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53화

썬라이즈 2022. 9. 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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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각이었다.

원세와 철인은 진가장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철인은 철인대로 지옥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지 않았다. 원세도 아버지가 왜? 오시지 않았는지, 어머니는 잘 계신지, 여랑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마디도 묻지를 않았다.

지금 원세의 가슴은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분명 있어야 할 곳에 진가장이 없었다. 하늘로 솟은 것도,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니었다. 눈을 씻고 또 씻고 쳐다봐도 있어야 할 진가장은 정말이지 보이지 않았다.

숙부! 장원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래도 원세의 목소린 차분했다.

원세야!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놀라지도 울지도 말거라! 너는 남아 대장부다

전 울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울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숙부!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을 해 주세요.”

진가장은 말이다. 원세야!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고 불타버렸다. 그때 네 부모님도---”

! 괴한들, 그런데 부모님이 왜요? 숙부!”

흥분한 원세의 목소린 철인이 놀랄 정도로 컸다.

원세야, 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식솔들과 함께,”

돌아가시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절대 그런 일 없어요.”

원세는 귀를 의심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원세는 아버지의 무공이라면 괴한이 아니라 광마 할아버지라고 해도 아버지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랬기에 철인의 얘기를 수긍할 수가 없었다.

원세 너도 자세히 알아야 할 터, 자초지종을 말해 주겠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거라! 알겠느냐?”

좋아요. 말씀하세요. 들을 각오가 되었습니다.”

원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철인은 그동안에 벌어졌던 일에 대해 차분하게 말했다. 원세는 철인이 얘기하는 동안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 부모님이 괴한들에게 무참히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원세는 그곳에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으아!!!”

미친 듯이 능선을 내려가는 원세!

원세는 그렇게 울부짖으며 장원으로 달려갔다.

일시 멍했던 철인이 급히 원세의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원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철인으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가 때인 만큼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원세는 정신없이 장원까지 달려갔다.

폐허로 변한 장원,

너무도 참담한 광경에 멍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폐허의 장원을 둘러봤다.

숙부!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원세의 목소린 의외로 차분했다.

그때 상황은 나도 잘 모른다. 정말 미안하다.”

그러니까, 여랑을 요양시키기 위해 먼저 장원을 떠난 사람들만 무사하다는 말씀이네요.”

그래 모두 무사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숙부! 아버지는 주인 어르신이 어딜 가시든 따라 다니셨는데 이번엔 왜, 안 따라가셨죠?”

원세의 눈빛은 의혹의 눈빛이었다.

그만한 사정이 있었느니라!”

그랬군요.”

원세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따져 묻지는 않았다.

잠시 장원을 둘러본 원세가 장원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리곤 거침없이 허름한 전각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고개를 숙인 철인이 죄인처럼 따라갔다.

아버지! 어머니! 소자 원세가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왜 돌아가셨습니까? 소자를 데리러 오시기로 약속하시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을 해 주세요? 으흑흑, 소자! 이 억울한 죽음엔 흑막이- 꼭 복면 괴한들을 잡아서 진실을 밝히고야 말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으흑흑, 흑흑,”

풀밭에 엎드린 원세의 어깨가 사정없이 들먹거렸다.

천수, 이 사람! 원세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네. 앞으론 내가 원세를 돌볼 것일세. 그러니 억울하더라도 편히 눈을 감으시게, 의혹이 있다면 밝힐 것이고, 원한도 갚아 주겠네.”

천수의 눈에도 의문시되는 일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얘기까지 원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숙부! 유골이라도 수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엎드린 채 원세가 조용히 말했다.

원세야, 유골들은 이미 비바람에 씻기고 날아갔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일단 간단한 음식이라도 준비해 제나 올리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제수(祭需)는 숙부님이 준비 좀 해 주세요.”

너도 같이 가자, 가서 음식, 아니다. 내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반 시진이면 충분할 것이다.”

철인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울지 않겠습니다. 원한을 푸는 날, 맘껏 울겠습니다. 그러니 소자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원세의 눈에서 섬뜩한 살기가 뻗쳤다가 사라졌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말입니다. 사실은 말입니다. 아버지가, 아니, 어머니도요. 조금은 섭섭합니다. 진즉에 내- 아니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

원세는 자신의 신세 내력에 관한 얘기를...

세상을 원망한다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차마 부모님 앞에서,

부모님과 세상을 원망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그래 할아버지 말씀처럼 일단 참자 참아, 분노를 삭이자, 삭여, 그리고 매사에 신중 하자.”

원세는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시련이 닥칠 것이라는 할아버지 말씀을 상기했다.

약육강식의 강호와 무림은 믿을 자가 없다. 명심해라!’

울분을 삼키며 곱씹고 또 곱씹는 원세였다.

---------1권 끝

^(^, 2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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