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가깝고도 먼 이별 천지봉 일대가 생기로 넘쳐났다. 땅속에서 꿈틀대던 생명들은 기지개를 켜대며 밝은 세상을 먼저 보려고 아우성을 쳤고, 이미 밝은 세상으로 나온 생명들은 따듯한 일광욕을 즐겼다.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고송 하며 온갖 나무들이 활개를 쳤다. 철쭉은 자랑하듯 붉은 꽃잎을 피워 물고 진달래를 건네다 보고, 분홍꽃망울을 송송히 매달은 진달래는 게눈 뜨고 눈을 흘긴다. 촉촉이 젖은 능선은 불꽃처럼 철쭉꽃이 지천이다. 황의를 입은 한 젊은이가 철쭉꽃 사이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젊은이의 허리엔 손도끼가 매달려 있었고 눈엔 깊은 상념이 어렸다. “소연아! 넌 지금 어디 있니? 이제야 너를 찾아 나섰다. 정말 미안하다. 소연아!” 무룡은 능선에 올라서더니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만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