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태궁의 죽음 만화곡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낮게 깔렸던 안개가 햇살에 흩어지며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탐스런 꽃송이마다 영롱한 진주들이 방울방울 열렸다. 햇살이 진주들을 보듬자 방울방울 진주들이 부끄러운 듯 꽃송이 속으로 숨어든다. 세상에 이렇듯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이슬을 머금고 활짝 웃던 국화꽃들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치떴다. 국화꽃들은 사뿐사뿐 걸어오는 여인을 넋을 놓고 쳐다본다. 여인은 옅은 보랏빛 장의(長衣)를 입었으며 손에는 작은 대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백옥처럼 깨끗한 이목구비가 가히 선녀의 하강을 보는 듯했다. 산들거리는 미풍에 찰랑찰랑 나부끼는 긴 머리가 더없이 마음을 산란케 했다. “할아버지, 뭐하세요.” “소연이 왔구나, 후우, 공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