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에 살고 싶다 시 / 배미애 어린잎 키우는 이슬의 손결에 담장 밖에 잠든 치자꽃 눈 뜨게 하고 서늘한 꽃의 포옹에 안겨 온 하늘 저편 산딸기가 훔쳐둔 골짜기 이르면 풀의 허리로 떠온 연한 안개에 호수 같은 숲 우거지게 하는 그 사랑에 살고 싶다 밤새 아이스크림처럼 피어난 봉선화 이파리 분내 같은 고개 가누면 산새 울을 소리에 묻어도 싹트다 멍이 되던 들꽃의 꿈 형 같은 구름에 투명히 열리게 하는 그 사랑에 살고 싶다 물의 깊음 오래 듣게 하다 바람의 얕음 깨닫게 해 돌틈에 애쓰며 피어나던 어느 눈물이 전하는 나무의 어제 비누향 같은 가슴으로 품어주어 반백의 세월로 불러도 옹이 같은 빛으로 남는 그 사랑에 살고 싶다 맑은 기도로 내리는 산그림자 위해 해 같은 나뭇잎 내어주는 그 고요한 울림에 잔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