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라는 날짜는 빠르게 지나갔다.
여기는 커다란 암동(巖洞),
천장에 박힌 주먹만 한 야명주에 암동의 전경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폭은 7장쯤 되었고 천장 높이만도 5장이 넘을 것 같았다. 암동 한쪽 벽은 인위적으로 만든 서고로서 백여 권의 무공서적이 꽂혀있었다.
그 옆에 놓인 검 걸이엔 세 자루의 예사롭지 않은 검이 걸려있었다. 맞은편 암벽 밑엔 움푹 파인 작은 샘과 옆에 놓인 작은 항아리가 있었고, 특이하게 암동 중앙에 솟아있는 반 장 높이의 원형 암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앉아있었을까?
한 젊은이가 암반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젊은이는 숨을 고르게 내쉬며 운공 중이다.
“제길, 제자가 되기 싫으면 무공을 익혀 교두를 이기라고, 세상에 광마 할아버지 같은 괴팍한 할아버지가 또 있었네. 정말 교두를 이길 수 있을까, 앞으로 한 달이라!”
암반 위 젊은이는 바로 원세였다.
원세는 10일 전 쌍살녀 처소를 나와 곧바로 교두에게 갔었다. 이를 알아챈 부주가 그대로 놔두질 않았다. 부주는 사람을 보내 교두와 원세를 함께 호출했다.
‘원세는 듣거라! 오늘부로 원세 너를 나의 마지막 제자로 거두겠노라!’
“......”
원세는 이미 짐작한 일이기에 부주의 명임에도 망설임 없이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부주는 분기탱천했다.
‘피 같은 염라환, 아이고 아까운 것,’
부주는 제자로 삼겠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원세가 자신 앞에 넙죽 엎드릴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단호하게 거절당하자 기가 막혀 말문이 콱 막혔었다. 세상에 이런 놈도 다 있나,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고 별종으로 생각했다.
‘네놈이 뭘 믿고, 기고만장이냐! 내 제자가 된다면 천하에 무서울 것도 부모님 원한도 쉽게 갚을 수 있을 터...’
‘부주 할아버지, 저는 누구의 제자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제 능력으로 수련도 받고 무공도 익히겠습니다.’
부주는 공갈 협박에 회유도 해봤다.
하지만 무슨 말로도 원세의 굳은 결심은 꺾지를 못했다.
이를 지켜보는 교두와 쌍살녀만이 언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사색(死色)이 된 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원래 부주인 염라천의 성정은 자신의 뜻에 반한다면 어떤 수를 쓰던 상대를 굴복시키는 인물이었다. 그런 부주는 한번 역정을 내면 주위에 누가 있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손을 썼었다. 그 손속에 무고한 주위 사람들이 다치거나 심한 경우엔 명을 달리하는 자도 있었음이었다.
‘클클, 좋다. 교두! 일단 이놈을 데려가 상급수련을 받게 하라! 7일간 수련을 받고도 결심을 꺾지 않을지 내 두고 볼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원세는 즉시 교두에게 끌려가 상급수련이라는 살수 수련을 받았다. 상급 살수 수련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혹독한 훈련이었다. 이는 수련생들이 단계별로 1년에서 2년을 수련받고 그 수련에서 통과한 자들만이 받는 마지막 수련 과정이었다. 그것도 6개월간 단계별로 받아야 할 수련을 원세는 단 7일 만에 끝내야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4일간 모의 수련에 들어갈 것이다.’
“......”
교두의 일갈에 원세는 4일간 열사(熱砂)의 모래밭에 버려졌다. 4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실전 같은 모의 수련을 받았다. 상대는 교관들이었고 그들은 밤낮없이 바람처럼 귀신처럼 나타나 원세를 공격했다.
열사로 인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원세는 교관들의 공격에 방어할 틈도 없이 번번이 죽지 않을 만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3일이 지나고 4일째는 오히려 원세의 역습에 교관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오늘부터 삼 일간 모래밭에 묻을 것이다. 네가 결심을 꺾는다면 당장에라도 부주께 데려갈 것이다.’
‘저의 뜻은 죽음과 같습니다.’
“......”
원세는 열사의 땅인 사막에 그것도 쩔쩔 끓는 태양 아래 머리만 내놓고 삼 일간 묻혀있어야만 했다. 만약 원세가 음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렇더라도 원세의 얼굴은 벌겋게 타서 허물이 벗겨졌다. 그리고 입술은 바짝바짝 타서 쩍쩍 갈라졌고 흘러나온 피는 금방 말라붙었다.
어쨌거나 원세가 끔찍한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음공을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교두와 교관들의 눈을 피하려고 죽지 않을 만큼만 음공을 활용했다.
‘원세 이놈! 네놈이 7일간 잘 버텼지만 이대론 용서 할 수가 없다. 하루 동안 말미를 줄 것이니 생각을 바꾸도록 하라!’
“......”
곧 죽을 것 같은 만신창이의 몸으로 질질 끌려온 원세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주는 대단한 놈이라고 속으론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리곤 무슨 의도에선지 하루 동안 말미를 주었다. 그 하루 동안 모란과 동백은 원세를 씻기고 돌봤다. 두 자매의 속마음이야 아팠겠지만 부주인 사부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기에 돌봐주는 것으로 성심을 다했다.
‘무엇이라! 네놈이 정녕 죽기를 작정한 게로구나! 클클, 좋다. 좋아, 마지막 제의를 하겠다. 네놈 스스로가 힘을 키우겠다고 했겠다. 삼칠일 안에 무공을 익혀 교두와 결투하라! 그 결투에서 네놈이 이긴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 만약 네놈이 진다면 죽음이냐, 제자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놈! 왜 대답이 없느냐?’
‘부주 할아버지, 죽든 살든 따라야겠지요. 그런데 할아버지, 삼칠일은 짧고 한 달이면 뜻에 따르겠습니다.’
‘뭐라! 삼칠일은 짧고,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말이렷다. 좋다. 내 인심 써서 한 달로 하겠다.’
“......”
-----------계속
^(^,
설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응원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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