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어둠이 깔리고,
육십여 명의 수련생들은 정문 앞에 정렬해 서 있었다. 하나같이 사막을 뒹굴며 돌아다닌 듯 얼굴은 검붉게 그을었고 땀으로 범벅된 몸엔 모래투성이였다. 그들 앞엔 다섯 명의 교관들이 늘어서 있었고, 맨 앞에 나선 교두 장팔모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련생들을 훑어보며 교육하고 있었다.
“오늘도 고생했다. 이만 해산시켜라!”
교두가 힘이 실린 목소리로 명했다.
“일격필살! 모두 듣거라! 오늘도 수고들 했다. 일단 씻고 석식(夕食) 후,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라! 해산!”
일격필살! 일격필살!!!
한 교관이 교두에게 군례를 올리곤 수련생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수련생들이 일제히 일격필살(一擊必殺)이란 구호를 외치곤 호수로 달려갔다. 수련생들 나이는 20세 안팎으로 보였으며 하나 같이 무공에 일가견이 있는 듯 그 기도가 만만치 않은 젊은이들이었다.
“너희들도 수고했다. 나중에 집무실로 오라!”
“알겠습니다. 일격필살!”
다부지게 생긴 30대 교관들은 절도 있게 군례를 올리곤 수련생들을 따라갔다. 잠시 그들을 지켜보고 섰던 교두도 빠른 걸음으로 부주의 빠오로 향했다.
빠오엔 총령 갈양지도 늘 옆에 붙어있던 쌍살녀도 보이지 않았다. 부주만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한 번씩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어렸는데 그때마다 의자에 맡긴 몸이 흔들거렸다.
“사부님! 언제 나오셨습니까?”
교두가 빠오로 들어서며 크게 말했다.
“이놈아! 애들 수련은 안 시키고 예는 어쩐 일이냐?”
교두의 기척에 부주가 싸늘히 일갈했다.
“방금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사부님, 련에서 보낸 놈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아주 쓸 만한 놈입니다.”
“멍청한 놈, 벌써 만나봤다.”
“예, 거참 빠르기도 하시네. 그래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에헴, 볼 것도 없더라! 앞으로 수련이나 잘 가르쳐라!”
부주는 귀찮다는 듯 등받이에 기대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사부님! 잘못 보신...”
“이놈아! 뭘 잘못 봐! 그만 물러가라!”
“이거야 원, 알았습니다.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
교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빠오를 나섰다.
그때 음식이 담긴 커다란 그릇을 든 모란이 다가왔다.
“사형! 언제 오셨어요.”
“방금, 그런데 사매! 사부께서 원세 그놈을 만나봤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문제가 있긴 있었죠.”
“뭐! 문제~?”
“큰 문젠, 암튼 원세는 지금 저희 처소에 있는데요.”
“뭐라! 그놈이 거긴 왜?”
“가보면 알잖아요, 비켜요.”
모란은 교두의 언행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쌀쌀맞게 말하곤 빠오로 들어가 버렸다. 아마도 원세로 인해 동백과 입씨름을 한 탓일 것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나도 들어가 보지 않은...’
교두는 뭐라고 씨부렁거리며 쌍살녀 처소로 달려갔다.
“원세 이놈! 냉큼 나오너라!”
교두가 빠끔히 열린 안을 흘끔거리며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쉿! 원세 중요한 운공 중이에요.”
화들짝 놀란 동백이 뛰쳐나오며 눈을 흘기곤 손가락을 입에 댔다.
“뭐라! 중요한 운공 중이라고, 냉큼 나오라고 해라!”
교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사형! 잠깐 이리 와 보세요.”
동백은 교두를 빠오 옆으로 끌고 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놈이 운공 중이라니, 이 년들이 정신이 나갔나.’
교두는 동백의 심상찮은 표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알아봤다. 어쨌든 자신도 들어가 보지 못한 빠오에 원세가 들어간 것도 부족해 운공 중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실 쌍살녀는 음탕해 보이긴 했으나 행동만 그렇게 했을 뿐 정조 관념은 투철한 여인들이었다. 그런 여인들이었기에 그동안 자신들 처소엔 남자를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원세를 처소로 데려갔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가 없었음이었다.
“아셨죠, 사형! 일이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 원세가 운공을 마치면 그때 보내드릴게요. 돌아가 계세요.”
동백은 그간에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하곤 돌아섰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사부께서 염라환을...”
“섭섭하세요. 사제 하나 잘 뒀다고 생각하세요.”
동백이 돌아서서 웃어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
교두인 장팔모와 암행 위사인 전갈은 염라천이 받아들인 첫 번째 제자였고 쌍살녀가 두 번째 제자였다. 그들은 한 사부를 모시는 사형이자 사매 들이었다.
“알았다. 운공이 끝나거든 내 처소로 보내라!”
교두는 빠오를 힐끔 쳐다보곤 처소로 향했다.
“호호호, 사형,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동백은 간드러지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계속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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