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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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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안 여사네 가족이 이사를 왔다.

그리고 집들이는 1층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그동안 힘이 되어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홍 씨 아저씨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대박이는 모두에게 감사했다. 특히 홍 씨 아저씨와 간병한다고 고생하신 아줌마가 정말이지 고맙고 감사했다.

저녁이 되자 손님들이 식당으로 몰려왔다.

손님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었고, 식탁에는 미리 준비한 고기와 떡, , 음료수가 차려졌다.

손님들은 집들이하면 빠지지 않는 화장지와 세제 등을 들고 왔다. 시장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나 씨 아저씨는 통도 크게 주방세제를 박스 채 들고 오셨다. 함께 온 나씨 부인은 뭐가 못마땅한지 도끼눈으로 남편을 흘겨봤다. 아마도 세제를 박스 채 들고 와서 화가 난 모양이었다. 오늘 밤 나씨는 바가지를 긁히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 분명했다.

대박아, 네가 이렇듯 건강하게 깨어나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의논도 하고, 알겠지, 대박아,”

건어물 가게 양씨가 대박이 손을 잡았다.

그때 시장슈퍼마켓 나 씨가 나섰다.

할아버지 일은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건강한 네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할아버지의 기도에 하늘이 감동한 게야,”

맞아, 하늘이 감동한 결과지, 어르신은 새벽마다 산으로 기도하러 가셨잖아, 대단한 정성이셨지,”

자자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대박이가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겠답니다. 얘기는 음식을 먹으면서 들으세요.”

홍씨가 손님들을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 대박이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한 가지 약속은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어르신들이 신경 쓰실 일은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말씀대로 착하고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음식들 맛나게 많이들 드십시오. 이상입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손님들은 의외라는 듯 대박이를 쳐다봤다. 그들은 대박이가 식물인간처럼 누워있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랬던 대박이가 의연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음이었다. 그들은 커진 덩치만큼 당당한 대박이의 청년다운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우린 대박이 너를 믿는다.”

대박아, 네 아버지도 남자다웠다. 너도 알지,”

할아버지가 강직하셨으니 그 유전자가 어디 갔겠나, 삼대가 강직한 성품에 불의엔 참지를 못하는 것도 닮았으이,”

자자 그만 들 하세, 식당은 내일부터 장사를 시작할 것이네. 모두 들 식당이 잘되라고 건배나 합시다. 안 여사님도 나오세요. 우리 함께 건배합시다.”

홍 씨의 제지로 덕담이 끝나고, 장사가 잘되라는 뜻에서 건배하기로 했다. 주방에 있던 안 여사가 안줏거리를 들고 나왔다. 얼굴을 보니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대박아, 무리하지 말고 그만 올라가 쉬거라.”

맞아, 별안간 많이 움직이면 몸에 좋지 않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테니, 그만 가서 쉬거라.”

홍 씨가 한마디 하자 나 씨도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해요. 대박이 학생,”

그럼, 아저씨 아줌마들, 즐겁게 노시다 가세요.”

안 여사가 거들자 대박이가 꾸벅 인사를 했다.

건강해요. 학생.”

암튼 장하다. 또 보자.”

우린 걱정하지 말고 가봐라!”

“......”

대박이는 굽실굽실 인사하며 식당을 나섰다.

오빠, 벌써 끝난 거예요.”

대박이가 거실로 들어서자 편한 옷차림으로 티브이를 보고 있던 소라가 말을 걸었다.

나만 먼저 올라왔다. 그런데 소라도 내려가서 음식 좀 먹지,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나중에요. 근데 오빠 고마워,”

조금은 부끄러운 듯 소라가 말했다.

뭐가?”

오빠 방, 빌려줘서,”

그거야 같이 살게 됐으니까, 암튼 우리 잘 지내자.”

좋아, 그런데 오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도 되지,”

소라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대박이를 빤히 쳐다봤다.

언제든지 오케이, 그럼,”

대박이는 빤히 쳐다보는 소라의 눈빛에 괜히 기가 꺾인 느낌을 받았다. 남자들은 눈싸움에 밀리면 지는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대박이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소라의 눈빛에서 가식이 없는 천진난만한 아기의 눈빛을 봤기 때문이었다. 대박이는 그냥 씩 웃어 보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소라는 예뻤다.

대박이가 예쁘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이름은 윤 소라 18, 세화여고 2학년이다.

170cm, 몸무게 50kg 정도, 몸매는 32, 24, 33, 정도,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보다 났다.

조숙했으며 엄마를 닮은 것 같았다.

사실 소라는 3년 전,

예지몽 같은 이상한 꿈을 꾸었었다.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새 학기 첫날 밤이었다.

소라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이상한 곳에 서 있었다. 주위는 붉은 안개가 깔려있었는데 바닥을 살펴보니 날카롭게 날이 선 자갈밭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였다.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 바로 붉은 안갯속에서 한 청년과 괴인이 무술영화의 한 장면처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청년은 괴인의 손짓에 따라 자갈밭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청년은 다시 일어나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 달려들기를 수십 번, 이젠 죽었는지 끔찍한 몰골의 청년은 미동도 없었다.

소라는 너무 무서워 바들바들 떨었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왠지 낯설지 않은 청년을 응원했다. 오빠, 힘내세요. 오빠 힘내세요. 빌고 또 빌었다. 그때였다. 죽은 듯 미동도 없던 피투성이의 청년이 힘겹게 고개를 들더니 소라를 쳐다봤다.

소라는 움찔했지만 힘내라고 웃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래서 힘이 났을까, 청년이 벌떡 일어나 악마 같은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안개가 걷히고 꿈도 깼다.

소라는 자신을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지옥 같은 무시무시한 곳에서의 경험,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면서 오빠라고 불렀던 왠지 낯설지 않은 청년의 의지에 불타는 눈빛을 보았다. 그 의지에 불타는 눈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소라는 분명 그 오빠가 이겼다고 생각했고 믿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소라는 또 꿈을 꾸었다.

괴인인 악마와 맞서 싸웠던 오빠가 탑 같은 높은 곳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때 한 도인이 나타나 소라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야, 저 청년을 도울 사람은 동정녀인 너뿐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오빠 힘내세요.라고. 세 번만 외쳐라!’

소라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오빠 힘내세요.

오빠 힘내세요.

오빠 힘내세요.

그렇게 세 번을 크게 소리쳤다.

그 순간 청년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포효했다.

~ 아 아 아!!!

그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날 오후 소라는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대박이를 보게 되었다.

번쩍!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그렇게 운명처럼,

어떻게 이런 일이,

소라는 꿈속의 오빠를 떠올리곤 눈물부터 흘렸다.

사실 그때 엄마가 자리를 비운 탓에 우는 모습은 들키지 않았다. 그때부터 소라는 대박이를 오빠라 불렀고, 오빠를 남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라는 사명감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병원을 찾게 되었다. 물론 오빠! 힘내세요. 오빠! 힘내세요. 오빠! 힘내세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힘 있게 세 번을 말하고 돌아왔었다. 새삼 오빠가 달리 보이는 소라였다.

 

대박은 책상 앞에 앉아 일기장을 펼쳤다.

만약 할아버지가 꿈속의 괴인 할아버지와 정말로 밀약을 했다면,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밀약의 내용을 일기장에 꼼꼼히 기재했을 것으로 대박은 생각했다. 사실 할아버지는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것들은 습관처럼 메모하셨기 때문에 대박이가 일기장에 의혹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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