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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검투사의 아들 2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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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랑이 무공에 입문한 지 보름이 지나고 있었다.

 

벌써 시월 초순,

변방의 가을은 초겨울처럼 아침저녁으론 추웠다.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갈 무렵이었다.

동서 교역의 요충지이며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상권의 도시 돈황(敦煌)으로 세 사나이가 들어서고 있었다. 다름 아닌 원세와 풍객, 그리고 덕보였다.

 

덕보! 오늘은 술이나 실컷 마시세!”

그렇지 않아도 술이 고프던 참인데, 원세 저놈 때문에 우리만 고생했으이, 안 그런가?”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

풍객 아저씨!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동안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오늘은 고기 좀 사 주십시오.”

뭐라! 고기가 먹고 싶다. 참 네놈도 불쌍한 놈이긴 하다. 그래 오늘은 내 인심을 썼다. 양껏 먹어라!”

 

그들이 사황련을 떠나온 지 17,

이곳 돈황까지 그들이 무사히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원세를 골탕 먹이려는 풍객과 덕보 때문에 열흘이나 단축할 수가 있었다. 사실 덕보는 원세의 인내력과 체력을 키워줄 생각으로 풍객의 장단에 맞춰준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원세가 측은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쓰였을 뿐이었다.

 

풍객과 덕보는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길을 재촉했다. 걸음을 빠르게 하기도 했고, 경공을 사용해 100장씩 앞서서 달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셈을 간파한 원세는 나름대로 적당한 선을 유지한 채 그들을 따라잡았다. 그때는 일부러 힘든 척도 했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번씩 짜증도 부렸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원세가 말을 못 탄다고 말하자 쌍노가 골탕 좀 먹어보라는 심보로 말을 내주지 않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원세는 미운털이 하나 더 박혔다. 원세는 결국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정작 골탕을 당한 사람은 바로 풍객과 덕보였다.

 

원세는 그들을 역이용했다.

그들 모르게 부족한 경공을 수련도 했고,

흡자결과 몽둥이로 검법을 수련하며 쫓아갔다.

 

원세가 익힌 경공술은 마류부공보(魔流浮功步)라는 상승 경공술이었다. 이는 광마가 은근슬쩍 가르쳐준 경공술이었다. 원세는 두 사람을 따라잡는 척, 광마가 가르쳐준 구결에 따라 경공술을 수련했고 어느 정도 성취도 이루게 되었다.

 

대막객잔(大漠客棧),

상권이 발달해서 그런지 저잣거리 입구에서부터, 각 나라 상인들이 북적거렸다. 그런 때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람에 펄럭이는 대막객잔이란 깃발이었다. 장사진을 이룬 객잔 입구로 세 사람이 천천히 걸어갔다.

 

덕보! 대막객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금시초문이데...”

여긴 말일세, 귀곡부 아니, 술맛이 죽여주는 곳이지,”

그런가, 그런데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덩치만큼이나 신경이 무딘 것인지, 덕보는 사람들을 밀치며 객잔으로 다가갔다.

 

귀곡부가 이 객잔하고 연관이 있나.’

원세는 풍객이 말을 얼버무리자 대번에 객잔과 귀곡부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원세 저놈이 수련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듣기론 영무들이 귀곡부 출신들이라면서...”

맞네. 대단한 자들이지,”

쉬쉬, 그 얘긴 이쯤 하세!”

그나저나 원세 저놈이 수련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덕보는 은근히 걱정이었다.

 

뭘 걱정인가, 돌아와 봤자 살수밖에 더 되겠나.”

그렇긴 하지,”

“......‘

 

뭐라, 수련은 제대로 받겠냐고, 살수가 된다. 살수가 되고 안 되는 건 내 맘이다. 그런데 덕보 아저씨가 뭘 숨기나? 내가 돌아가면 안 되는 거라도, 귀곡부라 어째 좀 겁나긴 하네. 그래도 지하 감옥보다 좋겠지, 아저씨들 일 년 뒤에 봅시다.’

 

원세는 자신이 가는 곳이 귀곡부란 말만 들었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자세히 들은 바는 없었다. 단지 살수들을 훈련 시키는 지옥 같은 곳이란 말은 들었었다.

 

어쨌든 두 사람 얘길 들은 원세는 두 사람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자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그들 두 사람은 알고 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객잔으로 들어서자 백 명은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식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도 빈자리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간이 의자까지 이용해 합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2층과 안채는 객방인데 그곳까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면 비어있는 방도 없을 것 같았다.

 

객잔은 음식을 먹으며 떠들어대는 사람들로 완전 도떼기시장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국인들이었다. 흰색 피부에 파란색 눈을 가진 상인도 있었고, 머리를 헝겊으로 둘둘 감은 것도 부족해 옷감으로 온몸을 감싼 상인들도 십여 명이나 있었다.

 

원세는 난생처음 이국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씨부렁거리며 식사했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원세는 한참 동안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 바람에 앞서간 두 사람을 놓치고야 말았다.

 

세상에 저런 사람들도 다 있었네. 그런데 어딜 갔지, 도망을 친 건 아닐 테고, 2층에 올라갔나, 아니면 안채?’

 

원세는 지나가는 사람이 툭 건드리는 바람에 정신을 수습하곤 2층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객잔 일꾼으로 보이는 40대 사나이가 불쑥 앞을 가로막았다. 보기엔 일꾼 차림이었으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특히 눈매가 매서운 것이 성질이 급해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심기가 깊어 보이는 눈빛의 사나이였다.

 

상승 무공을 익혔나, 아저씨들보단 한 수 위 같은데...’

원세는 육감으로 전해진 사나이의 무위에 흠칫했다.

 

이봐! 젊은이, 풍객이 안채에서 기다리네. 따라오게,”

제길 말도 없이...”

원세는 투덜거리며 사나이를 따라서 안채로 향했다.

 

안채는 보기보다 넓었다.

객방으로 사용하는 길게 지어진 전각이 한 채 있었고, 그 뒤쪽으로 커다란 창고도 몇 채 지어져 있었다. 아마도 창고는 상단들이 가져온 짐을 임시로 맡아두는 곳인 것 같았다. 그리고 넓은 안마당엔 몇 개의 평상이 놓여있었는데 상단의 행수로 보이는 인물들이 음식과 술을 차려놓고 먹고 있었다.

 

대인! 젊은일 데려왔습니다.”

사나이는 첫 번째 방 앞에 서더니 의외로 공손히 말했다.

 

그런가, 우선 삶은 돼지고기와 죽엽청을 갖다 주게,”

예 대인! 들어가시게,”

저요, ~.”

 

사나이는 말은 공손하게 했다.

하지만 입가에 어린 미소는 같잖다는 비웃음이었다.

그래도 원세에게는 웃는 얼굴로 들어가 보라는 눈짓을 했다. 원세는 사나이의 눈짓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사나이가 수상쩍어 보였음이었다.

 

제법 크고 깨끗한 방엔 창가에 놓인 침대와 중앙에 덩그렇게 놓인 탁자뿐이었다. 풍객과 덕보는 탁자에 마주 앉아 속닥거리다가 원세가 들어가자 말을 중단했다. 원세는 약간 얼굴을 찡그렸을 뿐 말없이 빈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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