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행복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유모! 유모!”
“아가씨! 무슨 일 났어요?”
난리라도 났냐는 표정으로 유모가 부엌에서 뛰어왔다.
“유모! 할아범 좀 불러주세요.”
“의원님을 요.”
“그래요. 유모!”
“예, 아가씨, 난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
유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사의를 부르러 가고, 여랑은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달덩이처럼 예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원세가 있었다면 대신 복수를 해 주겠다고 말했을 텐데,’
여랑은 의논할 상대가 조사의 밖에 없었다. 원세라도 있었다면 가문의 얘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할까 의논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원세는 걱정부터 했을 테고, 복수는 자신이 할 테니, 나서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여랑으로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가씨! 찾으셨습니까?”
조사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할아범, 이 일을 어쩌면 좋지요.”
“무슨 일인지, 혹시, 아니 말씀을 해보세요.”
조사의는 맞은편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할아범은 우리 가문에 관해 아시는 모양이지요.”
“가문이라니요? 소인은 아가씨가 무공을 배우게 될,”
“그래요. 아버지가 무공을 배우래요. 그런데 할아범, 우리 가문의 내력에 관해선 모르고 계셨어요.”
“진가장에 대해선 자세히 모릅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가문에 대해 말씀을 하시던가요.”
“할아범도 모르고 계셨나 보네. 할아범, 우리 가문...”
“......”
여랑은 아버지에게 들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조사의에게 들려줬다. 한 번씩 얼굴색이 변하긴 했어도 조사의는 여랑의 얘기를 끝까지 진지하게 들었다.
‘음, 금시초문인데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랬을 거야, 정파란 허울만 내세운 작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러니 선사께서 지켜만 보라고 말씀을 하신 게지, 그렇다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닌가?’
조사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가씨! 아가씨 가문에 그런 비화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능력을 키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점만 명심하신다면 배우셔도 됩니다.”
“그렇지요. 할아범, 그렇지만 할아범, 능력을 키우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혹시라도 사람을 상하게 할까 봐, 그것이 두려워요. 원세를 보세요. 하루아침에 고아가, 그래 맞아 원세의 복수를 해 주기 위해서라도 무공을 배울 거야, 할아범! 나 무공 배울래, 할아범 말대로 여장부가 될래요.”
여랑은 조심스럽게 말하다가 별안간 일대 결심을 한 듯 무공을 배우겠다고 나섰다. 그 순간 여랑의 눈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가 사라졌다.
‘이거 살긴가, 아니겠지 암, 여랑은 심성이 착하니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될 터, 하지만 사황련이 발호를 한다면 무림은 피바다가 될 것이야, 미연에 막는 방법은 없을까?’
조사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곤 흥분한 듯 상기된 여랑을 직시하며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 배우십시오. 능력을 키워 옳은 일에 쓰겠다는 결심으로 배우십시오. 소인은 아가씨께서 훌륭한 여장부가 되실 것이라 믿습니다.”
조사의는 진심이었다.
“아버지가 내일부터 배우래요. 내가 무공을 배우면 원세에게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지요. 할아범, 이럴 줄 알았다면 원세와 함께 간다고 했을 텐데---”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우선 아버님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러는 것이 원세에게도 좋을 겁니다.”
“아, 내가 원세를 도울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좋아,”
여랑은 중얼거리듯 말하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원세의 등에 업혔던 상상을 한 때문이었을까,
여랑의 입가로 감미로운 미소가 행복하게 피어올랐다.
조사의는 여랑의 상념을 깨우지 않기 위해 기척도 없이 미끄러지듯 내전을 나섰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내전에서 사라지는 걸 누군가가 봤다면 희끄무레한 환영을 본 듯 놀랐을 것이었다. 조사의가 내공을 일으켜 보법을 쓴 것은 진가장에 들어온 이후 오늘이 처음이었다.
‘원세는 잘 해낼 거야, 암, 기연을 얻은 것을 보면 잘 풀릴 것이란 징조겠지, 수련 잘 마치고 돌아오너라, 들려줄 얘기가 있다.’
조사의는 뭔가 아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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