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아침 햇살이 장원으로 달려왔다. 가을비라도 올 것처럼 잔뜩 흐렸던 하늘이 밤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히려는 듯 하늘은 청명하기만 했다. 백리세가의 참혹한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 어찌 인간으로서 이토록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를 수가 있는지 치가 떨릴 뿐이었다. 화마에 폭삭 주저앉은 전각엔 아직도 화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주위엔 처참한 시신들이 즐비했고, 전각 안에 갇혔던 사람들은 화형을 당하듯 불에 타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에서는 고약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피비린내와 불에 탄 시신들로 인해 누린내가 장원에서 10리 밖까지 코를 찔렀다. 그 냄새만으로도 장원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되었다. 그때였다. 일단의 인물들이 장원을 향해 달려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