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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2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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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예의 40대 사나이가 20세쯤으로 보이는 점소이와 푸짐하게 음식을 내왔다.

이보게! 우린 술 한 잔씩 하곤 밖에 나갔다가 올 걸세! 이 방은 이놈이 사용할 것이니, 옆방을 준비해 주게,”

, 그렇게 하지요.”

“......”

건방진 놈들, 네놈들이 한솥밥을 먹지 않았다면 당장에 요절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놈이 보통은 넘겠어. 요즘 부주께서 똘똘한 놈, 한 놈이라도 들어왔으면 하셨는데 모처럼 만에 흡족하시겠군.’

사나이가 원세를 직시했다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방에서 나갔다.

아무래도 이곳이 귀곡부와 연관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데 왜 굽실거리지? 뭐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원세는 의혹이 들었으나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많이 먹거라! 우린 날이 어두워지면 잠시 밖에 나갔다 올 것이다. 공연히 딴 맘을 먹었다간 경 친다.”

아저씨! 나하고 원수졌습니까? 사사건건 못마땅해하시니 말입니다. 모처럼 만에 배불리 먹고 잠이나 실컷 잘 겁니다.”

풍객의 말에 원세가 정색했다.

이놈아! 그게 아니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그럼 됐습니다. 전 고기나 먹겠습니다.”

원세는 앞에 놓인 삶은 돼지고기를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등불이 켜지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풍객과 덕보가 자리를 비웠다. 원세가 있든 말든 청루가 어쩌구, 저쩌구 쑥덕거린 것을 보면 그들이 어디로 행차를 했는지 짐작이 갔다. 원세는 그들이 나갈 때 잘 다녀오라고 인사는 했지만, 마음이 내켜서 한 인사는 아니었다.

음식을 배불리 먹기는 했지만 원세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했다. 꼭 귀곡부에 가야만 하는지 의문도 들었고, 부모님 원수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처지가 너무 한심스럽단 생각도 들었다.

귀곡부엔 여랑을 위해서라도 가야 할 곳이고, 부모님 원수는 일단 철인 숙부가 찾길 기대했다. 하지만 원세의 본심은 자신이 직접 원수를 찾아 진실도 밝히고 원한도 자신의 손으로 풀고 싶었다.

아가씨! 별일 없지요. 지금 돈황이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내일이면 귀곡부에 당도할 겁니다. 아가씨, 한 일 년이면 수련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히 계십시오. 제기랄, 마음이 왜 이래, 아버지, 어머니, 소자 원셉니다. 철인 숙부가 원수를 찾겠다고 애를 쓰고 계십니다. 하지만 소자가 꼭 원수를 찾아서 한을 풀어...’

원세가 창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겨있을 때였다.

별안간 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젊은이, 들어가도 되겠는가?”

들어오세요.”

원세는 잠시 망설였으나 예의 사나이 목소리라 응낙했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는가?”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일찍 잠이나 잘까 하던 중입니다.”

그랬군, 암튼 젊은이, 이건 오독(五毒) 차라는 것이지, 사막에서 생활하다 보면 독사나 독충에 물려 죽을 수도 있네. 오독 차는 독사와 전갈 등, 각종 독을 채취해 정제해 만든 차라네. 해독제라고 할 수도 있네. 그러니 마셔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일세! 여러모로 효과가 좋지,”

사나이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차를 탁자에 내려놨다. 원세는 독 차라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긴 했으나 태연히 의자에 앉아 차를 들여다봤다. 향기는 그윽했다.

이렇게 귀한 차를...”

우리 인연이 보통이 아니라서 말일세!”

보통 인연이 아니라면, 아저씬 저를 아십니까?”

고원세란 이름은 들었지, 앞으론 돈독한 인연이 될 걸세!”

그러고 보니, 아저씬 귀곡부...”

허허, 눈치 하나는 빠르군. 이곳은 귀곡부에서 은밀히 운영하는 객잔이네. 내 자네가 귀곡부에 수련하러 온다는 말을 들었지, 이번엔 어떤 멍청이가 오나 기다렸는데?”

그런데요?”

멍청이가 아니라서 한시름 놨네. 그렇지 않았다면, 이 귀한 차도 대접하지 않았겠지, 그건 그렇고 한마디만 말해주지, 귀곡부에 들어가선 부주의 말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아니 될 것이네. 명심하시게, 에헴, 그럼 그만 주무시게...”

아저씨!”

새벽에 봄세!”

“.......”

부주의 말이 절대적이라니, 뭘 어쩌란 것인지, 일단 가서 부닥쳐보면 알겠지...’

사나이는 대답도 없이 나가고 원세는 사나이 말을 곱씹어 봤다. 하지만 말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

휘리링- 휘잉--

새벽부터 모래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래도 돈황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일찍 길을 떠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는 상단들이었다.

원세의 처소,

세 사나이가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풍객과 덕보의 표정은 심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원세를 쳐다보고 있었고, 반면 원세는 잘됐다는 표정으로 홀짝홀짝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자가 귀곡부의 전갈이란 자일 줄을 누가 알았겠나.”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풍객, 귀곡부 암행위사(暗行衛士)라면 암행들 수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란 얘긴데, 자네가 함부로 대했으니 트집을 잡으면 어쩌지,”

암행위사면 단가, 자신이 누구란 걸 밝히지 않은 지가 잘못이지,”

허긴, 이참에 귀곡부에 가보고 싶었는데 다 틀렸어.”

실은 나도 귀곡부 안엔 들어가 보질 못했네.”

그게 정말인가?”

입구까지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었지, 그건 그렇고 야, 원세야! 여기서부터는 암행위사를 따라가라! 그리고 이왕에 수련받으러 간 것, 최고가 되어서 돌아와야 할 것이다.”

풍객의 목소린 분명 염려의 목소리였다.

그래 풍객 아저씨 말대로 수련 잘 받고 오너라!”

덕보도 마지못해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아저씨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세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씩 웃었다.

여랑이 바보 같다는 바로 그 웃음이었다.

미치고 환장하겠군. 놈을 없앨 수도 없고...’

덕보는 자책감으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명령에 따른 거지만 친구 부부를 죽였으니 마음이 편했다면 금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덕보로서는 원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것부터가 고민이었고 죽을 맛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던 친구 부부를 죽였고 이젠 친구 아들인 원세에게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원세를 죽여 후환을 없앨 수도 없다. 덕보는 좌불안석(坐不安席)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다들 나오시게,”

그때 밖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 나갑니다.”

풍객이 기분 더럽다는 투로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이 나가자 검은색 무복에 검을 등에 멘 사나이가 날카롭게 눈을 번뜩이며 서 있었다. 바로 일꾼 차림이었던 40대 사나이였다. 보기에도 어제보단 달라 보였다.

풍객과 덕보는 이 길로 련으로 돌아가 명을 전하라!”

, 하명 하십시오.”

사나이의 살기가 배인 목소리가 얼마나 섬뜩했는지 풍객과 덕보가 흠칫 놀랄 정도였다. 그만큼 대단한 위인임엔 틀림이 없었다.

련주께 전하라! 수상쩍은 자들이 이곳 돈황까지 나타났다고, 그리고 수련생을 보낼 땐, 암행들에게 직접 명을 하달하시라고 전하라! 알겠나!”

!! 명을 받들겠습니다.”

두 사람은 고양이 앞에 쥐처럼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원세는 이것을 들고 나를 따라라!”

, 아저씨!”

원세는 사나이가 건넨 작은 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암행위사는 전갈이라 불리는 인물로서 나이는 48세였다. 현재 귀곡부의 암행위사(暗行衛士)로서 암행 무사들의 수장이었다. 보통 키에 눈매가 매서운 것이 성질이 급해 보였으나, 뜯어보면 대장부다운 기질이 엿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암행위사 전갈은 원세를 좋게 본 듯 매사에 신경을 써서 대했다.

풍객과 덕보는 그들이 뒷문을 통해 사라질 때까지 멍청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엔 원세 앞에서까지 굽실거렸다는 것이 개망신을 당한 것보다 더 치욕이었다고 쓰여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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