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참, 제자야, 그런 것이 있느니, 제자는 의심치 말고 사부가 키워주는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라. 아아 니, 그게, 네 맘대로 마성을 일으켜도 된다. 알겠느냐?”
적발 노인은 숙지만 시키고 사용할 땐 허락을 받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라는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결국, 적발 노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마성을 운운하며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사실 염마 왕은 대박이가 예사롭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서 손자를 살리겠다는 할아버지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대박이를 수족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때 대박이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 오늘의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만큼 염마 왕에겐 대박이가 탐났음이었다.
“사부님,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하오니 사부님, 제자에겐 한시가 급함을 헤아려 주십시오.”
대박은 중학교 때 무협 소설을 즐겨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대박이의 입에서 무협 소설의 말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제자야, 성급함은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명심하고,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더라도 견뎌내라, 그럼 큰 대법을 펼칠 것이다. 우우 이야야얍!”!”
적발 노인은 악마 대법을 큰 대법이라 속이고 악마 대법을 펼쳤다. 대박이는 사전에 적발 노인의 능력과 힘을 넘겨받은 상태라 마성의 힘과 능력이 이미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대박은 번개의 신인 뇌신(雷神)의 힘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지옥을 관장하시는 염라대왕이시여! 여기 지옥을 떠받칠 수족을 키우나이다. 굽어살피시고, 만능의 힘을 주소서!’
적발 노인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더니 만세를 부르듯이 팔을 높이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만능의 힘을 주소서! 만능의 힘을 주소서! 이 야야야 얍!’
별안간 공중으로 솟구친 적발 노인이 양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적발 노인의 손짓에 따라 대박이가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주위는 온통 붉은 안개로 뒤덮였다. 붉은 안갯속, 다른 형상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적발 노인과 대박이만 또렷이 보였다.
‘이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붕 뜬 기분이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어어 기분 더럽고, 공연한 살심까지...’
그동안 억눌려있던 마성이 악마 대법에 반응을 보인 것일까, 대박이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거리를 쏘다니며 고성방가에 기물 파손하기, 묻지 마세요. 살인, 게다가 방화를 저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상상해도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러다가 울화가 치밀기도 했으며 알 수 없는 희열까지 느껴졌다.
‘으으, 이게, 아닌데,’
대박이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댔다.
그리고 잠시 후, 요동을 치던 붉은 안개가 소용돌이치듯 대박이를 감싼 채 솟구치기 시작했다. 순간 끝도 없이 솟구치던 대박이가 곤두박질치듯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솟구쳤다가 떨어질 때였다. 뭉클뭉클 모여든 붉은 기운들이 물이 솜에 스며들듯 대박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순간 원래의 자리에 가부좌를 튼 자세로 멈췄다.
“으아, 쳐 죽일 거야, 죽여 버릴 거야, 부모님의 원수는 내 손으로, 그런데 이게 뭐야, 막말이 아아 머리가, 으으으...”
별안간 미친놈처럼 막말해대던 대박이가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대박이는 별안간 머리가 깨지는 고통을 느꼈고,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은 한기를 느꼈다. 이미 겪었던 끔찍한 고통보다도 더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제자야, 고통스러워하지 말거라, 몸이란 놈도 고통에 숙달이 되면 자연히 즐기게 되느니, 조금만 더 버텨라, 크크..”
적발 노인의 입에서 괴소(怪笑)가 흘러나왔다.
“으아, 개 썅, 다 죽일 거야, 정의의 사자는 개뿔,”
대박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부르르 떨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선 섬뜩함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이었다.
가슴의 화끈거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박이는 화가 치밀면 모를까, 막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어쨌든 대박에겐 잃어버린 3년이 너무도 억울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대박에게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대박이가 사건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현실과 꿈속의 상황을 이해하는 순간 대박이는 대박이가 아닐 수도 있음이었다.
“제자야, 마음을 편히 해라, 모든 능력과 힘을...”
진지하게 말하던 적발 노인이 입을 다물며 딴청을 피웠다.
“사부님, 마음을 평~정하고, 능력과 힘을 잘 숙지하여 응용하라는 말씀이시겠지요.”
대박이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받아친 격이 되었다.
“......”
‘클... 제대로 말해주는 게 좋겠어, 놈이 눈치 하나는 빨라 가지고, 암튼 놈이 마성에 빠져들고 있는 게 분명해, 공연히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지...’
적발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입을 열었다.
“제자야, 네 말대로 몸속에 내재된 능력과 힘을 활용해라, 세상을 넓게 보거라, 맘만 먹는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도 잊지 말거라, 문제가 있으면 사부에게 물어보면 될 테고,”
“그런데 사부님, 마음이 심란한 것은 이유가 뭘까요?”
“뭐라, 마음이 심란해,”
“예 이상하게 마음이 심란합니다.”
‘그 증상은 마성에 빠져들었다는 증거...’
적발 노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자야, 마음이 심란한 것은 능력을 배가시키기 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라, 심란한 증상이 멈추면 힘도 배가 될 것이다. 너무 심려치 말거라. 알겠느냐?”
적발 노인의 음흉한 미소가 거짓말임을 말해줬다.
“예~ 사부님,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음을 알면서도 대박이는 순순히 대답했다.
“크크, 아무래도 이 염마 왕이 제자는 잘 둔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부님, 오늘은 이만 가...”
“시간이 되긴 했지, 제자야, 앞으로는 말이다. 자주 만나지 못할 것이다. 허니 능력과 힘은 스스로 키워라, 마음만 먹으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말을 자른 적발 노인은 진지하게 말하곤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미풍이 대박이의 몸을 스쳤나 싶었는데, 별안간 어둠이 밀려왔고, 대박이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으으으,...
심하게 움찔거린 대박이가 눈을 번쩍 떴다.
잠에서 깬 대박이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어쨌든 대박이는 적발 노인의 제자가 되었다. 그 기념으로 꿈에서도 아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사실 적발 노인의 말대로라면 꿈속인 저승에서 현 세상인 이승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말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대박이었다.
***
며칠이 지나갔다.
그동안 저승에 갔다가 온 후유증인지, 몸에 이상 증상이 수시로 일어났다. 힘이 넘쳤고, 능력이라면 능력인 남의 심리와 생각을 읽게 되었으며, 작은 소리도 듣게 되었다. 물론 머리가 깨지는 고통도 느꼈다. 하지만 고통은 차츰 약해졌다.
때가 되면,
후유증도 사라지게 되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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