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2권 29화

썬라이즈 2023. 2. 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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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하남성(河南省),

하남성 서쪽 끝에 자리한 영악산(靈嶽山)이 노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언제부터 모여 있었을까, 영악산 중턱에 대략 20명쯤 되는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대단한 무위를 지녔을 무사들은 산 아래에 펼쳐진 영보현(靈寶縣)이라는 읍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악산은 섬서성과 산서성의 경계에 있는 산이었고 산자락을 끼고 들어선 영보현은 하남성에서도 제법 큰 현으로 알려진 읍성이었다.

 

저 아래, 흰 깃발이 꽂힌 장원이 백리세가다. 가주인 천룡도신 백리청은 무림맹 대 총관이다. 현재 세가엔 오십여 명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개중엔 무공을 익힌 자들도 이십여 명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정을 기해 기습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한 놈도 살려둬선 아니 될 것이다.”

 

복명! 복명!!!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적발 노인의 일갈에 무사들이 일제히 복명 했다. 하지만 복명 소리는 어떤 강막에 막혔는지 장내를 맴돌다 흩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적색 머리띠에 흑색 무복을 날렵하게 차려입은 무사들이었다.

 

적발 노인,

그는 다름 아닌 죽성에서 봤던 적노(赤老)라 불렸던 노인이었다.

 

적노는 련주의 명에 따라 무림 세가들을 축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미 다른 무림 세가에도 암행 무사들이 출동한 상태였다. 이들의 일차 목표는 50년 전 정사대전에 참가했던 세가들이었다. 그 무림 세가들은 제갈세가를 제외한 남궁세가(南宮世家)와 모용세가(慕容世家), 황보세가(皇甫世家), 백리세가(百里世家) 등이었다.

 

 

산자락을 끼고 지어진 장원의 대문엔 백색 깃발이 높이 꽂혀있었다. 백색 깃발은 바람에 나부꼈고, 깃발엔 백리세가(百里世家)란 글씨가 웅후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깃발 때문에 멀리서 봐도 장원이 백리세가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백리세가는 50년 전 정사대전에 참가하면서부터 강호 무림에 그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대 가주였던 백리영걸은 정의를 위해 가신들을 데리고 대전에 참가했었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백리영걸은 그 공을 인정받아 초대 무림맹 대 총관에 임명되었다.

 

그 후, 백리영걸이 노환으로 죽자 그 뒤를 이어 백리청이 맹주의 추천으로 대 총관에 임명되었다. 그때부터 강호 무림에 백리세가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정의를 중시여기는 세가로 평가를 받았다.

 

 

그 시각이었다.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백리세가,

활짝 열려있는 대문 앞을 60대로 보이는 황의 노인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마음이 산란한 것이 안 좋은 소식이라도, 그런데 저자는 세가로 오는 손님인가?’

 

그때였다.

세가로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멀고 먼 길을 달려왔는지 행색이 엉망인 30대 사나이가 기진맥진 노인 앞으로 다가왔다. 백의 무복은 땀에 절어 얼룩졌고 곧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뉘 신지?”

 

노인이 다가오는 사나이를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노인장! 무림맹 대 총관의 명을 전하러 왔습니다.”

가주께서 요.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노인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음인지,

사나이를 부축해 안으로 모셨다.

 

장원의 대문을 들어서자 우선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청으로 향하는 길은 비질이 깨끗하게 되어있었고, 정원수들도 겨울을 대비하여 손질이 잘 되어있었다. 무엇보다도 세가 분위기가 청명한 하늘처럼 맑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대청,

세상에 눈이 번쩍 뜨이는 천하절색의 미녀가 사뿐히 걸어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일견하기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여인은 붉은 모란이 수 놓인 눈처럼 흰 장옷을 입었으며 머리는 빗어 올려 청색 옥비녀를 꽂았다.

 

집사 할아버지! 그 손님은 누구?”

아가씨! 가주께서 보낸 사람입니다.”

~! 할아버지께서, 어서 이쪽으로 모시세요.”

 

여인의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다가 펴졌다.

 

무슨 일이지?’

 

사나이의 행색을 훑어본 여인은 심상치 않은 소식임을 직감했다. 그래도 여인은 침착하게 대청 한쪽에 놓인 탁자로 걸음을 옮겼다.

 

아가씨! 소인은 호위무사 사마일, 입니다.”

 

사나이는 눈부신 여인을 감히 마주 볼 수 없었든지 눈을 내리깔곤 머리만 숙여 보였다. 그리곤 들고 있던 검을 옆에 놓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고생이 심하셨던 것 같군요. 우선 요기라도,”

아닙니다. 먼저 대 총관의 전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 총관께선 근래에 불순한 세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심상치 않다니요?”

그게 그러니까, 사황련 같은 불순한 세력들이 무림맹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각 군소 방파나 무림 세가를 기습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셨습니다. 이를 각 방파와 세가에 연락하는 중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그 불순한 세력이 우리 세가도 기습할 거란 말씀이군요.”

“.......”

 

그렇습니다. 아가씨! 특히 백리세가는 무림맹과 깊은 연관이 있으니, 놈들의 표적 일 순위일 겁니다. 그리고 소인은 대 총관 명에 따라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런 수고까지, 알겠습니다. 집사 할아버지!”

예 아가씨!”

우선 무사님께 음식을 대접하세요. 그리고 목욕물도, 숙소는 일단 객방을 쓰시게 하고, 회의를 소집하세요.”

 

“... 곧 준비하겠습니다.”

소인도 회의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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