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에서 돌아온 모양이지,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러고 앉아있지, 동백 누나가 말했듯이 염라환이 영약임엔 틀림없다. 양공과 음공을 극대화시킨 것 같은 충만한 이 기운, 광마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일단 중 단전에 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활용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일단은 한 번씩 응용해서 펼쳐보겠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원세였다. 원세는 이미 동백이 가르쳐 준 구결을 통해 염라환의 효능을 제대로 갈무리를 한 상태였다. 불과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으니, 부주가 봤다면 기절초풍했을 것이었다.
부주도 자신이 만든 염라환의 효험을 보기까지 장장 6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했었다. 그랬으니, 부주가 현장에 없었다는 것이 원세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어쨌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염라공법이란 운공을 통해 원세가 당한 고통은 암동에서 당한 고통보다도 더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 고통으로 얻어진 지금의 결과였다. 어쨌거나 원세가 원양지체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 게다가 빙천과 만빙어로 얻은 극음지기의 영향도 톡톡히 봤음이었다.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네. 이젠 안심해도 되겠지, 어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네. 얼마나 용을 쓰던지,”
동백은 의자에 앉아 한시름 놨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백과 모란은 운공하는 원세를 지켜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체험했던 고통을 원세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세가 용을 쓰듯 고통을 당하자 동백과 모란도 자신들이 당하는 것처럼 몸을 비비 꼬며 난리를 쳤었다. 원세가 땀을 흘리면 따라서 땀을 흘렸고 얼굴과 목에 힘줄이 불거지면 고통당하는 원세 보다도 더 크게 신음을 흘렸었다.
그런 때에 부주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두 여인은 서로 미루다 티격태격 말싸움까지 벌였었다. 하지만 끝내는 언니인 모란이 졌고, 부주의 처소로 달려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원세는 차츰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사실은 원세로서도 염라공법의 두 갈래 구결을 어떻게 운용할까 고심했었다. 첫 번째 구결은 백회혈(百會穴)부터 시작하여 십이주천(十二週天)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구결은 주천(周天)의 관문인 미려관(尾閭關)에서 시작하는 구결이었다. 이는 심법 수련에 있어서 정상적인 수련법이 아니라 완전히 역행하는 수련 법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한다면 주화입마는 물론이고 즉시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원래 백회혈은 정수리를 뜻하며 미려관은 척추 끝인 꼬리뼈 부분을 말함이다. 정상적인 수련법은 기를 운공 함에 있어서 하단전에서 시작하여 회음을 거쳐 첫 번째 관문인 미려관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명문을 지나 독맥(督脈)이 있는 협척, 뒤통수인 옥침, 백회혈을 지나 상단전인 인당에 잠시 머물렀다가 중 단전, 임맥(任脈)을 거쳐 하 단전에서 끝이 난다. 이것이 일주천이다.
원세는 염라수라공을 익히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염라환의 공능을 중 단전에 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부주인 염라천으로서도 시도해 본적인 없는 원세만의 독특한 방법이었고 무림사 이래 원세가 최초의 인물일 것이었다.
원세가 무공에 조예가 깊었다면 염라수라공의 내공을 중 단전에 갈무리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예 상극의 내공들이라 흉화는 물론 중 단전에 갈무리한다는 것 자체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럼, 교두와 두 누나가 부주의 제자였단 말인데, 이거 나보고도 제자 되라고 하는 것 아냐? 아무래도 운공을 빨리 마치면 부주나 누나들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좋다. 이참에 내공 활용법이나 연구하자, 장풍도 연습하고, 그런데 장소가...’
원세는 교두와 암행위사, 쌍살녀가 부주의 제자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그리고 부주가 심혈을 바쳐 만들었다는 염라환을 서슴없이 내준 것을 보고 제자 삼으려는 의도였다면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운공을 일찍 마친 것이 오히려 걱정이었다. 하지만 원세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염라환의 진정한 효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음— 누나,”
“원세야, 괜찮니?”
원세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자 동백이 급히 다가왔다.
“억지로 진정은 시켰는데, 제기랄 죽을 뻔했네. 그런데 누나, 염라공법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염라수라공 말이야, 그걸 몰라서 제대로 갈무리가, 누나는 활용법 알지?”
“그랬구나. 그래서 고통이 더 심했을 거야, 그런데 염라수라공은 말이야, 나도 5성에 해당하는 내공을 익히는데도 3년이 걸렸거든, 너는 염라환을 한 알이나 먹었으니 그 공능이 엄청날 거야, 그러니 오랫동안 고생 좀 해야 할 걸, 그리고...”
동백은 염라환의 공능에 대해서 다시 설명하곤 그 공능을 제대로 활용해 10성의 내공을 쌓게 된다면 만독불침지신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공을 운용하려면 염라수라공인 무공도 별도로 익혀야 하는데, 구결은 알지만 부주님 만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미안함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누나 난 이만 돌아갈게,”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될 텐데...”
“그렇다고 여기서 잘 수는 없잖아,”
원세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오자, 동백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침소로 데려올 땐 사부의 명령도 명령이지만 엉큼한 사심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데려다 놓고 운공 하는 모습을 보니, 원세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어쩌면 사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래 여기서 잘 수도 없지, 일단 부주님께 가자,”
“누나! 그냥 갈게, 누나가 알아서 잘 말씀드려 줘!”
원세는 힘든 척하며 빠오를 나섰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나중에...”
동백은 쓴 미소를 지으며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걸 어째, 그래도 넌 내가 점찍었다.’
멀어지고 있는 원세를 쳐다보는 동백의 눈빛에 애틋함이 어렸다. 원세가 동백의 눈엔 대장부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계속
^(^,
현명한 사람이 되려거든 사리에 맞게 묻고,
조심스럽게 듣고, 침착하게 대답하라.
그리고 더 할 말이 없으면 침묵하기를 배워라.
- (라파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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