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50화

썬라이즈 2022. 8. 24. 00:25
728x90
반응형

근래에 맹내 음식이 변변치 않은 것만 봐도 맹의 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미루어 짐작되었다. 장내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속한 방파나 세가에서 재원 충당에 충실치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찔리는 바가 컸을 것이었다.

늙은이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나, 역시 백리청이야, 아직 늦지 않았다. 놈이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밝혀지기만 한다면 그곳이 바로 사황련일 터, 그때는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

맹주인 청산진인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곤 실눈으로 장내를 둘러봤다.. 장로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치만 보고 있었고, 쭉 늘어앉은 내 총관, 외 총관, 각 부서의 장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대 총관의 말에 일리가 있어, 제기랄, 맹주를 궁지에 몰려다가 오히려 당한 꼴인가, 진즉 시도를 했어야, 썩을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 뒤, 그래 재정이 튼튼해야 훗날을 위해서도 좋을 터---’

태청노사는 현 상황이 얼마나 불리한지 직감했다.

대 총관! 그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오. 퇴임에 관한 안건은 맹이 안정을 찾은 후로 미루겠소! 하여, 본 장로는 재정 문제에 관하여 소홀히 대처했음을 시인하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재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미리 밝히는 바이오. 대 총관! 재정 문제와 불순세력 소탕 문제에 관하여 회의를 계속 진행하시오.”

하하하, 태청노사의 말에 찬성하오. 본 장로도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재정에 많은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소이다. 우선 그동안 충당치 못한 미납분을 빠른 기간 내에 납부시키도록 세가에 연락을 하겠습니다.”

장로석 끝에 앉았던 노인이 별안간 웃음을 터트렸다.

노인은 장로 남궁 호천이었다..

무림의 10대 고수에 올랐으며, 남궁세가(南宮世)의 전대 가주로서 무림 세가들 중에 유일하게 장로에 오른 인물이었다. 호방한 성격에 인품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가문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다는 인물이었다.

클클, 늙은이들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쨌든 잘된 일인 게야, 일단은 맹이 건재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가 있다.’

전진교사(全眞敎師)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전진교사는 청성파(靑城派)의 교리를 가르쳤던 인물이었고, 청성의 상승 검법인 칠십이파검 법(七十二波劍法)을(七十二波劍法) 대성했으며 검법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노인이었다.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장로들이 앞다퉈 찬성하고 나서는 바람에 재정 문제는 물론이고 맹도들의 기강 확립을 위한 방안도 새롭게 강구가 되었다. 그 바람에 장내는 활기찼고, 대 총관의 신임과 위상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내외 총관을 비롯한 각부서장들의 결의가 확고해 무림맹의 앞날이 밝아 보였다.

장장 세 시진 동안 이어진 회의는 땅거미가 몰려올 무렵 끝났다. 회의가 끝나자 장내의 인물들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고, 맹주와 공동선인(公同仙人)만 내전에 남아 담소를 나눴다. 무슨 얘길 나눴는지 두 노인의 얼굴은 무척 밝아 보였다.

***

어느덧 8월도 훌쩍 지나갔다.

가을 문턱에 들어섰음인가 아침저녁으론 선선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릴 때였다.

검은색 무복의 한 사나이가 불타버린 진가장 앞에 서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 사나이는 멍한 표정으로 한 곳 만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나마 참혹한 영혼들과 불타버린 잔재들이 폭우로 씻겨간 덕에 흉측한 잡동사니들은 무성한 풀숲에 갇혔다.

잠시 폐허의 장원을 둘러본 사나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장원으로 들어서자 풀들이 걸음을 방해했다. 하지만 사나이는 아랑곳없이 바라봤던 곳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얼마나 갔을까, 사나이가 걸음을 멈춘 곳은 허름한 전각인 와가가 있던 자리였다. 주위를 둘러보는 사나이의 눈에선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사나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숯으로 변해버린 시커먼 서까래가 군데군데 드러나 보이는 것들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무성한 풀들만 사나이를 맞이할 뿐이었다.

으아 아아!! 으아 아! 아아!!!

사나이가 성난 호랑이처럼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충혈된 두 눈에선 살기가 줄기줄기 뻗쳤다.

천수! 정녕 죽었단 말인가? 아주머니께서도 으으,”

사나이는 천수의 유일한 친구인 철인 양국환이었다.

철인은 그동안 여랑의 휴양지로 알았던 사황련 본거지에 있었다. 처음엔 사황련 본거지란 사실에 당황했었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은 진가장 장주가 사황련 련주란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장주인 련주의 뜻에 따라 사황련에 남기로 했다. 다만 걸리는 것은 친구인 천수의 거취 문제였다.

칠일 전이었다.

무슨 일인지 쌍노가 은밀히 불렀다.

쌍노는 놀라지 말라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진가장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천수뿐만 아니라 남아있던 식솔들 모두가 몰살당했다는 것이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철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말했다.

의도한 것일까,

쌍노는 두 사람의 우의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쌍노는 철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확인할 것을 허락했다. 다만 임무를 부여했다. 그것은 원세를 무사히 데려오라는 임무였다. 철인이 천수와 각별하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렇게 사황련을 떠난 철인은 칠일 만에 장원에 당도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쑥대밭으로 변한 폐허뿐이었다.

천수! 이 친구야! 속절없는 죽음을 맞았다면 한은 내게 두고 가시게, 원세 걱정도 하지 마시게, 원세는 내가 책임지고 돌볼 것이네. 이 약속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니, 편히 눈을 감으시게, 제수씨도 편히 가시오.”

철인은 복수보다는 원세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천수! 내가 멍청했었네. 그때 낙양에서 자네가 한 말을 깊이 생각했어야 했네. 자네가 내게 숨길 얘기였다면 날 위해서였다고 생각하겠네. 원흉,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

철인의 눈에서 뜨거운 두 줄기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대략 일각쯤 지났을 것이다.

철인이 천천히 장원을 나섰다.

철인의 무거운 발걸음은 량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계속

반응형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

 
728x90
반응형

'검투사의 아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투사의 아들 52화  (2) 2022.09.11
검투사의 아들 51화  (3) 2022.09.06
검투사의 아들 49화  (6) 2022.08.20
검투사의 아들 48  (0) 2022.08.16
검투사의 아들 47  (0)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