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의 이별
글 / 단야(박완근)
지겨운 장마의 끝이
땡볕에 쫓겨나자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 때에
어김없이 무료함의 촉수가 꿈틀거린 것은
해마다 겪는 역마살 같은 방황 때문이다.
제기랄,
기껏 간 곳은 경상도 어느 벽촌
무전여행이 가당키나 했던가,
작심삼일이 무색하게
3일 만에 간이정류장에 서 있다.
땡볕이 쏟아놓는 열기에
밭떼기의 고추들이 축 늘어지고
화가 난 신작로가 울퉁불퉁 자갈들을 들춰내고
그 길로 화물트럭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흙먼지 들이마신 화풀이로
트럭 꽁무니에 욕 한 바가지 퍼부었다.
폐차 직전의 버스가 탈탈거리며 멈추자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선수처럼
씩씩거리며 버스에 올라탔다.
검은 안경 꾹 눌러쓴 운전기사는 조폭 같고
저승꽃이 만개한 할아버지는 꾸벅꾸벅 졸고
보따릴 목숨처럼 챙긴 아주머니까지
내 눈엔 생경한 풍경이다.
버스는 몇 번 탈탈거리더니 출발하고
덜컹덜컹 들썩들썩
애꿎은 손님들 엉덩이만 곤욕을 치른다.
그래도 듬성듬성 늘어선 가로수들이
환송식에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들처럼
힘없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댄다.
대책 없이 뿡뿡거리는 경적에 놀랐는가,
그늘에 앉았던 까치 한 마리 땡볕을 쪼아갔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도시를 떠날 땐
방황이 아니라 낭만의 여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끔찍하게 부서질 폐차 직전의 버스와
자연과 동화된 일상들의 참모습에서
나 자신의 어리석은 방황이었음을
버스에서 내릴 때 그때 깨달았다.
^(^,
안녕하세요.
20여 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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