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둠이 깔린 낙양,
낙양에서도 후미진 곳에 자리한 한 객점, 객점 입구에 내 걸린 등에는 만루(滿樓)라 적혀 있었다. 그때 객점에 딸린 마방 쪽에서 두 사나이가 걸어왔다. 흐릿한 불빛에 드러난 사나이들은 고천수와 함께 온 철인(鐵人), 양국환이었다.
“어서 옵쇼.”
두 사람이 객점으로 들어서자,
키가 작달막한 20대 점소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묵어갈 방이 있는지 모르겠군.”
철인 양국환이 객점 안을 휘 둘러보며 말했다.
“딱 하나 남은 방이 있기는 한 뎁쇼. 제일 좋은 방이라...”
눈치를 보는지 흘끔거린 점소이가 말끝을 흐렸다.
“좋네, 그 방을 주게, 일단 배는 채우고 올라가야겠지,”
“예-예-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점소이의 안내로 빈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맞은편 탁자를 바라보며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찡그렸다.
객점은 크지는 않았지만 십여 명의 손님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음식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자들이 있었다. 맞은편 탁자에 앉아 술판을 벌이는 두 명의 청년과 여인이었다. 청년들은 몸집이 좋았으며 여인은 접대부인지 화장을 짙게 하고 있었다.
두 청년은 한 여인을 가운데 앉혀놓고 희롱을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여인이 사나이들 희롱을 맞장구치듯 받아주는 것을 보면 서로 잘 아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슴을 만지며 치마 속에 손을 넣는 등, 킬킬 호호거리는 작태는 가관이었다. 그들의 하는 짓거리가 못마땅한 천수와 국환은 눈살을 심하게 찌푸렸다.
“젊은 놈들이 할 일도 없나 이런 데까지 와서 지랄이게,”
국환의 입에서 막말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점소이가 얼른 나섰다.
“손님, 말조심하십시오. 저 형들은 저잣거리의 뒷골목 왕초들입니다.”
“왕초 좋아하네.”
“이 사람아, 참으시게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말고,”
“이봐! 지금 우리보고 한 말이냐?”
천수가 나선 순간이었다.
얘길 들었는지,
한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점소이가 급히 나섰다.
“아, 아닙니다. 형님들, 손님 주문하시지요.”
“일단 소면을 갖다 주게. 나 양국환이 버러지 같은 놈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단번에 고쳐놓고, 먹을 것이네.”
“손님, 이거 큰일 났네.”
“이보게 철인, 어쩌려고,”
“어쩌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니까?”
“이거야 원, 자네 성질을 누가 말리겠나. 맘대로 하게,”
천수는 철인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더는 말리진 않았다.
옆에 서 있던 점소이만 울상이었다.
“어쭈, 검만 들고 다니면 다냐? 이곳에선 우리가 왕이다.”
“미친놈,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 겉멋만 들어선,”
“뭐라! 미친놈, 좋다. 새끼야, 나이깨나 먹었다고 봐주는 건 없다.”
“군말 말고 따라 나와라! 누가 왕인지 가르쳐 주마!”
철인은 검을 들었다가 탁자에 도로 내려놓곤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 두 청년은 눈짓을 교환하곤 철인을 따라 나갔다.
“손님은 안 나가 봅니까?”
“걱정하지 말게, 가서 음식이나 가져오게,”
“예 그리합지요.”
철인 양국환은 고천수와 동갑인 45세로서 낭인 출신이다. 철포공이라는 외공을 익혀 철인이라 불렸으며 어지간한 검상은 끄떡도 없는 인물이었다. 한날 천수와 국환은 진충원의 명에 따라 표물을 운송한 적이 있었다. 그때 복면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었다.
그 당시 복면 괴한들의 수가 많았으므로 힘에 부쳤다. 게다가 괴한들의 수장인 자가 대단한 고수였다. 그 바람에 위기를 맞게 되었다. 천수는 여러 명을 상대했음에도 대등했다. 그러나 국환은 수장인 자에게 밀려 절체절명(絶對絶命)의(絶對絶命)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싸움 중이었던 천수가 검을 던져 국환을 구했다.
그 바람에 천수는 상대의 검에 검상을 입었고 괴한의 수장은 천수의 검에 죽었다. 괴한들은 수장이 죽자 전의를 상실한 나머지 도주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벗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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