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 엄마의 일을 해결한 대박이는 현장을 벗어나긴 했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일단 아지트로 가기로 하고 금정산으로 길을 잡았다. 그때 문득 스님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선과 악에 대한 대화를 누군가와 진지하게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선만 행하며 살 순 없는 건지, 이럴 땐 정말이지 진지하게 대화할 말동무가 필요한 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자정쯤 고당봉에 올라와 있었다. 정말 말동무라도 있다면 속내라도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가 저승을 오간다고 하면 믿겠는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대박이는 생각했다. 유난히 동쪽하늘에 별들이 많았다. 대박은 천천히 걸어서 바위가 있는 동쪽 능선으로 걸어갔다.
“말동무가 필요하신가?”
언제 나타났는지 삿갓 노인이 대박에게 말을 걸었다.
언뜻 보기에도 보통노인이 아니라는 걸 대박은 대번에 알아봤다. 특히 가슴까지 늘어트린 백염이 예사 노인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할아버진 고승이십니까?”
스님생각을 해서 일까, 고승이란 말이 툭 튀어나왔다.. 무협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고승과 흡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물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허허, 고승은 아니지만 도인 소리는 듣는 사람일세,”
“할아버지,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박 대박이라 불리는 머리가 복잡한 젊은이입니다. 도인 할아버지께서 제 속내를 읽으셨으니, 말동무는 아니더라도 궁금한 질문에 대해 답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대박은 정중히 배꼽 인사를 드렸다.
“좋네, 젊은이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들어나 보세,”
도인(道人)은 묵직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바위 위에 마주앉았다.
대박은 자리에 앉자마자 도인(道人)에게 사람의 마음엔 선과 악이 함께 있는지 물었고, 도인은 선과 악은 원래는 없었지만 마음이 생기니 자연히 선과 악도 생겼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대박은 도인에게 사람은 선만 행할 수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악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도인이 말씀하길, 선과 악은 맑은 물처럼 하나지만 먹물이 떨어지면 흐려지듯이 선과 악도 그러하다고 말씀하셨다.
“젊은이, 깨끗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선을 지향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지키기 어렵고, 물든 마음인 악을 깨끗이 정화하기도 쉽지가 않다네. 무던히 마음을 갈고닦는 길만이 물든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킬 수가 있다네.”
도인께서 덧붙인 말씀이셨다.
대박은 마성(魔性)에 대한 것도 물었다.
도인이 왈(曰) 마성(魔性)은 원래의 깨끗한 마음조차도 탁한 마음으로 만들려는 악의 기운이다. 그 악의 기운인 마성이 바로 탁한 물과 같다. 탁한 물도 맑은 물에 희석이 되거나 찌꺼기를 걸러내면 맑아지듯이 마음을 닦으면 서서히 마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대박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때 도인이 가라사대 세상의 빛이 되는 삶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삶이며 약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삶이 최고의 삶이라고 말씀하셨다.
대박은 꿈속의 염마 왕에 대한 얘기와 할아버지의 사건에 대해서도 여쭈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은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 꾹 참았다.
“젊은이 이젠 내가 몇 가지 물어보겠네. 젊은이는 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도인의 진중한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도인 할아버지,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니, 현재의 세상도 바뀌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서 사람만 선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대박이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허허, 명답이로다. 그렇다면 젊은이는 누구인가?”
“할아버지, 저에 대해 아시면 놀라실 텐데요.”
“놀라는 것도 내 몫이니 말해 보거라!”
“......”
대박은 상대를 알기 위해선 자신부터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여 대박은 부모님의 죽음에서부터 자신도 뺑소니 사고로3년 동안 식물인간처럼 살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과 현재의 삶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했다. 하지만 저승을 오가는 꿈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십니까? 말씀을 해 주십시오.”
얘기를 마친 대박이가 정중히 머리를 숙여 보였다.
“젊은이의 얘길 들었으니 나에 대한 얘기도 해야겠지, 젊은이 현시대에서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바로 대박이 자네가 처음일 것이네. 얘길 듣고 스스로 헤아리길 바라네.”
도인은 의미심장하게 서두를 꺼냈다.
“네, 말씀하십시오.‘
대박이도 진중하게 대답했다.
“하면, 말을 놓아도 되겠나?”
“예 할아버지, 손자처럼 대해 주십시오.”
“시원시원해서 좋다. 그렇다면 대박아, 내 이름이자 법명은 명덕, 나이는 올해로 백십 구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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