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뜯어봤다.
언뜻 봐서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얼굴에 나타나는 밝은 기운이었다.
그동안 불안과 근심으로 찌들었던 얼굴이 확 핀 것이다.
“아직은 마음을 닦은 내공이 부족하지만 선한 일을 많이 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마성도 제어할 수 있을 거야, 도인 할아버지 말씀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본인에게 달렸다고 하셨으니, 게으름 피지 말고 마음을 닦자. 그렇게 마음을 닦다 보면 마성이 극성을 부려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야,”
흡족하게 웃어 보인 대박이가 옷을 벗어서 세탁물 함에 넣고는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쏴아, 쏴아, 쏴-
세상에 물만 틀어서 씻는데도 땟물이 줄줄 흘렀다.
7일 동안 씻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깔개로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자며 생활했으니 설명할 필요도 없다.
땟물이 씻기고 나자 유난히 반짝이는 문양이 있었다.
그것은 가슴의 번개 문양이 화끈거리며 빛을 발한 것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어어! 전기가 통하나...”
대박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가슴의 번개문양을 만지던 검지 끝에서 번개가 치듯 스파크가 일어났다. 아니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번개 문양과 치지직 치직 연결되었다가 사라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헌데 뜨겁지도 않고 몸에 이상도 없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인가,”
대박은 번개 문양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대략 30분은 샤워를 했을 것이다.
대박은 샤워를 끝내고 목욕가운을 입은 채 아무 일 없었던 듯 욕실에서 나왔다. 인물이 훤한 것이 7일 동안 굶었다면 믿지 않을 정도로 말끔했다. 무엇보다도 항시 우울한 듯 불안한 기색이 드러나 보였는데 지금은 표정부터가 밝았다.
“대박아 이놈아, 아저씨는 네가 잘 못 되었을까 봐 날마다 바늘방석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 어딜 갔다가 온 것이냐, 네가 처지가 어떤지 대충은 알 것이 아니냐?”
대박이가 나가자마자 홍 씨가 나무랐다.
“아저씨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들 모이세요. 소라도 와서 앉아라!”
“아줌마도 와서 앉으세요.”
“알았다. 아침이니 우유나 한잔 씩 하자.”
안 여사는 사람들 앞에 우유 한 잔씩 내려놨다.
대박은 아줌마가 소파에 앉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소라야, 오늘 제가 중대한 발표를 할 겁니다. 여러분들은 가능하면 제 말에 따라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박이의 뜬금없는 말에 의혹의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럼에도 담담한 표정의 대박이는 한 모금 우유로 입을 축이곤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선 아저씨는 부모님 사고와 제 사고에 대해 아시는 대로 설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저는 부모님 원수를 갚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하려면 제가 자유로운 몸이 되어야 합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저를 믿어 주십시오. 부모님처럼 힘없이 당하지도 않겠지만 좋은 일도 하고 싶습니다. 아줌마, 할머니, 소라는 평상시처럼 생활하시면 됩니다. 아저씨도요. 특별히 의논을 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박은 말을 마쳤는지 우유를 후룩 마셨다.
네 사람은 대박이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요, 제 얘기 다 끝났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특별한 일이 있으면 꼭 의논하고, 암튼 편지만 써놓고 나가지만 않으면 된다. 알겠냐! 대박아!”
홍씨는 뜬금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엄엄하게 말했고, 대박이가 대답하려는 순간에 소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참 오빠는 무슨 중대 발표가 그래, 부모님을 죽인 뺑소니 범인은 나도 잡고 싶어, 그리고 뭘 하든 오빠를 믿으니까, 맘대로 하면 됩니다. 안 그래 엄마!”
“그럼, 그렇고말고, 그런데 대박아,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홍씨 아저씨 말대로 어딜 가려거든 꼭 의논을 해라. 무슨 일이든 다 도와줄게, 알았지 대박아!”
안 여사도 대박이의 말뜻을 이해 못 한 모양이었다.
대박은 자신이 한 말이 그동안 지냈던 생활과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들의 표정을 보고서야 알았다. 이는 대박이가 잘해보려고 서두른 탓도 있었음이었다.
‘이게 아닌데, 약자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갖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려던 참인데, 그러고 보면 참 어설퍼, 부모님의 원수도 갚아야지, 약자들을 괴롭히는 자들도 응징해야지, 이게 앞으로 내가 할 일이야, 암튼 어떤 방식이 되었든 연희 엄마처럼 당하는 사람이 없게 할 거야, 상사라고 약자인 부하직원을 겁탈하거나 괴롭히는 자들도 응징할 거야,’
대박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상기하며 약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설명이 어설펐음을 인정하고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네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줌마, 저 밥 좀 주세요. 배고파요.”
호호호, 하하하, 허허허,
대박이의 진지하던 모습이 뜬금없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말인가 잔뜩 긴장했다가 어이없는 배고픔 타령에 웃음이 터졌다.
박 대박,
7일간의 외유 중, 도인 할아버지를 만나 새로운 삶에 대한 깨달음은 물론 꿈과 희망이란 양식을 얻었다. 대박은 그 꿈과 희망이란 양식을 온전히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자신이 얻은 양식이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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