온 후로는 밖의 출입을 삼가고 있는 대박이었다. 3년 만에 걷게 되었다면 막 뛰어다니고도 싶었을 텐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날마다 책상 앞에 앉아 세 권의 두툼한 노트만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노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날마다 쓰셨다는 일기장이었다.
“그런데 왜? 복수하지 말라고 하셨을까, 정의의 사자 운운하시며 날마다 부모님 원수는 꼭 갚아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더니 심적 변화가 생겼다는, 아니지 꿈속에 나타났던 괴인 할아버지와 어떤 밀약이라도 하셨나...”
대박이는 꿈속에서 겪었던 끔찍한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겪은 것처럼 끔찍했던 순간과 공포심에 떨었던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괴인 할아버지의 감언이설에도 ‘정의의 사자다’ 굳은 의지로 버텼던 대박이었다.
“음, 내 몸이 이상하긴 해, 그 얘기가 사실일까,”
대박이는 괴인인 적발노인이 한 말을 상기했다.
‘이놈아,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미 네놈과 나는 한 몸이니라! 알겠느냐!’
대박으로서는 괴인 할아버지가 한 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할아버지와 어떤 약속을 했다는 것도, 그리고 나와 한 몸이라는 소름 끼치는 말까지,
“제길 꿈은 꿈일 뿐이야, 꿈,”
대박이는 요 며칠 사이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번개문양이 화끈거릴 때는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아니 괴인 할아버지인 적발 노인의 말대로 몸에서 마성이 꿈틀댈 때는 이상하게 가슴이 화끈거려 마성을 잠재웠다.
‘이놈아, 네놈에게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그 능력들은 나 염마 왕이 네놈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우라질, 내가 공연한 짓을 한 것은 아닌지, 꼭 네놈의 할아비인 늙은이에게 당한 기분이란 말이다.’
괴인 할아버지는 엄포를 놓으면서도 뭔가 잘못된 것처럼 낙심의 말을 내뱉기도 했었다.
“어쩌면 할아버지께서...”
대박이는 괴인 할아버지의 낙심한 말이 맘에 걸렸다.
분명 할아버지는 손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조치했을 것이었다. 그 어떤 어려움도 감내하셨을 것이고,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괴인 할아버지가 한 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복수하지 말라니, 별안간 천사가 되셨어, 그래 일기장을 읽어봐야겠어, 분명 뭔가가 할아버지를 변하게 했어,”
대박이는 2018년도 2019년도 일기장은 서랍에 잘 보관하고 2017년에 작성한 일기장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분명 일기장에 자신이 찾아야 할 해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었다.
-----계속
아이들이 나라의 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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