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57화
“귀한 손님이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게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날 찾은 용건이 무엇인지, 말해 보거라.”
“그럼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 얘길 들으시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이승의 법도를 지키는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로서는 도통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박은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첫째, 산성마을 강간미수사건, 온천동 가정폭력사건, 그리고 지하철에서 겪은 사람들의 생각들, 그들의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지,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지, 그리고 응징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로 응징을 해야 하는지, 자신을 밝혀야 하는지를 여쭈었다. 단 자신을 밝혔을 시에 경찰에 수시로 불려 갈 것이며, 어쩌면 벌을 받아야 할 자들의 농간에 휘말려 감옥에 갈 수도 있음을 이승의 법대로 말씀을 드렸다.
“허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음, 그렇다면 대답을 하기 전에 하나만 묻겠다. 대박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으냐?”
할아버지는 묵직하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의 법이 권력과 가진 자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게 말입니다. 특히 인권을 논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자들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봤거든요. 할아버진 아실 텐데요.”
“허허, 어린 네가 이승의 법이니, 권력이니, 인권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것에 관하여 얘기를 하다니 놀랐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얘기겠지, 암튼 대단 하이...”...”
어린 대박이가 그것도 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대박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명덕도 놀라고 있었다.
사실 대박이는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3년 동안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단지 경험한 것들을 꿈이란 이유로 활용하지 않을 뿐, 1년을 10년처럼 공부를 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박이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할아버지, 이승의 법은 뭔가 허점이 많습니다. 법대로 한다는데 경찰이라고 어쩌겠습니까, 정황이나 목격자 얘기보다는 증거 위주니 까요.. 증거가 없으면 살인자도 살인자가 아니니, 그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적용을 시키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
대박은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말이 심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이지, 아무튼 좋다. 일단 대박아, 내 제자가 되어라. 능력도 중요 하지만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해서 나는 백 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갈고닦은 공부와 경험한 모든 것들을 너에게 넘겨줄 것이다.”
명덕은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제가 누구의 제자였는지...”
“저승의 염마왕을 말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 이승의 사부는 내가 될 테니, 이승을 구할 사람도 대박이 너다.”
“할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좋습니다. 할아버지 제자가 되겠습니다. 소인을 마성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십시오.”
대박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연자를 기다렸다는 말 뜻을 헤아렸음이었다.
“대박아, 이승의 법도는 물론이고 마성에서 벗어나는 법도 내 제자로서 수련을 마치는 날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대박아, 오늘은 그만 돌아가 마음에 준비를 하거라. 준비가 끝나거든 내일 새벽에 다시 만나자, 작은 미련을 염두에 둔다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 명심하거라.”
“예 할아버지,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소자는 물러갑니다.”
“나 가거든 고당봉으로 가지 말고 암봉을 돌아서 내려가라, 사람들 눈을 조심해야 한다. 그럼 내일 보자.”
“예 할아버지,”
대박은 배꼽 인사를 올리곤 암동을 나섰다.
밖은 안개가 걷히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야 연자와 제대로 만났다. 염마왕 그대가 준비는 철저히 한 모양인데, 이승의 일은 저승의 인물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그대는 저승의 문지기나 잘하게, 그래도 두려운 존재인 것만은 틀림이 없으니...”
명덕은 생각이 많았다.
사실 염마왕과 대적한다면 승산이 없음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염마왕의 약점을 찾으려고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알아낸 것이 없었다. 어쨌거나 암흑기가 도래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명덕 자신의 임무인 것이다.
“대박아, 내가 연자를 기다리며 도(道)를 갈구한 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밝아졌다. 나라의 암흑기에 맞설 인물로 대박이 너는 손색이 없음을 인정한다. 내가 그대를 제자로 삼아 나의 모든 것을 물려줄 것이다. 힘이 되길 바란다.”
명덕은 대박이를 제자로 삼는 것에 대해 스스로 기뻐하고 있었다. 도인이지만 그만큼 인정에 굶주렸음이었다.
“......”
명덕은 암동에서 무려 30여 년간을 면벽했다. 그리고 앞으로 3년이 이승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다. 그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연자(緣者)인 대박에게 악마와 싸워 이길 힘과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또한 암흑기(暗黑期)가 도래하지 않도록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아름다운 강산에 꿈과 희망이 넘쳐나도록 만들어 놓고 떠나야 하는 간절함이 있음이다.
한편, 대박은 사람들 눈을 피해 북쪽 암벽을 타고 암봉을 내려왔다. 암벽등반가라도 오르지 못할 암벽을 대박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내려왔다. 그만큼 발전이 있었음이었다.
“명덕 할아버지, 이승의 법도에 옳고 그름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란 말이지요. 잘 알겠습니다. 엄연히 저승의 율법과 이승의 법도가 다름을 압니다.”
대박은 중얼거리며 금정산을 내려왔다.
“할아버지, 작은 미련은 큰일을 그르친다는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이승의 법도를 지키겠습니다.”
---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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