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정의 뿌리를 자르다.

썬라이즈 2023. 10. 1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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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뿌리를 자르다

 

시 / 돌샘 이길옥

 

너를 다시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신발 닳도록 헤매어 찾고

발바닥 부르트도록 뒤졌는데

이리 쉽게 만날 줄 알았더라면

헛고생으로 몇 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에 대못으로 피멍을 박아 걸어놓고

스리슬쩍 야반도주한 몰인정에

무딘 칼을 갈아 섬뜩한 살기의 날을 세웠는데

뻔뻔하게 내 앞에 얼굴 내미는 넉살에

맥이 풀려 들었던 칼을 놓치고 만다.

 

태연한 헛웃음으로

내 속에 끓는 분의 맥을 짚고

얼렁뚱땅 제 허물을 걷어내는 재주에

뼛속에 가두어 키웠던 원통함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만다.

 

*****

 

초동문학 운영자 드림

 

^(^,

초동문학 감사합니다.

 

늙는 것을 두려워 맙시다.

하루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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