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2권 18

썬라이즈 2022. 12. 1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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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3, 예기치 않은 기연(奇緣)

 

휘이잉--

사라락- 사라락--

대나무숲으로 위장된 죽성(竹城)이 은은한 달빛에 흐릿하게 드러났다. 그때 서늘한 가을바람이 숲을 흔들며 지나갔다. 요소, 요소엔 등불이 밝혀지긴 했으나 대나무를 흔들며 지나가는 음산한 바람 소리 외엔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뿜어지는 살벌한 기운은 이곳이 죽성임을 대변했다.

죽성에서도 요지에 세워진 오층 전각,

자정이 임박한 시간임에도 오층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창문 안은 붉은 안개로 자욱했다. 바람에 등불이 흔들거리는지 안개도 한 번씩 일렁거렸다.

흐릿한 안개 속, 제법 넓은 방이었다. 북쪽에 마련된 제단엔 커다란 청동 향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제단 아래엔 붉은 장포에 머리를 산발한 한 사나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붉은 안개는 바로 청동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이 안개로 화한 것이었다.

마환류혼(魔環流魂)염라수라공(閻羅修羅功)을 능가하다니, 광마가 큰소리 칠만도 했어, 흐흐, 광마! 머지않았다. 내 늙은이의 도움 없이도 마환류혼을 대성하고 말 것이다. 쳐 죽일 늙은이, 그동안 세운 공을 인정하여 살려두는 것이니, 오래 살아라! 내 한번은 찾아갈 것이니,”

사나이의 입에서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음사(陰邪)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차례 중얼거린 사나이가 천천히 일어서선 창가로 걸어갔다. 사나이가 움직일 때마다 붉은 안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일렁거리며 사나이를 감쌌다. 붉은 안개가 걷히는가 싶었는데 불쑥 사나이 얼굴이 창가에 나타났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붉은빛이 감도는 눈빛만 아니라면 인자해 보이는 진충원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붉은 장포를 걸친 흉신(凶神)처럼 무섭기가 악마와 다름이 없었다.

마환류혼이라는 무공을 연마한 증표인가,

마환류혼은 사황련의 태상 호법이었던 광마의 진신 무공이었다. 진충원은 어린 시절 광마를 친할아버지처럼 따랐었다. 광마 역시 진충원을 아들처럼 손자처럼 귀히 여기며 무공을 가르쳤다. 진충원은 어린 나이었지만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결심으로 광마에게 순종했다. 그리고 광마에 의해 차기 사황련 련주로 키워졌다.

그러나 진충원은 나이가 들고 무공에 조예가 깊어지자 스스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광마와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광마와 동급인 염라천에게 무공을 배우면서 그 틈새는 더욱 벌어졌다.

사황련엔 두 기둥이 있었으니 광마와 염라천이었다.

그들은 전대 련주를 보필했던 호법들로서 진충원의 태상 호법이었다. 광마는 마환류혼(魔環流魂)이라는 절대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었고, 염라천은 염라수라공(閻羅修羅功)이라는 악마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광마와 염라천은 친구이기 이전에 무공의 우위를 따지는 호적수였다. 그러나 염라천에겐 전대 련주 때부터 광마가 걸림돌이었다. 광마는 전대 련주에게 신임이 두터웠지만 염라천은 일종의 종에 불과했다. 게다가 련주는 임종하면서까지 후사를 광마에게 맡겼다. 그 일로 광마는 자연스럽게 제 이의 사황련을 일으켜 세우는데 중추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광마는 차기 련주에게 무공을 가르치면서도 염라수라공은 사악한 무공이라하여 배제 시켰다. 그때부터 염라천은 명령을 받게 되었고, 힘든 일은 도맡아서 처리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되었다. 결국은 염라천에게 있어 광마는 친구가 아니라 원수가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츰 사이가 벌어졌고 보이지 않는 시기와 권력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광마는 진충원과도 소원해졌다. 그 때문이었을까, 광마가 암동에 갇히게 되었고, 염라천과의 권력다툼도 끝이 났다. 벌써 20년 전 일이었다.

부주가 원세를 봤겠지, 뭔가 확실한 답을 보내올 것이야, 일단 원세 그놈은 여랑의 영무로 두고...”

진충원은 원세를 본 뒤로 찜찜한 것이 있었다.

혹시 암동에서 광마를 만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진충원은 원세가 아비인 천수에게 무공을 배웠을 것으로 생각은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암동에서 광마를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찜찜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음이었다. 결국은 귀곡부 부주인 염라천에게 원세의 내력을 세세하게 파악해 올리라는 전갈을 보내놓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암동에 갇힌 광마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일곱 그루의 적송이 버티고 있는 여랑의 처소가 은은한 달빛 아래 잠들어 있었다. 바람이 지나가자 잠꼬대하듯 창문이 흔들거렸다. 밤잠을 설치는지 반쯤 열린 창으로 불빛이 흘러나왔다. 그때 창가로 달덩이 같은 여랑의 얼굴이 나타났다.

원세야! 오늘은 독안(獨眼) 할아버지에게 장풍과 강호 무림이 어떤 곳인지 강론을 들었어, 정말이지 강호 무림은 무서운 곳이더라, 대자연의 섭리가 무색할 정도로 약육강식의 세계야, 그리고 장풍은 말이야, 세상에 사람도 죽일 수 있단다. 장풍의 위력을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거야, 원세야, 너도 수련 잘 받고 있겠지,”

반달을 바라보고 있는 여랑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여랑의 얼굴은 다소 수척해 보이긴 했지만 전보다는 많이 밝아 보였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여랑을 기쁘게 만든 모양이었다.

허약하기만 했던 여랑으로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랑이 기뻤던 것은 아버지와 원세를 도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그 바람에 여랑은 밤잠도 설쳐가며 무공서적을 탐독했고 칠로들의 강론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여랑은 날마다 배운 것을 원세가 옆에 있는 것처럼 얘길 했다. 어제는 왕인 할아버지에게 강론을 들었고, 경공술에 관하여 얘길 했었다. 원세와 대화하듯 얘기하는 시간이 여랑에게는 하루의 일과 중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원세야, 내일은 독공에 대해 강론을 들을 꺼야, 내일 또 얘기해, 잘 자...”

졸음이 오는지 여랑은 하품하며 창문을 닫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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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 윈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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