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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57

악마와 거래했다. 24

범선이란 학생이 대박이를 흘끔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고 아줌마도 짜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박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많이 먹으라는 뜻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다른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현 상황을 주시했다. “......” “여기 리필...” “배가 부르면 맞짱 뜰 때 불리할 텐데,” 두 학생이 두 그릇을 비우고 리필 추가요.라고. 말하려는 순간, 대박이의 싸늘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제길, 알았습니다. 알았어,” 범선 학생이 인상을 써댔다. “야, 인상 펴라, 그리고 너희들, 맞짱 뜨러 가기 전에 통성명은 해야겠지, 그래야 내가 어떤 놈을 아작을 냈는지 알 거 아니냐, 난 박 대박이라고 한다. 아직은 백수건달이다.” “통성명 못 할 것도 없지요. 저는 대상상고 2학년 김 종인입니다. 현재 ..

검투사의 아들 22

원세가 잠에서 깬 시각은 다음날 정오쯤이었다. 원세의 잠자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노인이 원세가 눈을 뜨자마자 호통을 치듯 말했다. “어린놈이 늦잠은, 그렇게 게을러서 뭘 찾겠다는 게냐! 한심한 놈 같으니, 이놈아! 자고로 부지런한 자만이 뜻한 바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느니라! 네놈처럼 게을러터져선 끼니는커녕 굶어 죽기 딱이지, 알겠느냐! 이놈아!” “아 함, 훤히 날이 밝은 걸 보니, 정오쯤 된 것 같군요.” 하품하며 부스스 일어난 원세는 못 들은 척 하품을 해댔다. 그리곤 하늘을 올려다보며 동문서답(東問西答)식으로 말했다.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킬킬, 좋다. 이놈아, 어디 굶어봐라! 얼마나 견디는지,” “할아버지, 가르쳐주지 않을 거면 가만히 계세요. 다 제 문젭니다.” “이놈아!..

검투사의 아들 2021.11.08

시/욕망이라는 것

욕망이라는 것 시/썬라이즈 가슴에 갇혔던 욕망이 애절하게 부르기에 따라갔더니 하늘 닿을 봉우리에 앉힌다. 하늘 보라 하여 하늘 보니 중천에 떠오른 태양이 사정없이 정수리를 달군다. 막힌 숨구멍 아예 타버려 뻥 뚫려 죽은피는 분수처럼 솟아라!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고 온통 빨개진 세상을 안고 육신마저 활활 불타올라라! 충혈된 눈으로 세상을 보니 욕망이란 놈만 살판났다. 욕망이란 놈, 이승에서 제일 뻔뻔한 놈이다. 욕망아 이놈! 저승 가기전에 착하게 살아라! 욕망(慾望)은 분수를 모른다./이성으로 잡아라!

2021.11.08

박항률 그림의 고요와 명상

자연사랑은 아이들 미래입니다. 착한 말들이 천금이다. -썬라이즈- 박항률 씨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쿵!』하고 바위 하나가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바위가 꽃잎이 되어 사뿐히 내 가슴의 또 다른 곳에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그림에서 우러나오는 고요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강과 소년, 일찍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정적, 그 고요함의 깊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박항률의 그림 앞에 서면 늘 침묵과 고요함을 느낀다. 유혹, 그것은 이 소란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어느 한순간, 담벼락 모퉁이에 홀로 피어 있는 백일홍을 보고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었을 때 느껴지는 ..

이미지 세상 2021.11.08

잉어와 대나무 꽃

작품명: 春雪(이웃님 소장) 자연사랑 어린이 사랑 자연사랑/어린이 사랑 어린이 사랑/자연사랑 위, 대나무 꽃 대나무 꽃은 수명이 다한 대나무가 고사할 무렵 마지막 혼을 불사르듯 꽃을 피우며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대나무 꽃이지만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모란화(이웃님 소장) 모란화는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자연사랑은 어린이들 희망이며 미래이다.

이미지 세상 2021.11.07

검투사의 아들 21

꼬르륵, 꼬르륵, 꼬륵, 물배만 채워서인지 꼬르륵 소리가 심하게 났다. “제길, 전량을 가지러 가긴 정말 싫은데...” “내 말만 듣는다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먹을 것을 주지,” 노인은 눈도 뜨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됐습니다. 내 굶어 죽고 말지 사람은 안 죽입니다.” “그래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보자, 썩을...” “......” ‘저놈을 어떻게 해서든 제자로 삼아야 한다. 제자가 아니더라도 무공을 가르쳐 그놈만은 꼭 죽이게 해야 하는데, 음,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련주님, 보고 계십니까? 제 신세를 보십시오. 련주님의 엄명이 아니었다면 벌써,’ 노인의 입에서 회한에 사무친 자조가 흘러나왔다. ‘할아버지에게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참, 불쌍한 할아버지네. 그런데 그동안 먹..

검투사의 아들 2021.11.05

악마와 거래했다. 23화

다음날 정오가 지난 시각이었다. 대박이가 길 건너편에서 식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희망이네 분식집 건물은 서면로터리에서 양정동 방향 대로변에 있었다. 그러니까 대박이 할아버지가 땅을 살 때 대지의 평수는 77평이었다. 하지만 77평이란 평수에 비해 폭이 좁아서 처음엔 망설였었다고 한다. 도로를 접한 폭이 좁으면 상가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땅을 산 것은 시세보다 싸기도 했거니와 위치상으로 어떤 장사를 하던 잘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매입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허름했던 건물을 헐어버리고 평생 살집으로 지금의 2층 건물을 튼튼하게 지었다. 1층에는 식당을 하고 2층엔 가정집으로 사용하면 대대로 밥은 굶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셨..

시/7의 변명

7의 변명 시/썬라이즈 나는 사람들이 부여한 행운이란 숫자올시다. 나는 행운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닐 때부터 행운의 숫자 된 것이 벼슬인 줄 알고는 사람들 앞에 우쭐대며 나섰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진실이 아닌 허상에 울고 웃었고 나는 氣高萬丈 숫자놀음만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선택한 사람이 울고 있기에 이유가 무엇일까 7일 밤낮을 성찰한 끝에 숫자일 뿐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허울과 관습에 길들여진 바보 멍청이 못난이올시다. 사람들은 멍청이입니다. 아직도 나를 행운의 숫자로 부릅니다. 허울과 관습에 길들여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멍청이였습니다.

2021.11.05

시/바다엔 말뚝 사내가 있다.

바다엔 말뚝 사내가 있다. 시/썬라이즈 짠 삶을 끌고 밀물이 밀려왔다가 어깨에 얹혔던 걱정 하나 싣고 돌아가면 갯벌에 남은 발자국 게 한 마리 집 짓고 게거품 일으키며 짝을 기다린다. 한 세월 바다만 바라보다가 게거품 방울 되어 하늘 날아오르면 타임머신을 타듯 방울 속으로 들어가 먼 과거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 하늘 맞닿은 고향 산 벗해 살았던 댕기머리 계집애 책 보따리 허리에 차고 시오리 길 성냥갑만 한 학교를 가고 상급학교 못 갔다고 눈물만 질질 짜던 계집애 비탈진 자갈밭 어미 따라 일구며 살다 중매쟁이 따라 읍내 다방에서 선보곤 달포 만에 족두리 썼네. 말뚝처럼 멋없는 새신랑 따라 가까운 온천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배 타고 떠난 하룻밤 사랑 씨앗 하나 남기곤 영영 돌아오지 ..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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