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16

썬라이즈 2021. 10. 1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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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물총을 쏴 벌레를 잡아먹는 장면입니다. 쩝프도 잘합니다.

너무 자주 꿈을 꾸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꿈속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속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구분을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박에게는 정말이지 짜증 나는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엔 의혹이 하나 더 생겼다.

꿈속의 40대 남자,

적발 할아버지가 나무라는 것을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마설훈 멍충이, 어린놈보다도 한참 모자란 멍충이,’

그 수하라는 남자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악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대박이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틀림없이 괴인 할아버지가 벌인 일이라 생각했다.

여기는 어디지, 칼바위 위는 아니고, 음 풀밭인가?’

대박이는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봤다.

바닥은 부드럽고 찹찹한 느낌이 잔디밭 같았다.

반가부좌를 틀고 앉은 대박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달콤하게 느껴졌던 공기가 점점 악취로 변했다. 시체가 썩을 때 나는 고약한 악취였다.

우웩, 우욱,

대박은 참을 수 없는 악취에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대박이의 몸에 이상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게다가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고통이 밀려왔다. 바늘로 온몸을 쿡쿡 찌르는 고통과 땀구멍이란 구멍으로 벌레들이 파고드는 고통이었다.

, , 으윽,

대박이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 괴인 할아버지, 이러시는 건 정말 유치하고 치사하거든요. 저 박 대박입니다. 곧 죽는다고 해도 공갈 협박을 하는 괴인 할아버지에겐 굴복하지 않습니다. 정말 치사하게,”

킬킬, 죽을 맛일 거다. 어쨌든, 오늘은 약속을 지켜라,‘

바로 코앞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괴인 할아버지 맞잖아, 정말 치사합니다. 이렇게 하시지 않아도 될 일을, 저는 말입니다. 윽박지르고 공갈 협박을 해대는 자에겐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 아셨습니까, 괴인 할아버지,”

대박은 목소리만 듣고도 괴인 할아버지라는 걸 알았다.

뭐라, 그러니까 네놈이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냐?”

, 의지가 강합니다.”

멍청한 놈, 너 같은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권력과 힘에 의해 지배되는 존재들이다. 어쩌다가 만난 네놈 할아버지가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젠 버르장머리 없는 손자 놈 때문에 곤욕을, 그래도 기분은 좋다. 킬킬,”

괴인 할아버지! 무슨 말을 웅얼거리듯 합니까, 말은 상대가 알아듣도록 또박또박 말을 해야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킬킬 웃긴 왜 웃습니까? 정말 기분 더럽게 나쁘게,”

대박이가 겁도 없이 한소리 해댔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갔다.

칠흑 같은 어둠이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걷혔다.

대박이의 코앞에 적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희죽희죽 웃고 있었다. 적발 노인의 푸른 안광은 누가 봐도 섬뜩하다.

킁킁, 킁킁,

냄새를 맡듯 킁킁거린 대박이가 살며시 눈을 떴다.

맞은편에 적발 노인인 괴인 할아버지가 앉아있었지만 모른 척 주위부터 둘러봤다.

으아, 세상에,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고약한 냄새는 사라졌고 고통을 안겨주던 몸도 개운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대박이는 기겁하곤 눈을 의심했다. 주위는 온통 해골들이 널렸다.

으으, ,

그것뿐이 아니었다. 잔디밭은 풀밭이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실지렁이 밭이었다.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실지렁이들은 붉은색에 입이 뾰족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살겠다고 꿈틀대던 지렁이들마저 점점 말라비틀어졌다. 이승에는 없는 끔찍하고 무서운 흡혈적충이었다..

흡혈적충(吸血赤蟲)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지렁이다. 하지만 흡혈적충은 인간에게는 둘도 없는 불로충이었다. 만약 인간이 불로충을 먹거나 불로충의 피를 몸으로 흡수한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 어라, 온몸이 뻘개, 괴 괴인 할아버지 정말 이러실 겁니까?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으세요.”

대박이는 흡혈적충의 피을 흡수한 상태라 자연스럽게 몸에서 열이 났음이었다. 흡혈적충이 대박이의 피를 빨아먹으려다가 오히려 피를 빼앗기고 죽은 것이었다.

킬킬, 효과 좋고...”

사실 적발 노인은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저질러놓고 영문도 모른 채 킬킬거린 것이 되었다. 그것은 흡혈적충의 어마어마한 공능을 대박이가 흡수했다는 데 있었다. 원래 적발 노인은 흡혈적충에게 대박이의 피를 빨리게 한 다음 죽어가는 대박이를 다시 살리려는 계획이었다.

어쨌거나 적발 노인 염마 왕은 대박이가 자신의 뜻에 순순히 따를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음이었다. 훗날 염마왕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접한다면 염마왕은 아마도 기절초풍할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저승의 염마 왕이라도 미래는 내다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괴인 할아버지!”

이놈아, 귀청 떨어진다. 암튼 네놈이 내 수하가 된다면 만사가 술술 풀릴 것이다. 수하가 되겠느냐?”

누굴 바보로 압니까, 저는 똘마니 아니 수하는 되지 않을 겁니다. 뭐 제자가 되라고 사정을 하신다면 한번 생각은 해...”

뭣이라! 이놈이,”

왜요!”

적발 노인이 호통을 치자 대박이가 받아쳤다.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뭐라, 사정을 하라고,”

적발 노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저 염마 왕이시여,, 저런 놈은 제가 다뤄야 말을 자 듣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시면,”

, 멍충아! 네놈이 나설 일이 아니다. 그런데 또 잊어버렸네. 야 멍충아, 네놈 이름이 뭐였더라,”

언제 나타났는지 적발 노인의 수하라는 자가 나섰다가 되레 역정을 들었다.

“염마왕이시여, 죽을죄를졌습니다. 소인의 이름은 마 설훈입니다.. 영원한 염마 왕의 종입니다.”

마 설훈은 납작 엎드려 두 손을 싹싹 빌었다.

“마설훈, 그래 맞아, 저놈과 연관이 있는 멍청이였지,”

“염마왕이시여, 저놈과 제가 연관이 있다니요. 소인은 저런 놈 알지를 못합니다. 정말입니다.”

멍충이 마 설훈이란 자가 대박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한국 사람이었어, 마설훈이라, 나와 연관이 있단 말이지, 그런데 염마 왕의 수하라니, 기분 더럽고 악연 같더니 정말이었어, 제발 이승에서는 만나지 말기를...’

대박은 남자가 정말로 그냥 싫었다.

대박아, 이 멍청한 놈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 저도 듣고 싶지 않네요. 그런데 괴인 할아버지, 저 사람과 제가 연관이 있다니요. 무슨 말씀인지,”

이놈아,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잠시 생각 좀 하자.”

말을 자른 염마 왕은 눈을 부릅떴다가 꾹 내리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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