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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 7

검투사의 아들 20

날이 밝았다. 두 필의 흑마가 객점 앞에 세워져 있었다. 객점에서 나온 천수와 국환이 굳게 손을 잡았다 놓으며 말에 올라탔다. 헤어지기가 섭섭했을까, 그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철인, 내 부탁 잊지 말게,” “추객, 제수씨까지 내가 책임지지,” “떽, 아무튼 몸조심하시게,” “내 걱정은 말고 자네나, 아무튼 우리 두 달 후에 보세!” “두 달 후에--- 이랴!” “이랴!” 히히힝- 히히힝- 두 사람의 채찍질에 말이 앞발을 높이 들어다 놓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동서로 갈린 길을 말들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배웅하러 나왔던 점소이가 양쪽을 향해 번갈아 손을 흔들어댔다. ----- 그 시각이었다. 계곡의 암동, 정적과 어우러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청아하게 암동을 울렸다. 언제 머리를 손질해..

검투사의 아들 2021.11.02

검투사의 아들 18

여기는 어둠이 깔린 낙양, 낙양에서도 후미진 곳에 자리한 한 객점, 객점 입구에 내 걸린 등에는 만루(滿樓)라 적혀 있었다. 그때 객점에 딸린 마방 쪽에서 두 사나이가 걸어왔다. 흐릿한 불빛에 드러난 사나이들은 고천수와 함께 온 철인(鐵人), 양국환이었다. “어서 옵쇼.” 두 사람이 객점으로 들어서자, 키가 작달막한 20대 점소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묵어갈 방이 있는지 모르겠군.” 철인 양국환이 객점 안을 휘 둘러보며 말했다. “딱 하나 남은 방이 있기는 한 뎁쇼. 제일 좋은 방이라...” 눈치를 보는지 흘끔거린 점소이가 말끝을 흐렸다. “좋네, 그 방을 주게, 일단 배는 채우고 올라가야겠지,” “예-예-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점소이의 안내로 빈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맞은편 탁자를 바라보며 주름이 잡..

검투사의 아들 2021.10.26

검투사의 아들 16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원세와 괴인은 2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앉은 상태로 꿈쩍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갔을까, 원세의 산발한 머리칼 사이로 살짝 드러난 눈꺼풀이 파르르 떨었다. 운공도 운공이지만 정신력의 한계에 달했는지, 원세는 주화입마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놈! 뭘 꾸물거리느냐? 냉큼 일어서거라!” 별안간 암동이 들썩거렸다. “윽, 누구지?” 원세가 답답한 신음을 흐리곤 눈을 번쩍 뜸과 동시 벌떡 일어섰다.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꿈에 볼까 무서운 괴인의 모습이었다. 원세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원세가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누구?” “킬킬킬- 이놈!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왔느냐?” 괴인의 머리칼 사이로 형형..

검투사의 아들 2021.10.20

검투사의 아들 14

으스스한 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땐 오싹오싹 한기가 들었고 겁이 나기도 했다. 몸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 “휴-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먹을 물이 있기는 할까, 어쨌든 냄새는 안 나서 좋다. 후-후, 후-휴--” 앞쪽을 노려보는 원세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마치 먹이를 찾아 나선 들짐승의 눈빛이었다. 몇 번 깊게 심호흡을 해댄 원세가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제법 힘이 들어간 발걸음에 철벙거리는 소리만 크게 동굴을 울려댔다. 들려오던 물방울 소리마저 철벙거리는 소리가 삼켜버렸다. 어어어-- 첨벙- 대략 50장은 들어갔을 것이다. 동굴이 이번엔 좌측으로 꺾였다. 원세가 조심스럽게 돌아서서 몇 걸음 내디딘 순간이었다. 발밑이 푹 꺼지는 바람에 원세의 몸은 그대로 물..

검투사의 아들 2021.10.14

검투사의 아들 13

날이 밝기는 이른 시각이었다. 진 가장 별당 뒤뜰, 청의 노인이 샛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때 한 사나이가 뒤뜰로 다가왔다. “의원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천수, 왔는가,” 사나이가 다가오자 노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무슨 근심이라도?” “근심은 무슨, 자네야말로 근심이 크겠군.” 노인이 천천히 돌아섰다. “예, 네에, 걱정됩니다.” “자네답지 않군, 그렇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원세 그놈은 사지(死地)에 갖다가 놔도 살아 나올 놈일세!” “저야 의원님 말씀을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 그런데 말이야, 이 시간에 날 찾아온 걸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그려,” “의원님! 분명하게 말씀을 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뭘 말..

검투사의 아들 2021.10.10

검투사의 아들 4

자정이 지난 시간임에도 은밀한 대화가 흘러나오는 곳이 있었다. 사람 접근을 불허한 곳, 후원의 한 전각 밀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쌍노!?” “회유해도 듣지 않는다면 이참에 죽이는 것이...” “그렇겠지, 면천을 시켜줄 수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천수와 계집은 죽이되 원세 그놈은 살려두십시오. 놈이 아비를 닮아 무골(武骨)이라 잘만 가르친다면 크게 쓰일 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쌍노!! 걸리는 것이 있다.” “제갈 세가와. 그리고 아가씨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을 귀곡부로 보내 살수 수련(殺手修練)을(殺手修練) 받게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살수가 탄생할 겁니다.” “역시 쌍노야,, 헌 데, 놈은 죽은 목숨 아닐까?” “주인님! 원세 그놈은 꼭 살아서 나올 놈입니다..

검투사의 아들 2021.09.16

검투사의 아들 2

소년이 아버지의 손에 끌려간 지, 한 시진이 지났다. 여기저기 등불이 내 걸린 장원은 적막이 감돌았다. 그때 한 허름한 전각인 와가(瓦家) 안에서 여인의 흐느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흑, 불쌍한 내 아들, 어쩌겠느냐, 부모 잘못 만난 탓인걸, 하지만 원세야! 너는 종이 아니다. 이점 명심해라. 그리고 아들아! 언젠가는 아버지께서 내력에 대해 다 말씀을 해주실 것이다. 으흑, 흑흑,” 흐릿한 불빛에 드러난 방안은 깨끗하긴 했다. 서책 몇 권이 놓여있는 책상 앞이었다. 한 여인이 흐느끼며 서책을 쓰다듬고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상심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여인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뜯어볼수록 인자해 보였고, 비록 남루한 치마저고리를 입고는 있었으나 몸에서..

검투사의 아들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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