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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만리(有情萬里)

단야의 유정만리 2권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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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을 붉게 물들이며 여명이 밝아왔다.

태양의 붉은빛이 피에 얼룩진 무룡을 감쌌다. 마치 불의 사나이처럼 두렵게도 느껴졌다. 굳어버린 피만 아니라면 무룡의 얼굴은 득도한 스님의 얼굴처럼 평온해 보였을 것이다.

 

--”

무룡이 눈을 번쩍 떴다.

순간, 강렬한 눈빛이 쏘아나가듯 뻗쳤다가 사라졌다. 무룡은 옆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곤 검신을 한차례 쓰다듬었다.

그때, 무룡의 마음을 아는 양, 검신에서 푸른 검기가 은은히 피어올랐다. 검을 꽉 틀어쥔 무룡이 천천히 일어나 검을 아니 만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야호! ~~ 야호!

천지봉 일대가 무룡의 고함소리에 진저리를 쳐댔다.

 

 

한편, 무룡이 무공 수련에 전념할 그 무렵이었다.

마교의 본거지가 있다는 명사산(鳴砂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 속이었다. 거대한 암산(巖山)인 명사산이 흉물스런 괴물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중원의 변방인 돈황에서 남서쪽으로 150리쯤 떨어진 곳이었다.

 

명사산에서 제일 위험한 험지는 암벽으로 둘러싸인 구릉처럼 넓은 계곡이다. 한낮인데도 계곡은 어두컴컴했다. 그런데 그 어둠을 뚫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암벽 앞에 다다르자 급하게 멈춰 섰다.

 

누구냐?”

공자님의 전갈을 가져왔다.”

잠시 기다려라!”

 

흑의를 입은 두 사나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르릉, 그릉, 그르릉...

듣기에도 소름 끼칠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암벽이 옆으로 밀려나며 내는 소리였다.

 

수고들 했소이다. 킬킬-”

수고는... 가자!”

킬킬킬, 킬킬킬...

 

횃불에 의해 동굴의 장내가 환하게 드러났다. 수문장처럼 서있는 자들은 도합 12, 그들은 붉은 무복을 입었으며 하나같이 도를 들거나 메고 있었다. 일견 하기에도 예사인물들이 아니었다. 싸늘한 한기가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으며, 살기 어린 눈빛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들은 안쪽으로 달려가는 인물들을 쳐다보며 킬킬거렸다.

더럽게 기분 나쁜 웃음소리다.

 

동굴의 폭은 2장쯤 되었고 높이는 1장 정도 되었다. 길게 이어진 동굴 벽에는 3장 간격으로 횃불이 꽂혀있었다. 동굴 속이라 습하고 악취가 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동굴 속은 건조한 편이었다. 꾸불꾸불한 동굴을 따라 두 사나이는 빠른 걸음으로 전진했다. 대략 50장 거리는 지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전진하던 사나이들이 동굴 끝에 다다라 걸음을 멈췄다.

 

“공자님의 전갈을 가져왔다.”.”

한 사나이가 암벽에 대고 굵직하게 고했다.

그러자 음산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교주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들라!”

 

끼익, 끼익, , 크르릉--

가로막혔던 암벽이 원형의 상태로 밀려났다. 그러자 밝은 빛이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나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동굴 밖으로 나섰다. 눈부신 햇볕 아래 고사목(枯死木)처럼 서 있던 7명의 흉신(凶神) 같은(凶神) 노인들이 밖으로 나온 사나이들을 날카롭게 훑어봤다. 머리는 산발하고 붉은 장포를 입었으며 나이조차 짐작키 어려운 노인들이었다. 그들은 죽음의 관문을 지키는 칠귀(七鬼)라 불리는 늙은이들이었다.

 

좋은 소식은 가지고 왔겠지?”

한 늙은이가 누런 이빨을 드러낸 채, 흉흉하게 말했다.

 

그게, 교주께 보고하겠습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인가 보군. 클클, 건너가라!”

갑니다.”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사나이들이 몸을 날렸다..

 

사실 동굴 밖은 폭 20장쯤 되는 절벽 앞이었다. 절벽 밑은 붉은 안개가 뭉클뭉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안개에 가린 절벽 밑은 적어도 50장 깊이는 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건너편까지 쇠고리로 연결된 구름다리는 출렁거릴 때마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철그렁, 철그렁, 철그렁-

 

사나이들은 건너편 절벽으로 이어진 구름다리를 날렵하게 건너기 시작했다. 구름다리가 심하게 출렁거렸고, 그때마다 끔찍한 쇳소리가 계곡으로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사나이들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구름다리를 날듯이 건너갔다. 순간의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뼈도 못 추릴 위험천만한 구름다리지만 사나이들에겐 평지와 같았다.

 

사나이들은 구름다리를 건너고도 위험천만한 가파른 길을 한참 동안 돌아간 뒤에야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세외(世外)의 별천지였다. 수백 장이 넘는 넓고 웅장한 성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방둘레는 무성한 대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었으며, 그 사이로 돌로 쌓은 일장 높이의 성벽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성안엔 수백 채의 크고 작은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일견 하기에 읍성(邑城)을 보는 듯했다. 모르긴 몰라도 수천여 명은 살고 있을 것이었다. 어찌 이런 험지에 별천지가 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일직선으로 대로(大路)가 나 있었다. 대로는 성의 중앙에 있는 넓은 연병장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연병장 중앙엔 마신(魔神)의 모습을 한 커다란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동상의 높이는 3장이나 되었으며, 그 앞에는 커다란 제단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연병장을 중앙에 두고 사방으로 3장 넓이의 길이 나 있었는데, 길옆으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다. 전각들은 대부분 붉은색으로 치장이 되어있었다.

 

사나이들은 성문을 지나 남쪽으로 달려갔다. 남녀노소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전각 앞이나 공터에 나와 무슨 일을 하는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연병장 한쪽에선 수백 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우렁찬 기합 소리를 질러대며 수련에 열중이었다.

 

 

성의 남쪽에 있는 교주 전(敎主展),(敎主展),

붉은색 일색의 웅장한 삼층 전각이 바로 교주 전이었다.. 전각 입구에는 사기(邪氣)가 물씬 풍기는 교주 전이라는 현판이 걸려있었고, 주위엔 일견 하기에도 무시 못 할 혈의인들이 검을 꼬나 쥔 채,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흉흉한 눈빛만 봐도 얼씬할 자가 없을 것이었다.

 

, ,

두 사나이가 교주 전 앞에 풀풀 날아내렸다..

 

교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을 지키던 무사가 군례를 올렸다.

 

보고해 주시오.”

교주님! 공자님의 전갈을 가져왔습니다.”

들라!”

전각 안에서 짧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전각 안이었다.

열 명의 혈의인들이 태사의 앞에 부복해 있었다. 태사의에 앉아 형형한 안광을 뿌려대는 인물은 교주인 천무강이었다. 태사의 아래엔 청포 노인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 노인의 얼굴에 난 흉측한 검흔으로 보아 태궁과 일전을 치렀던 바로 그 귀마였다.

 

교주를 뵙습니다.”

사나이들이 부복해 아뢰었다.

 

수고들 했다. 보고하라!”

사나이들을 실눈으로 훑어본 교주가 입을 열었다.

그때서야 눈을 뜬 귀마가 사나이들을 쓸어봤다.

 

교주님! 계집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비록을...”

무엇이라! 비록을 찾지 못했단 말이냐!”

교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죽을죄를. 죽여주십시오.”

! !

두 사나이는 머리를 바닥에 찍었다.

 

그렇다면 태일이는 뭐라고 하더냐?”

공자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계집을 찾아내...”

교주! 태일이도 어쩔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일단 계집을 찾는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귀마가 얼른 나서서 교주의 불같은 화를 제지했다.

 

원로! 그렇다면 자영이를 설득시키겠다는 게요.”

고것이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귀마가 가볍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듣거라!”

하명하소서!”

알고 있겠지만, 금년 팔월 보름에 정도무림맹에서 무술대회가 열린다. 태일에게 일단 비록을 찾는 일에서 손을 떼고, 무술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전하라! 물론 무공수련을 게을리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 무술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고 전하라! 그래야만 차기 맹주에 오를 수가 있다고, 알겠느냐!”

복명! 명심하여 공자께 전하겠습니다.”

복명! 물러갑니다.”

 

! !

두 사나이는 바닥에 한차례 더 머리를 찍고는 물러갔다.

 

교주! 우리도 무술대회 이전에 무황세가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내 한쪽에 부복해 있던 60대 노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아직은 직접 나설 때가 아니다. 원로! 이번에도 태일이의 사부이신 원로께서 맡아주셔야만 하겠소이다.”

교주! 교주 명이라면 소인이 따르겠습니다만, 이번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좌 호법을 보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황세가가 교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입니다. 그리고 교주께서도 이번 8월 대회에 참관인으로 무림맹에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허! 역시 원로시오. 한번 생각해 봅시다.”

“......”

교주 전은 탁한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밀담이 이루어졌다.

 

 

사실 자영은 마교에 온 날부터 귀마인 원로에게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물론 아담한 전각도 하나 배정을 받았고, 수발을 드는 여인도 생겼다. 하지만 자영은 호구 속에 들어온 것처럼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래도 자영은 잘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한()이었다. 자영의 가슴속에 피눈물로 쌓인 서릿발 같은 한이 여인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자존심을 지키는 힘의 원동력이었다.

 

어쨌거나 천태일은 마교로 돌아오지 못한 채, 자영의 순결을 짓밟은 것만 생각하곤 아예 자신의 계집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한을 품은 자영은 복수를 하기 위해 정말로 귀마에게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교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신경을 쓰는 자영이었다.

 

----------계속

 

가을이 깊어 갑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모두 건강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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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날마다 행복을 심는 일이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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