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땐 오싹오싹 한기가 들었고 겁이 나기도 했다. 몸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
“휴-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먹을 물이 있기는 할까, 어쨌든 냄새는 안 나서 좋다. 후-후, 후-휴--”
앞쪽을 노려보는 원세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마치 먹이를 찾아 나선 들짐승의 눈빛이었다.
몇 번 깊게 심호흡을 해댄 원세가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제법 힘이 들어간 발걸음에 철벙거리는 소리만 크게 동굴을 울려댔다. 들려오던 물방울 소리마저 철벙거리는 소리가 삼켜버렸다.
어어어--
첨벙-
대략 50장은 들어갔을 것이다.
동굴이 이번엔 좌측으로 꺾였다.
원세가 조심스럽게 돌아서서 몇 걸음 내디딘 순간이었다. 발밑이 푹 꺼지는 바람에 원세의 몸은 그대로 물속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허푸-허푸- 이 이런 으씨-- 으--”
별안간 물속에 처박힌 원세는 목까지 올라온 물에서 자신도 모르게 허우적거렸다. 물은 어름처럼 차가웠으며 바닥의 깊이도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깊었다.
“으...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여기가 끝인가? 아니!”
몰려든 한기에 신음을 흘린 원세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곤 주위를 살폈다. 칠흑 같은 암흑 속, 어떻게 된 상황인지 건너편 정경이 희미하게 형태를 알아볼 정도로 밝았다. 순간 원세의 눈이 크게 떠졌다. 희미하게 빛이 흘러들어오는 곳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다. 일단 건너가 보자.”
희미하게 건너다 보이는 곳은 반 장 높이로 턱져 있었고, 그 위는 커다란 암동처럼 보였다. 빛은 암동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원세는 뻣뻣하게 굳어 가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헤엄치듯 건너갔다. 건너편까지는 대략 3장쯤 되었다.
“으- 왜 이렇게 춥지,”
겨우 3장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죽을힘을 다해 건너갔다. 그렇게 건너간 원세는 물 밖으로 올라갔음에도 물이 얼마나 차가웠던지 몰려온 한기로 덜덜 떨었다. 게다가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게다가 서 있을 힘마저 빠져나간 듯 그대로 주저앉고만 싶었다. 아니 무겁게 내리누르는 눈꺼풀은 그냥 잠이나 자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안 돼, 이대로 잠을 잘 순 없다. 으, 어떻게 하지, 그래 이럴 땐 아버지 말씀대로 운공을,, 후후—후후--”
원세는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냥 눈을 감고 심호흡부터 해댔다. 그리곤 뻣뻣해진 다리를 억지로 구부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심법 요결(心法要結)을(心法要結) 운공하기 위해서였다.
원세 나이 4살 때였다.
아버지인 천수가 원세를 조용히 불러 앉혔다. 그때 아버지는 하나의 심법 요결(心法要結)을(心法要結) 가르쳐줬고 사람들 눈을 피해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하라고 일렀다. 그때부터 원세는 심법요결을 틈나는 대로 열심히 운공하기 시작했다.
그때 아버지는 심법요결을 운동하면 심신이 맑아지고, 기억력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씀만 하셨지, 그땐 심볍요결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질 않으셨다.
원세는 심법요결을 운동 함으로써 마음에 안정과 인내를 배웠으며, 어머니가 밤마다 가르쳐준 학문을 익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연적으로 내공도 쌓였다. 하지만 그것이 내공인지는 얼마 전에야 아버지가 말해 줘서 알았다.
그리고 열 살 때였다.
아버진 검법인 추풍검로(秋風劒路)를 가르쳐줬다. 지금은 눈을 감고도 펼칠 수 있도록 구결을 숙지한 상태였다.
추객(秋客), 아버지는 추풍 검로로 추객(秋客)이란 별호를 얻으셨다고 하셨다. 그러나 원세는 한 번도 실전처럼 사용한 적도 없었고, 늘 사람들 눈을 피해 맨손이나 나뭇가지로 연습만 했다.
심법요결(心法要訣)은 심신을 닦고 내공을 키우는 심법(心法)으로서(心法)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요결이었다. 그리고 추풍검로(秋風劒路)추풍 검로(秋風劒路)는 달밤에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고 창안한 검법이라고 하셨다. 추풍 검로를 대성하면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을 벨 수가 있다고 하니, 대단한 검법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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