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52화

썬라이즈 2022. 9. 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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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시각이었다.

활짝 열린 동굴 입구에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사나이는 철인 양국환이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분노가 긴장한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보였고, 검을 쥐고 있는 손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원세야, 살아있기는 한 것이냐? 못난 삼촌이라 이제야 찾아 왔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이젠 이 삼촌이 너를 돌볼 것이다. 제발 살아만---”

철인은 동굴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원세가 동굴에 갇히고 나서야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동굴지하가 감옥이라는 것도 처음 들었다. 호위무사인 자신에게까지 숨겼다는 사실에 화가 났었다. 그때 천수가 나서서 변명하는 바람에 화를 삭일 수 있었다. 천수는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함부로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었다.

우욱! 이거, 인골(人骨)들 아냐. 어찌 이런 곳에 아이를 가둘 수가 있지, 쳐 죽일, 그나저나 횃불이 어디 있다고 말했는데, , 어두워서 보여야 말이지, 제길 부싯돌까지,”

철인은 몸을 뒤지며 인상을 써댔다.

몸엔 부싯돌까지 없었다.

동굴 입구 3장 반경은 햇빛으로 인해 어느 정도 사물들이 보이긴 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널려있는 인골들이었다. 그러나 안쪽은 흐릿해 뭐가 뭔지 알아볼 수도 없었고 휘이잉거리는 바람 소리와 악취만 코를 찔렀다.

씨벌, 잘못도 없는 원세를 이런 곳에 가두다니, 천수! 자네가 정신이 있는 사람인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하겠다고 말했어야지, 참 딱한 친굴세 그려, 원세야! 원세야! 어디 있냐? 대답 좀 해라! 원세야!!!”

철인은 분개하여 치를 떨며 소리쳤다.

그리곤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누구든 나타난다면 당장에라도 살수를 펼칠 태세다.

- 꼭 이런 곳에 가뒀어야 했는지 따져 물을 것이다. 원세야! 삼촌이다. 대답 좀 해라! 원세야! 혹시 죽---”

푸시식, 우지직,

철인의 발에 무참히 밟힌 인골들이 부서졌다. 그러나 인골이 밟히는 것도 모르는 듯 철인은 계속 걸어갔다. 점차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5장 앞이었다. 흐릿하게 바위가 보였고 상자와 고문할 때 사용하는 기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고문 기구, 그런데 이곳이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곳인 모양인데, 원세야! 어디 있냐? 원세야!!!”

철인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당도해서야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캄캄한 지하를 내려다봤다. 한 치 앞도 내려다보이지 않는 지하에선 웅웅거리는 소리와 악취만 올라왔다.

그때였다.

사람 목소리가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를 타고 들려왔다.

원세, 곧 올라갑니다.”

원세야! 어딨냐? 내가 데리러 가마! 원세야!!!”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나갑니다.”

정녕 원세 네가 살아있는 것이냐? 흐흐 감사합니다.”

원세의 목소리에 흥분한 철인이 지하로 뛰어들었다.

아니 뛰어들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이었다.

숙부! 가만 계세요. 제가 올라갑니다.”

지하에서 원세가 소리쳤다.

원세는 철인의 목소릴 들었다.

너무 기뻐서 나 여기 있어요.’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원세는 그러지 못했다. 불쌍한 광마 할아버지를 남겨두고 혼자만 살아나가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꼭 모시고 나가겠다고 결심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쩌질 못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걷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원세는 어둠과 친숙해진 탓에 칠흑의 어둠 속이지만 흐릿하게 사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 아니 그동안 수련한 결과로 눈이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숙부! 아버지는요?”

날렵하게 동굴로 올라선 원세가 귀신을 본 듯 멍하게 자신의 얼굴만 쳐다보는 철인을 일깨웠다.

네가 정녕, 원세냐?”

, 숙부!”

어디 보자, 아 하하하 정말 원세로구나.”

철인은 한차례 눈을 씻곤 대소(大笑)하며 원세를 와락 끌어안았다. 원세는 철인에게 안기긴 했으나 눈은 동굴을 살피느라 눈동자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숙부! 아버지는,”

일단 나가자!”

철인은 동굴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 원세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서둘러 동굴을 나섰다. 별안간 눈부시게 몰려온 햇살에 원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밖에 나오자 원세의 행색이 드러났다. 옷은 넝마를 입은 것 같았고, 빗어 넘기긴 했으나 풀어헤친 머리는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몸에 밴 악취가 심하게 코를 찔렀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단단해 보이는 몸과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는 눈빛이 철인을 안심시켰다.

 

세상에 상거지도 아니고,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까, 그래도 건강해 보이니 안심이다. 앞으론 이 숙부가 너를 돌볼 것이다.’

철인은 원세를 훑어보곤 기관을 작동시켰다.

그르릉, 크릉, 그르릉,

동굴 입구가 기음을 발하며 닫혔다.

, 이렇게 좋은걸, 할아버지! 죄송해요. 꼭 원세가 모시러 올게요.’

원세는 동굴이 닫히는 걸 지켜보며,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숙부!”

일단 이곳부터 벗어나자.”

 

원세는 숙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철인은 끔찍한 이곳부터 벗어나고 싶었는지, 동굴이 닫히자마자 급히 자리를 떴다.

원세는 후련했지만 섭섭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철인을 따라가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이유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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