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8

썬라이즈 2021. 9. 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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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여사는 날마다 악몽을 꾸는 대박이가 안쓰러웠다. 오늘도 악몽을 꾸는지 대박이의 이마엔 식은땀이 흥건했다. 꿈을 꿀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대박이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지켜보는 것만도 안 여사에겐 고충이었다. 아니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대신당하고 싶다는 측은지심까지 들었다.

아줌마, 그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안 여사에게 웃어 보인 대박이가 홍 씨를 쳐다봤다.

그래 대박아,”

저 아저씨, 할아버지는 아직도...”

대박아, 그렇지 않아도 할아버지 얘길 하려던 참이다. 그러니 내 얘기를 듣고 놀라지 마라.”

홍 씨가 대박이의 말을 잘랐다.

그럼 할아버지와 연락이, 네 알았습니다.”

대박이는 홍 씨의 진지한 눈빛에 힘없이 대답했다.

대박아, 할아버지의 유언장을 개봉할 거다. 어떤 내용이 쓰여 있던 놀라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

홍 씨는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유언장이라니요. 할아버지가 왜, 유언장을...”

대박이 학생,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안 여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에! 할아버지가요. 으 흐흐흐 흑, 할아버지,”

대박이는 안 여사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정신이 멍했다. 정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어쩌면 할아버지도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박아, 이것이 유언장이다.”

홍 씨가 봉투에 든 유언장을 꺼내 들었다.

안 여사도 긴장이 되었는지 대박이의 손을 꼭 잡고는 침을 꼴까닥 삼켰다. 대박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 담담한 표정으로 홍 씨를 바라봤다.

아저씨, 읽어 주세요.”

그럼 읽겠다. ,”

 

대박아,

이제 너는 고아가 되었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한 말은 잊고 네 의지대로 살아라!

그리고 대박아, 부탁이 있다.

그동안 너를 간병한 아주머니가 계신다.

아주머니는 3년 동안 널 자식처럼 돌봤다.

그 은혜를 잊지 마라.

그리고 대박아,

너도 외롭고 쓸쓸할 테니, 아주머니께 말씀드려서 집에 들어와 함께 살자고 말씀을 드려봐라. 그리고 홍 씨 아저씨도 맘고생이 많았다. 홍 씨 아저씨는 나보다도 네가 잘 알 테니, 아버지처럼 의지 하거라,

그리고 대박아,

이젠 원수니 복수니 하는 따위는 잊어라!

부디 정의롭고 당당하게 살아라.

할아버지가 쓰다.

추신,

홍 창선, 네놈에게는 별말 않겠다.

대박이를 부탁한다..

안 여사님께

안 여사님 그동안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은혜는 저승에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여사님, 어렵더라도 대박이에게 말한 대로 이 집에 들어와 가게를 운영하세요.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고 싶고, 여사님께 우리 대박이를 부탁하는 겁니다. 대박이도 좋아할 겁니다. 대박이를 자식처럼 돌봐주세요.

박 웅걸 드림

제길 어르신은, 대박아 미안하다. 할아버지를 지켜 드렸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할아버지께서는 열차에 치여 돌아가셨단다. 장례도 치렀고 시립공원묘원에 모셨다. 네가 몸을 추스르는 대로 할아버지께 가자. 그러니 얼른 일어나라.”

홍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정말 할아버지가, 결국은 돌아가셨군요. 할아버지는 말씀도 없이~ 돌아가시면 저더러 어떻게 하라고 요. 할아버지,”

이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던 대박이었다. 슬프고 슬펐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박이 학생, 할아버지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그러니 힘내라, 흑흑 우리 대박이 학생, 불쌍해서 어쩌누 으흑흑,”,”

아줌마 울 울지 마세요.”

대박이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아줌마의 손을 다른 손으로 꽉 잡았다. 무의식 중에 일어난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

학생, 대박이 학생, 아으 흑흑

대박이의 돌발행동에 놀란 안 여사가 더욱 흐느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대박아, 할아버지 말씀대로 아주머니를 집에 들어와 사시도록 하면 어떻겠냐? 음식 솜씨도 좋으시니까 가게를 하시면 장사가 잘될 거다. 아 참, 아주머니는 여고생인 딸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사신다. 그것도 남에 집 옥탑방에서, 그러니 대박아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을 것 같구나

네에 그래야지요. 말이 삼 년이지, 삼 년 동안 저를 자식처럼 돌봐주셨다면서요. 이젠 정신도 차렸고, 할아버지 말씀처럼 은혜도 갚아야지요. 저는 대찬성입니다.”

대박이가 웃어 보였다.

대박이 학생, 은혜라니, 할아버지께선 간병 비도 충분하게 주셨고, 우리 딸에게 용돈도 주시고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아줌마, 그동안 저를 돌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건강한 몸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이 방만 쓰면 되니까, 다른 방들을 쓰시면 됩니다. 가족처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이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대박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박아, 잘 생각했다. 내가 다 고맙다.”

대박이 학생, 정말 고마워, ...”

안 여사는 대박이와 홍 씨가 정말로 고맙고, 감사했다.

사실 안 여사는 세상살이가 무서웠었다.

남편이란 작자는 알코올 중독에 골초로 폐암 환자였고, 가정폭력을 밥 먹듯 행사했던 자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정 살림은 안 여사가 책임졌다. 친정엄마도 식당일을 해가며 살림에 보탰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안 여사는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다.

남편이 죽은 지 5, 아직도 생활 형편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생활은 즐겁고 행복했다. 이젠 마음 놓고 꿈도 꿀 수가 있게 되었고 희망도 생겼다. 그냥 마냥 행복했다.

세상에 꿈이 없다면, 희망이 없다면 사는 재미가 있을까, 너무도 삭막하여 삶이란 자체가 지옥일 것이다. 특히 안 여사 가족에게는 가장인 남편이자 아버지란 작자가 바로 지옥이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꿈과 희망은 대박이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힘일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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