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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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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구경거리가 객점 밖에서 벌어졌다.

객점에 있던 손님들은 먹던 음식도 제쳐놓고 우르르 몰려나갔고, 고개를 갸웃거린 점소이는 음식을 탁자에 내려놓자마자 뛰쳐나갔다. 점소이의 눈엔 동료가 싸움하러 나갔는데도 태연하게 앉아있는 천수의 행동이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어이쿠! 쓰벌, 배때기에 철판을 깔았나,”

한 청년이 슬며시 주먹을 굳게 말아 쥐더니 떡 버티고 선 국환의 복부를 기습적으로 가격했다. 그러나 신음을 흘린 건 청년이었다.

어쭈, 이번에도 버티나 보자, 이얍! !”

!

이를 지켜본 다른 청년이 눈에 불을 켜곤 순간적으로 몸을 날렸다. 제법 날렵한 발차기가 국환의 귓가를 스쳤다. 이어서 몸을 회전한 청년은 날렵하게 국환 앞으로 다가서며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휙. ,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빨랐고 위력 또한 대단했다. 왼 주먹은 국환의 얼굴을 살짝 스쳤고 오른 주먹은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퍽 소리가 들린 순간, 국환이 한 발짝 물러섰다.

으으, 팔목이야! 정말 배때기에 철판 깔았냐? 씨발...”

국환을 물러서게 만든 청년은 뒷걸음질을 치며 팔목을 흔들어댔다.

국환이 피하지 않고 맞은 것이지만 청년의 주먹에 뒤로 밀렸다는 것은 그만큼 주먹의 위력이 대단했음이었다. 어쨌거나 소도 때려잡을 위력의 청년이었으니, 주먹으로 뒷골목 왕초가 됐을 것이었다.

이젠 내 차례지, 각오들 해라!”

휘익 퍽!

! 철퍼덕!

혼잣말처럼 씨부렁거린 국환이 한 발짝 움직인 순간이었다. 큰 덩치답지 않게 국환의 몸놀림은 비호처럼 빨랐다. 순간 국환의 정권이 뒤로 물러서던 청년의 턱에 작렬했다. 컥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고 청년의 몸뚱이가 붕 떴다가 바닥에 패대기치듯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멍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청년은 언제 다가왔는지 국환의 정권이 미간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정권이 미간에 작렬한 뒤였다.

! 끄응--

청년은 뒤로 벌러덩 자빠졌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너무도 싱거운 싸움이었다.

그러나 구경하던 사람들은 세상에, 세상에를 연발하며 국환의 무용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래도 함께 있었던 여인은 그들이 안 되었던지 쫓아가 청년들의 몸 상태를 살폈다.

한동안은 저잣거리가 조용하겠군.”

누가 아니라나,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게지,”

그렇다고 놈들이 가만있겠나, 더 날뛰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주제 파악을 했으니 정신을 차리겠지,”

국환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청년에게 눈을 부라리곤 객점으로 들어갔고, 국환을 존경의 눈으로 지켜보던 점소이도 씩 웃으며 뒤를 따랐다. 청년들은 서로 부축한 채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사람들도 한 마디씩 지껄이곤 각자 흩어졌다. 몇 명은 객점으로 따라 들어갔다.

-----

천수와 국환은 간단하게 요기를 마쳤다.

그리곤 방에 들어와 앞일을 의논했다.

사실 장주인 진충원의 명을 받은 무사들은 장원을 떠나면서 뿔뿔이 흩어졌고 천수와 국환은 낙양으로 왔다. 장원을 떠나올 때 찾는 사람의 이름도 생김새도 어디 살았다는 정황도 듣질 못했다. 왜 찾는지 그 연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20년 전에 죽은 묘 신수란 자의 딸을 찾아오라는 명령만 받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미 대도(大盜) 묘신수의 딸에 대해선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천수의 부인이었고 원세의 어머니였다.

이보게 철인! 대인의 명이라 나서긴 했지만, 그만 돌아갈까 하네. 찾을 자신이 없어서 돌아왔다고 해야겠지?”

뭐라! 이보게 추격!! 내 말 잘 들으시게, 지금 자네가 돌아가면 면천은 절대 없을 것일세!”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하네. 하지만 원세도 그렇고 부인을 홀로 둘 수는 없네. 정말이지 마음이 편치가 않네.”

자네 마음 이해하네. 하지만 잘 생각해 보게, 장주가 아주머니를 왜 찾겠나, 거기엔 우리가 모르는 무슨 꿍꿍이 속셈이 있을 것이네. 암튼 예까지 오는 동안 내내 연유가 뭘까 생각했네. 내 머리론 도저히, 아니 한가진 알지, 추궁당할 빌미가 제공될 테고 우린 벌을 받게 된다는 것, 아마도 자네는 면천을 포기해야 할 테고---”

철인, 양국환의 얘기를 듣는 천수의 얼굴이 몇 번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 어찌한다. 변명의 여지라도 만들려면 두 달은 채워야겠지, 원세야, 너는 잘 버티고 있기는 한 거냐? 불쌍한 자식! 그래, 이참에 정착할 곳이나 찾아보자. 우리 세 식구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벗어나 조용히 살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 두렵겠는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천수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철인! 자네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네. 난 기간만이라도 유람이나 다닐 생각이네.”

잘 생각했네. 나는 이참에 고향에나 다녀오겠네.”

고향이라, 그런데 철인!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말씀하시게,”

우리 원세를 잘 부탁하네.”

이 사람이 별안간 불길한 소릴...”

이보게, 알다시피 험한 세상이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우리가 다시 만나더라도 이런 부탁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 불쌍한 우리 원세를 자네가 잘 보살펴 주게, 놈이 그래도 심성은 착하거든,”

허허 참, 그걸 부탁이라고, 추객! 원세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네. 자네가 없으면 내가 아버지지, 안 그런가? 하하하!”

허긴, 원세가 자네를 삼촌처럼 잘 따랐지...”

허허허, 하하하,

방안에선 가식이 없는 사나이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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