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이 아이들 미래오, 희망입니다.
그 시각이었다.
암동에서는 노소가 마주 앉아 얘길 나누고 있었다.
“원세야! 벌써 보름이 지났다. 밖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정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긴 그냥 나가면 될 것이 아니냐?”
“할아버지! 나갈 수 있었다면 벌써 나갔지요. 설마, 알고 계시면서도 숨기신 건 아니겠죠?”
“뭐라! 이놈 보게, 언제 네놈이 밖에 나갈 방도를 묻기는 했느냐?”
“그건 그렇지만, 제가 몸 달아하는 걸, 아시면서---”
“쯧쯧,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들어왔다면 나갈 수도 있을 것이 아니냐? 동굴 입구엔 문을 열 수 있는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 기관을 이용하거라!”!”
“하하, 아버지께서 작동하는 걸 봤었습니다. 안에도 무슨 장치가, 하지만 며칠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데리러 오신다고 약속했으니, 누구라도 오겠지요.”
“이놈아! 네놈이 오줌 마려운 강아지 꼴이 아니냐?”
“너무 그러지 마세요. 헤어질 텐데...”
“헤어지면 대수냐! 꼴도 보기 싫은 놈, 이젠 안 보게 생겨서 정말이지 후련하다. 이놈아!”
“그렇겠지요. 저~도 잔소리 안 듣게 생겨서 후련합니다.”
의외이긴 했으나 광마의 목소린 잔잔히 떨렸고,
원세 역시 목소리에 감정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원세와 광마는 100일이 가까워지자, 서로 얼굴 대하는 것도 서먹서먹해졌었다. 차마 ‘헤어지기 싫다. 섭섭하다.’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비록 100일이었지만 몇 년은 함께 산 것처럼,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정이 들었음이었다. 물론 티격태격 입씨름도 했었지만, 그것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었고 믿고 좋아했기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랬으니 먼저 입을 열기가 어려웠을 것이었다.
“원세야! 속은 후련하다만 한마디는 해야겠다.”
결국은 광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 할아버지! 말씀하세요.”
원세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각인시키듯 쳐다봤다.
“원세야!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명심하거라!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시련이 닥칠 것이다. 그 시련을 극복하는 것은 네 몫이다. 그리고 부모님 외엔 그 누구도 믿지 마라! 네가 익히고 있는 무공에 대해서도 때가 될 때까지는 숨겨라! 이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훗날, 원세 네놈은 틀림없이 나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때는 조건 없이 내 모든 것을 줄 것이니 몽땅 가져가거라! 그리고 명을 단축하기 싫거든 네놈은 나를 못 본 것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저 또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를 꼭 모시러 오겠습니다. 다른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할아버지와 밝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괜히 오해는 마십시오. 그리고 할아버지! 제가 모시러 올 때까지는 정말이지 건강하게 계셔야 합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이것만 약속해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셨지요. 할아버지!”
노소는 정말 이별이라도 할 것처럼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노소가 정이 들었다는 증거였고,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잠깐, 청각을 돋우어 보거라!”
광마가 귀를 움찔거리며 조용히 말하자, 뭔가 낌새를 느낀 원세가 크게 호흡하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청술을 펼치기 위한 행위였다. 눈을 감은 원세의 귀가 움찔, 움찔거렸다. 분명 낯익은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누군가? 동굴을 열었습니다.”
원세의 목소린 흥분으로 떨렸다,
“이젠 네놈과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
원세는 자신도 모르게 광마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못난 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거늘 눈물을 보이다니, 원세야! 이 할아비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호 무림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니라! 함부로 사람을 믿지 마라! 공연한 객기는 죽음을 자초할 뿐이니, 자신감이 있을 때만 나서거라! 그리고 상대가 다쳤다고 인정을 베풀지 마라! 훗날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니라!”
광마는 원세의 등을 한차례 쓰다듬곤 엄엄하게 말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혼자서 어떻게 계세요.”
“못난 놈! 그만 가거라!”
광마는 품에 안긴 원세를 획 밀쳐냈다.
처음 괴물 같은 할아버지를 대면했을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동안 지내온 나날들이 환영처럼 지나갔다. 괴물 할아버지는 원세를 끔찍이 아꼈고 원세에게 딱 맞게 공부도 시켰다. 원세는 그런 괴물 할아버지를 마음속으론 스승으로 여겼고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광마는 원세의 할아버지요, 스승임엔 틀림이 없었다.
“할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디 몸 건강하게 계십시오. 원세가 꼭 모시러 오겠습니다.”
원세는 할아버지에게 세 번 절했다.
“내, 두고 볼 것이다. 그만 가거라!”
“할아버지! 소손(小孫) 이만 물러갑니다.”
원세는 천천히 일어나 한 번 더 굽실하곤 돌아섰다.
‘으흐흐, 소손이라, 놈이 끝까지 날 울리는군.’
광마는 소손이란 말에 가슴이 벌렁거리는 벅찬 감동을 받았다. 아마도 광마가 소손이란 따뜻한 말을 들어보기는 평생 처음일 것이었다. 그리고 원세와 보낸 나날들이 광마에겐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날들이었다.
광마가 누구인가,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겼던 살인마인 바로 미친 마왕이라 불렸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었기에 원세와의 만남은 지울 수 없는 특별한 만남으로 가슴에 낙인처럼 새겨졌을 것이었다.
철벙거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노인은 축축이 젖은 눈시울을 쓱 훔치곤 눈을 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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