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가 잠에서 깬 시각은 다음날 정오쯤이었다.
원세의 잠자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노인이 원세가 눈을 뜨자마자 호통을 치듯 말했다.
“어린놈이 늦잠은, 그렇게 게을러서 뭘 찾겠다는 게냐! 한심한 놈 같으니, 이놈아! 자고로 부지런한 자만이 뜻한 바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느니라! 네놈처럼 게을러터져선 끼니는커녕 굶어 죽기 딱이지, 알겠느냐! 이놈아!”
“아 함, 훤히 날이 밝은 걸 보니, 정오쯤 된 것 같군요.”
하품하며 부스스 일어난 원세는 못 들은 척 하품을 해댔다. 그리곤 하늘을 올려다보며 동문서답(東問西答)식으로 말했다.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킬킬, 좋다. 이놈아, 어디 굶어봐라! 얼마나 견디는지,”
“할아버지, 가르쳐주지 않을 거면 가만히 계세요. 다 제 문젭니다.”
“이놈아! 뻗대지 말고...”
“됐거든요. 찾아도 내가 찾습니다. 꼭 찾아서...”
“왜, 이 늙은이에게 큰소리라도 치겠다는 거냐?”
“정말이지 못 말려, 어, 어, 이상한데,”
“뭐가 말이냐? 배가 아프냐?”
원세는 배를 만져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노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그게 아니고요?”
원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뱃가죽이 등에 붙은 듯 홀쭉했다.
그렇다고 참지 못할 정도로 허기지진 않았다.
‘거 참 이상한데, 먹은 거라곤 샘물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샘물 때문인가?’
‘저놈이 샘물을 먹더니 허기를 면한 모양이군. 이놈아! 네놈이 먹은 물이 빙 담수(氷潭水)다.(氷潭水)다. 이놈아, 킬킬 킬---’
노인이 고개를 슬쩍 돌리곤 킬킬거렸다.
“기분 나쁘니까, 웃지 마세요.”
“뭐가 어쩌고 어째! 이놈이 어리광을 받아주니까 못하는 말이 없네.”
“할아버지! 그 킬킬거리는 웃음소리 정말 듣기 싫어서 그래요. 무슨 귀신 우는 소리도 아니고, 그냥 하하 웃으세요.”
“킬킬킬- 웃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냐?”
“아- 듣기 싫어---”
노인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음산했다. 그래도 괴인의 모습이었을 땐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신선 같은 노인이 킬킬거리니 어울리지도 않았고, 좋아지던 마음도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어험, 네놈이 먹을 것을 찾는다면, 잡는, 그래 잡아먹는 법을 가르쳐 주마!”
노인은 헛기침까지 해가며 진지하게 말했다.
“무슨 조건을 내세우는 건 아니시겠죠.”
원세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어렸다.
“그래도 이놈이, 암튼 이번엔 그냥 가르쳐주마.”
“알았습니다. 그럼 빨리 찾아봐야지, 히히히--”
원세는 돌아서서 히히거렸다.
‘아니 저놈이 왜 웃지?’
‘할아버지, 큰 실수 하셨습니다. 잡아먹을 거라면 이곳에 만 빙어 밖에 더 있습니까? 제길 그렇게 찾기 쉬운 걸 괜한 고생을 했네. 그러고 보니까 샘물 때문이었어, 할아버지, 만빙어는 제가 그냥 잡아먹겠습니다. 그런데 물고기를 생으로 어떻게 먹지, 그래도 살려면 뭘 못 먹어...’
원세는 찾는 척하려다가 그대로 샘 쪽으로 다가갔다.
샘 앞에 쪼그리고 앉은 원세는 우선 물부터 마셨다. 몇 마리 물 위를 떠다니던 만 빙어는 손이 물에 닿는 순간에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속인데 아무리 물속을 들여다봐도 이상하게 만 빙어는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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