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희망이네 분식집엔 홍 씨가 와 있었다.
시각은 저녁 7시 10분경이었다.
홍씨는 걱정이 돼서 일찍 왔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안 여사는 대국 로펌 대표 마 동창의 명함을 내놓았다. 그리고 마 동창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니까, 건물을 팔게만 해주면 몫 좋은 곳에 그것도 하고 싶은 가게를 차려주겠다고 말했단 말이지요. 아니면 현금으로 3억을 주겠다고, 그 새끼 미친놈 아닙니까, 아무튼 대박이는 이 사실을 압니까?”
홍씨는 열을 받았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가 되었다.
“대박이는 새벽에 산엘 갔는데 아직 안 온 것 같아요. 왔으면 가게부터 들리는데, 소라한테 전화해 볼게요.”
안 여사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곧바로 소라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
“소라야 오빠 아직 안 왔지,”
“참 엄마는, 오빠가 편지를 써 놨던데...”
“뭐 편지, 빨리 갖고 내려와 아니다 내가 올라갈게, 엄마, 나와서 가게 좀 보세요. 우린 올라가 보죠,”
“편지를 써놨단 말이지요.”
홍씨는 앞서가는 안 여사를 따라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2층에 올라가자 소라가 편지를 가지고 나왔다.
“엄마 이거야...”
“정말이네, 제가 읽겠습니다.”
편지를 받아 든 안 여사가 편지를 펼쳤다.
아줌마에게
아줌마 한 열흘쯤 집을 비웁니다.
아시겠지만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이 편안해 지고,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때 돌아오겠습니다. 아마도 그때가 열흘 후가 되겠지요.
아줌마,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할머님께도 걱정 마시라고 전하시고, 소라에게는 공부 잘하고 있으면 오빠가 돌아가서 큰 선물을 줄 거라고 말하세요.
모쪼록 건강하시고,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그럼 뵐 때까지 모두 평안하세요.
박 대박 올림
“휴 다행이다.”
“... 그러게요.”
편지를 다 읽은 안 여사와 홍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년 동안 건물 매매 건으로는 단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별안간 그것도 로펌의 대표라는 자가 직접 찾아왔다는 것에 의혹이 갔던 것이다. 만에 하나 10년 전 뺑소니 사건과 대박이 뺑소니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라면 오늘이라도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도 있음이었다.
“대박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마동창이란 자, 수상쩍긴 합니다.‘
“허긴요, 현금 삼억, 탐나지요. 다시 온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여사는 걱정인 모양이다.
“너무 걱정 마시고 일단 지켜봅시다.”
“그런데 홍 씨,, 교통사고에 대해 특별히 제가 알아야 할 것은 없나요. 저도 뭔가를 알아야 대처를...”
“하지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한날 친구인 대박이 아버지가 술 한 잔 하자고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은 바로는 식당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 판다고 하니까 시세의 배를 줄 테니 무조건 팔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처음부터 비싸게 사겠다고 했겠습니까, 안 판다고 하니까, 가격을 높게 평가를 해 준거겠지요. 암튼 집을 팔라고 귀찮을 정도로 찾아왔었답니다. 그뿐이면 괜찮게요. 그들이 시켰는지 깡패들이 찾아와 막무가내 행패를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 깡패들이 행패를 부릴 땐 저도 가게에 있었으니까 다 봤지요.”
“세상에 집을 안 판다고 행패를 부려요. 그래서요.”
“......”
홍 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얘기를 다 털어놨다.
대박이 할아버지는 ‘대대로 자식들 번창하며 살 집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은 팔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고, 대박이 아버지는 할아버지 말씀에 따라 건물을 팔지 않았다. 아니 할아버지 말씀이 없었더라도 집은 팔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어쨌거나 집을 팔지 않고 버티던 대박이 부모님은 의문의 뺑소니 교통사고로 비명횡사를 당했다. 그 후 놈들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협박하고 공갈도 쳤지만 할아버지도 그들의 뜻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번엔 대박이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고, 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어야만 했다. 여기까지가 홍 씨 얘기의 전말이었다.
“어쩜 그럴 수가 있지요. 아직까지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서요. 경찰에서는 뭐한데요. 저런 흉악한 자들을 잡지 않고...”
안 여사는 말하면서도 치를 떨었다.
“세상에, 어떻게 해요. 우리 오빠, 오빠,”
소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박이를 걱정했다.
“참 한심한 경찰들이지요. 그러니 할아버지가 범인들을 직접 잡겠다고 노심초사하셨지요. 안 여사님도 아실 겁니다.”
“잘 알지요. 대박이 살리겠다고 새벽기도 다니신 것도, 참 대박이는 갈 곳도 없을 텐데 어디서 지낸다는 건지 걱정이 되네요. 돈도 없을 텐데요.”
“엄만 오빠 용돈도 안 줬어요. 난 몰라, 엄마는 참...”
소라는 돈도 없다는 말에 언성을 높였다.
“허허, 별 문제없을 거다. 대박이가 워낙에 똑똑하니, 다 생각이 있어서 집을 비운 걸 거다. 우리 걱정 맙시다.”
“그럼요, 이런 나 좀 봐, 얘기한다고 차 한자 대접을 못했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 맛있게 타 드릴게요.”
“그럼 아저씨 엄마, 전 들어갈게요. 말씀들 나누세요.”
“소라야, 대박이 걱정은 말거라!”
홍 씨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아저씨!”
“......”
안 여사와 홍씨가 차를 마시며 앞일을 의논하고 있을 그 시각이었다. 대박이는 온천장 번화가를 거쳐 전철역에 와 있었다. 대합실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대박이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진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좌우 전봇대나 가게 문에 붙어있는 광고를 일일이 읽어봤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가 심심찮게 붙어있었지만 대박이에게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었다.
사실 대박이가 구할 아르바이트 자리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일할 곳이면 되었다. 시간당 최저임금 6,000원 정도로 기억하니까 두 시간으로 계산하면 12,000원, 하루 식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었다. 시회 물정을 모르는 대박이의 순진하고 착한 생각일 뿐이었다. 대박이는 희망이네 분식집처럼 3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착한 식당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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