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거래했다.

악마와 거래했다 56화

썬라이즈 2023. 1. 1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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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430분경이었다.

대박은 새벽안개가 잔잔히 깔린 금정산 고당봉에 올라와 있었다. 하늘은 맑았으며 별들은 해님이 오기 전에 떠나려고 부산을 떨고 있다. 그중에서도 샛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명덕 할아버지! 명덕 할아버지! 명덕 할아버지!”

대박은 도인할아버지 말대로 명덕아, 그렇게 부를까도 생각했었다. 헌데 막상 명덕을 부르고 나니까 저절로 할아버지소리가 튀어나왔다.. 역시 명덕할아버지라고 부르길 잘했음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기척도 없이...”

대박은 자신의 이목을 속이고 별안간 나타난 할아버지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찌 이승에서 자신의 능력을 능가하는 사람이 있는지 이해를 못 했다.

 

허허, 이 세상엔 불가사의한 것들이 많단다. 그렇다고 내가 대박이 너의 능력을 능가하진 못한다. 네가 이승의 능력을 섭렵하지 못했기에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명덕은 자상하게 설명했다.

 

그렇군요. 이 세상에도 불가사의한 것들이 있지요. 기적 같은 일들도 일어나고요. 그런데 명덕 할아버지,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았습니다. 무례를 범했다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한 사람도 나다. 괘념치 말고 나를 따라오너라, 참 너도 한 팔십 미터쯤은 날 수 있겠지,”

도인은 앞서 걸으며 말했다.

 

네에, 팔십 미터요,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오늘 시도를 해 보거라! 저 건너편에 암봉이 있지, 그곳이 내 집이다. 자 간다.”

 

슈우슉, 슈욱 슉--

 

도인은 건너편 암봉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당봉 보다는 낮은 위치의 암봉이지만 보기에는 고당봉과 비슷한 높이의 암봉이었다. 금정산에서는 이름도 없는 암봉 중에 유일한 암봉이었다.

 

세상에 명덕 할아버지가 음, 뭔가 특별하신 분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대단하실 줄이야, 그런데 어떻게 건너지, 할아버지도 건넜잖아, 난 이승의 천하무적, 겁날 게 없다.”

대박은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그리고 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몸을 날렸다.

 

슈욱, 슉---

 

세상에 이럴 수가...

대박이가 정말로 날고 있었다.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카이다이버처럼, 대박이는 양팔을 벌리고 멋지게 활강하면서 그렇게 날았다. 사실 믿기지 않았지만 몸을 날렸을 때 부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테면 따스한 바람이 계곡으로부터 불어와 몸을 받쳐주었다고 말하면 맞을 것이었다. 대박은 그렇게 멋지게 날았다.

 

슈욱 착,

대박이가 무사히 암봉에 착지를 하자 도인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했다.

 

허허, 역시 내 눈이 틀림없었군, 잘 왔네. 이 정상은 내 안마당이고 금정산은 내 놀이 터지,, 이젠 집을 구경시켜 주지, 따라오게 머리는 조심하게 문이 좀 낮으이...”

명덕은 대박이가 암봉에 내려서자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앞서서 걸어갔다. 대략 20미터쯤 암봉을 내려가자 은밀한 곳에 암동이 있었다. 명덕은 암동 안으로 쑥 들어갔다.

 

대박은 잠시 머뭇거렸다. 자신의 눈에는 보였지만 하나의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결계로 인해 이승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승의 사자들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 그런 결계였다. 대박 자신이 봐도 놀라울 뿐이었다.

 

암동은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 어둠에 적응이 됐는지 흐릿했던 암동의 전경이 드러났다. 대략 30평 정도의 타원형 암동이었으며 바닥은 원통 대나무를 엮어 만든 커다란 대나무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화식(火食)은 먹지 않았는지 동굴엔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단지 한쪽 구석에 각종 약초와 도라지 같은 식물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암벽으로 되어있는 천장과 벽들은 온통 그림들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술수련장면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었다.

 

내 집에 온 것을 환영하네. 앞으로는 자주 봤으면 좋겠네, 집에 손님이 왔으면 대접을 해야겠지, 잠시 앉아서 기다리게,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지,”

명덕은 약초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더니 도라지 같은 뿌리식물을 찾아선 한쪽 구석으로 갔다. 거기엔 폭이 70센티쯤 되는 작은 샘이 있었다.

“......”

 

히야, 금정산에 이런 곳이 다 있었다니,”

대박은 암동에 들어와서야 실감했다.

이곳에 암동이 있다면 누가 믿겠는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었다.

 

자 산삼이다. 한 뿌리 먹어라, 덕분에 나도 한 뿌리 먹어야겠다. 우선 먹는 방법을 말해 주겠다. 대두는 독성이 있으니 함부로 먹지 말고 이렇게 잘라 두었다가 차를 끓여 먹으면 된다. 하지만 산삼은 날로 먹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잔뿌리까지 꼭꼭 씹어서 먹도록 해라, 그럼 먹자.”

명덕은 산삼 두 뿌리를 가져와 한 뿌리는 자신이 먹고 한 뿌리는 대박에게 주었다. 대박은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잔뿌리까지 꼭꼭 씹어 먹었다. 쓴맛이 나던 산삼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할아버지, 산삼은 비싸다고 하던데 몇 년이나 된 산삼인지 궁금합니다. 몇 년이나 됐지요.”

대두의 크기로 보면 하나둘, , 적어도 이백 년은 된 것 같구나. 봐라, 이렇게 일 년에 하나씩 대두에 주름이 생긴단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다.”

예 이백 년이요. 이 귀한 산삼을...”

대박은 200년이란 말에 놀랐다.

 

임자만 만나면 수억이 아니라 수십억 도 받을 수 있는 산삼을 그냥 도라지 한 뿌리 주듯이 내준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정말이지 무소유의 진정한 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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