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3

썬라이즈 2021. 9. 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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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입니다.

이젠 어디로 가지,’

소년이 참담함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럴 수가, 별안간 용암이 들끓던 불지옥은 사라지고 몇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가 나타났다. 벽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푸른 색깔의 벽이었다.

크릉, 크르릉, 크르르 릉, 크릉,

등 뒤에서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이 이빨을 가는 소리였다.

!

뒤를 돌아본 소년의 입에서 헛바람이 잃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소년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몸집은 황소 같고 생기기는 하이에나처럼 생긴 괴물이었다. 괴물은 날카로운 이빨을 으드득거리며 쫓아왔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던지 소년은 무작정 통로로 뛰어들었다. 통로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런 것은 살필 겨를도 없었다.

으 아얏, 아으...’

한발 두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엄청난 고통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졌다. 맨발로 가시넝쿨을 밟은 탓이었다. 바닥은 온통 식인식물처럼 살아있는 가시넝쿨로 뒤덮여있었고 가시넝쿨은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뱀들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난 살아야 해, 복수, 아니 꿈이 있으니까

소년은 쫓아오는 괴물을 따돌리기 위해 이빨을 깨물었다.

그리고

가시넝쿨을 밟는 고통을 감내하며 앞으로만 달려갔다.

콕콕, 쿡쿡,

발을 내디딜 때마다 느끼는 고통,

너무도 끔찍한 고통이라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소년은 비몽사몽의 상태로 달렸다.

젖 먹던 마지막 힘까지 짜내며 달렸다.

괴물은 계속 쫓아왔고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크르릉, 크릉, 크엉,

괴물의 울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금방이라도 뒷목이 물릴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

할아버지!

소년의 입에서 절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악몽을 꾸는지 발버둥을 쳐대는 소년을 40대 후반의 중년 남자가 놀란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박이가 왜 이러지, 깨어나려나, 근데 어르신은 어딜 가셨지, 대박이가 깨어날 것 같은데,”

중년 남자가 손을 비벼대며 중얼댔다.

그때,

---’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뜬 소년이 방 안을 둘러봤다.

창백하기만 했던 소년의 얼굴,

생기가 돌았고 이마엔 몽글몽글 땀방울까지 맺혔다.

~ 대 대박아! 정신이 드냐?”

중년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아저씨, 우리 할아버지~ 는 요.”

어쩌다 눈만 끔벅였던 소년이 말을 한 것이다.

중년인이 소년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 , 말했니? 야 대박이 너, 삼 년 만에 말한 거야,”

으 무슨 말씀인지,”

힘들면 말하지, 제길, 천천히 말해라.”

중년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실 중년인은 마른 장작처럼 앙상한 소년의 손을 잡는 순간 뭉클거리는 슬픔을 느꼈다. 사나이는 그동안 소년이 겪었을 죽음과의 사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했다. 그리고 손자를 살리기 위해 어르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랬기에 기쁨의 눈물이 절로 흘렀음이었다.

아 아저씨, 할 아 버 지는...?”...?”

소년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힘든데 그만 말해라, 어젯밤에 어디 좀 다녀오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너를 부탁한다고 하셨나 보다.”

사나이가 의혹의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아저씨,”

“... 뭐. 전에도 며칠씩 집을 비우시는 일이 있으셨거든,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암튼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라도 해야겠다.”

그런데 아 아저씨, 제가 삼 년 만에 깨어났다니, 그게 무슨, 무슨 말씀인지, 말씀해 주세요.”

대박아, 얘긴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직접 들어라, 우선 할아버지에게 전화부터 하자, 대박이 네가 깨어난 걸 할아버지가 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냐.”

사나이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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