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은 책을 펼쳐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술 언저리와 눈가가 파르르 떨었다. ‘할아버지! 지금은 집에 내려갈 수가 없어요. 아직도 놈들이 저를 찾겠다고 난리인가 봐요. 그런데 할아버지, 보퉁이를 잃어버렸으니 어쩌지요. 보퉁이엔 중요한 것이 들어있었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할아버지!’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눈을 뜬 소연은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기자 곰팡이 냄새가 났다. 비록 퇴색은 되었으나 등불에 비친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춤추는 그림들이었다. 그림 밑에는 주해(註解)가 깨알 글씨로 촘촘히 쓰여 있었다.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림에 몰입되어 갔다. 선녀의 춤추는 동작은 아주 섬세하고 유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발동작 하나하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