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大殿)은 흰색무복을 입은 열두 명의 위사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호위하듯 지키고 있었다. 명실공히 무림맹 맹주가 거처하는 곳으로써 전 무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의 산실이었다.
내전(內殿), 백색 일색으로 치장된 커다란 내전엔 이십여 명의 인물들이 태사의를 마주해 앉아있었다. 태사의엔 맹주인 청산 진인이 백염을 쓰다듬으며 앉아있었고, 태사의 우측 아래엔 청의를 걸친 60대 노인이 책상 앞에 앉아 좌중을 둘러봤다. 그리고 우측 아래엔 100세는 넘었을 다섯 노인이 맹주를 직시하고 있었다.
다섯, 장로들이야말로 정사 대전에서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었다. 비록 나이는 10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원기가 왕성해 보였고, 은연중 풍기는 기도도 대단해 보였다.
“......”
대략 반 각이 지났을 때였다.
침묵을 깨는 중후한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여러분! 오늘 회의를 소집한 분은 장로 태청노사라 들었소이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맹주로서 한마디 하겠소!”
장내는 맹주의 중후한 목소리에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러분! 근래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미루어 볼 때, 큰 위기가 목전까지 다가왔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소이다. 이젠 경각심을 일깨울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제 이의 사황련이 발호를 하는 날엔 무림맹은 물론이요, 강호 무림이 사황련의 제물이 될 것이오. 모두 이점을 깊이 명심해 새겨야 할 것이오.”
“맹주! 다 좋소이다. 하지만 맹주! 장장 오십 년이오. 이젠 맹주를 비롯한 우리 늙은 장로들은 물러날 때가 됐습니다. 맹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장로 태청노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나섰다.
“맹주님! 죄송합니다. 소인이 회의를 주재하겠습니다.”
맹주가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60대 노인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을 잘랐다.
“대 총관! 회의를 주재하시게, 내 얘긴 나중에 하지,”
맹주는 대 총관의 눈짓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의를 주관하겠습니다.”
대 총관이 정중히 머리를 숙여 보이곤 장내를 둘러봤다.
“맹주님! 그리고 여러분! 이제부터 대 총관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겠습니다. 그동안 맹 내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선 일단 언급을 않겠습니다. 다만 짚고 넘어갈 사항과 회의 주제인 맹주를 비롯한 장로들의 퇴임에 대한 안건을 의논하도록 하겠습니다.”
대 총관의 묵직한 말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대 총관은 천룡 도신(天龍刀神)이라(天龍刀神) 불리는 백리청이었다. 나이는 63세, 백리세가(百里世家)백 리 세가(百里世家)의 가주이기도 했다.
10년 전이었다.
무림맹 대 총관이었던 백리 영걸이 타계하자 뒤를 이어 아들인 백리청이 대 총관이 되었다. 그때 맹주인 청산 진인이 나서서 추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리청은 반백에 청의를 즐겨 입었으며 가문의 검법인 천룡 도법을 대성했다. 강호에선 도법으론 당할 자가 없다고 하여 천룡 도신이라 불렸다. 대 총관은 맹주를 보필해 무림맹의 총괄 업무를 맡은 인물이었다.
“여러분! 먼저 짚고 넘어갈 사항은, 현재 맥을 이끌어 나가는데 필요한 재정이 바닥이 났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는 바와 같이 각 방파에서 보내오는 재정이 현격히 줄었습니다. 특히 맹을 주도하는 장로들과 간부들이 속한 방파나 세가에선 수년 전서부터 보내오던 재정의 절반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더 많은 재정을 보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겨우 명목만 유지하려는 방파나 세가들의 속셈이 뭔지,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대 총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내를 둘러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대로는 맹을 이끌어 나갈 수도 없을뿐더러, 유지시킨다고 하더라도 명은 수년 내에 재정난으로 와해되고 말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장로들께선 재정지원을 늘려도 부족하다는 것을 아실 텐데, 그동안 지원하던 재정을 절반 이상으로 줄인 이유에 대해 해명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 총관의 말에 일부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못마땅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사실 무림맹은 정사 대전 이후, 각 방파와 세가에서 차출된 무사들과 일반 무사들로 이루어졌다. 부족한 인원은 낭인과 맹도를 뽑는 무술 시합을 통해 충당했다. 현재 맹도의 수는 초창기의 절반 수준인 2000여 명이었고 잡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략 150여 명이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무림맹 지부를 각 방파나 세가가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무림맹이 운영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고, 재원은 각 방파와 세가에서 거의 충당했다.
무림맹 초기엔 너도나도 재원확보에 나서는 바람에 몇 년간 운영할 비축 재원이 쌓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월 탓도 있겠지만 알력 다툼으로 인해 재원확보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0년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의 재정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었다.
“대 총관! 말이 심한 것 아닌가? 우리 점창파는 정사 대전으로 인해 모두 죽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네. 그런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재원을 충당해 왔음을 대 총관도 잘 알 터, 싸잡아서 추궁하니 심히 불쾌하네.”
“뭐라! 싸잡아서라니, 이보게, 분신괴객! 그대야말로 말을 함부로 하지 말게 아셨는가?”
장로 분신괴객(分身怪客)이 흥분한 목소리로 일갈하자, 장로 전진 교사(全眞敎師)가(全眞敎師) 눈에 불을 켜며 나섰다.
“고정들 하십시오. 지금 해명을 듣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정 문제를 먼저 타개하는 것이 우선이라, 먼저 재원을 확보하고 맹의 기강을 확립한 후에 맹주님을 비롯한 장로들께서 퇴임하셔도 늦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뭉치지 않는다면 맹은 와해될 것입니다. 현재 분란을 일으키는 불순한 세력의 만행도 막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잠시 좌중을 둘러본 대 총관,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불순한 세력은 천인공노할 만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 위세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개방에서 그들을 쫓고는 있습니다만, 맹의 활동은 지지부진입니다. 그만큼 기강이 무너졌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이런 정세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사황련까지 발호하면 맹이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때는 맹을 이끌어 오신 맹주 이하 장로들, 그리고 간부들이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퇴임에 대한 회의를 계속하시겠다면 회의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대 총관의 말은 장내의 인물들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계속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
'검투사의 아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투사의 아들 51화 (3) | 2022.09.06 |
---|---|
검투사의 아들 50화 (2) | 2022.08.24 |
검투사의 아들 48 (0) | 2022.08.16 |
검투사의 아들 47 (0) | 2022.07.16 |
검투사의 아들 46 (0) | 2022.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