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엔 언제 왔는지 원세가 서 있었다. 원세는 두런두런 들리던 말소리가 뚝 그치자, 잠시 방문을 응시한 채 서 있었다. 대략 숨 열 모금쯤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대답이 없자 쓴 미소를 지은 원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소인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만,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지요. 편히 쉬십시오.” “......” ‘공연한 짓거리를 했어, 언제는 편하게 지냈나,’ 원세는 하룻밤 편하게 보내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정말이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한 원세가 막 돌아섰을 때였다. 덜컹- 방문이 열리고 노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뉘신지?” “할아버지! 하남으로 가는 나그넨데, 밤이슬이라도 피할까 들렸습니다. 놀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원세는 돌아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