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인과 시인 시/썬라이즈 햇볕 손짓 따라 길 가던 시인 아랫목처럼 따끈한 담벼락 밑 구걸하는 걸인을 보고 가난한 영혼이다 생각했습니다. 문득 떠오른 시상에 옳다구나 그 옆에 한참 동안 쪼그리고 앉아 요리조리 뜯어보다 손뼉도 치고 이것이 인생이다 생각했습니다. 길 가던 노인이 이를 보고 별 거지같은 놈 다 보겠다며 뜻 없이 벗어든 베레모란 벙거지에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 넣고 갔습니다. 딴청만 피던 걸인 왈(曰) 밉상 맞은 상거지야, 아랫목 뺏고 밥줄까지 채가냐! 세상인심 무섭다며 눈을 부라립디다. 더럭, 놀란 시인 가나한 영혼은 자신임을 깨닫고 눈부신 허공만 올려다봤습니다. 겨울 어느 날 지하철 입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