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7일 새해를 맞이한 지 7일째다. 오늘도 나는 고당봉에 올라가 경자년(庚子年)에는 꼭 손자가 벌떡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천지신명께 빌고 있을 때였다. 괴상하게 생긴 적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신선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놀라긴 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당한 척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내게 뭔 볼일이냐고? 사실 신선이라면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모부터가 청수하고 위엄이 있으며 백염을 멋지게 기른 편안한 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인은 치렁치렁한 적발에 먹빛 장포를 입었고 마주치기조차 싫은 눈빛에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도 최악이었다. 꿈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노인이었다. 나는 적발 노인이 청수한 외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