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길

썬라이즈 2022. 6.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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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길

시/썬라이즈

고뿔 걸렸던 지난겨울

내 죽으면 우리 손자 어찌하냐고

굵은 손마디 갈퀴처럼 벌려

등짝을 쓱쓱 긁어주시던

손자 귀히 여기시던 우리 할아버지,

만덕이 할아버지 꽃상여 타고 지나갔던 길

구성진 곡소리 여운으로 남은 그 길을 따라

손자 데리고 장에 가시던 우리 할아버지

장터까지 내내 말씀이 없으셨다.

 

벼린 호민 망태에 담고

새로 산 곰방대 허리춤에 꾹 꿰차고

삼십 년 단골이라는 할머니 국밥집

국밥을 드시며 손자 자랑하시다가

말문이 트이신 우리 할아버지

노을이 내려앉는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우리 할아버진

언젠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며

집에까지 말문을 닫지 않으셨다.

 

햇볕이 유난히 따사롭던

말없이 들에 나갔다가 오신 날

자식들 다 불러놓고

유언 남기시며 손자 손잡으신 할아버지

편안한 미소 남기신 우리 할아버지

오색 깃발 만장기 펄럭이며 늘어선

아지랑이 피는 그 길을 따라

꽃상여 타고 떠나가신 우리 할아버지

지나는 길마다 환한 웃음을 남기셨다.

 ^(^

어느 해 썼던 시입니다.

송해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시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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