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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과 생각

단편소설/옥녀의 재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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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세요.

만수는 딸들을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고 점심으로 냉국수를 해 먹고는 느긋하게 가게로 나왔다.

여름이면 자주 입었던 모시 저고리와 반바지를 입었다. 오래되긴 했어도 죽은 마누라가 정성 들여서 만들어준 옷이었다.

만수는 의자에 앉아 중고 선풍기를 켰다.

날도 덥고 배도 부르니 졸음이 쏟아졌다.

만수는 시원한 우물물에 등목하는 꿈을 꾸었다.

헐렁한 반바지가 선풍기 바람에 말려 올라가고,

만수의 흉물스러운 물건이 보기 싫게 드러났다.

그때 옥녀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영미 아버님, 보리쌀, 에그 에그머니나!!!”

가게로 들어선 옥녀가 별안간 전기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었다. 옥녀의 눈길은 만수의 아랫도리에 꽂혀있었다. 그 순간 옥녀는 어버버 벙어리가 되었고 몸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냥 감전된 듯 서 있었다. 옥녀로서는 이런 충격을 받아본 것이 난생처음이었다.

사실 옥녀는 이혼한 남편과 중매로 결혼했다. 결혼 첫날밤도 무난히 치렀다. 무슨 사랑 같은 것은 없었지만 첫날밤 치고는 행복했었다. 그렇지만 결혼 3년 만에 서로의 귀책사유 없이 성격 문제로 합의 이혼을 했다.

어쨌거나 첫날밤 남편의 성기가 충격을 주긴 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충격은 아니었다. 독수공방 5년 동안 참고 지낸 여인의 육욕 때문만도 아니다. 아니 참았던 육욕이 눈을 뜬 것인지도 모른다. 옥녀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만수의 튼실한 성기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시원하다.’

만수는 시원하게 등목을 하곤 눈을 떴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옥녀였다.

정호 어머니! 어허, 이런, 이런,”

만수는 멍하니 서 있는 옥녀의 눈길을 따라 아랫도리를 쳐다봤다. 물건이 인사라도 하듯 끄덕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벌떡 일어나 굽실거렸다.

난 몰라요.”

옥녀는 얼굴을 감싼 채 가게를 뛰쳐나갔다.

 

다음 날이었다.

용기를 낸 옥녀는 다시 쌀가게를 찾았다.

- 보리쌀...”

보리쌀이요.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한 포대지요?”

- 그럼...”

옥녀는 한 되만 살 생각이었다.

만수도 얼결에 대답한 것이었다.

옥녀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려고 총총히 가게를 나섰다. 만수는 옥녀의 도화(桃花) 빛(桃花) 얼굴을 눈에 담은 채 보리쌀 한 포를 어깨에 척 메고는 길을 건넜다. 만수의 입가엔 남자의 음흉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란제리 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옥녀가 안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줬다.

옥녀란 여인의 깔끔한 성격을 반영하듯 안채의 거실은 꽤 넓었고 깨끗하게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홀아비가 사는 집 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거기다 내려놓고 잠시 앉아 계세요. 냉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 감사합니다.”

대답은 시원스럽게 했다.

하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암튼 마누라가 왜 서둘러 재혼을 하라고 성화를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은 만수였다.

정성껏 만들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옥녀는 냉커피가 가득 담긴 커다란 유리잔을 탁자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잘 마시겠습니다. 어험,”

만수는 커피를 마시며 맞은편에 앉은 옥녀를 쳐다봤다. 눈과 눈이 마주쳤고 엉큼한 맘을 들킨 것처럼 헛기침에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집이 참 깨끗합니다. 그런데 정호는 어디 갔습니까?”

제 방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정호가 공부를 잘한다면서요. 좋으시겠습니다.”

네 좋아요.”

옥녀는 살포시 입을 가리며 대답했다.

만수의 당황한 듯 보이는 어수룩한 행동이 절로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사실은 옥녀도 만수의 근육질 팔뚝을 훔쳐보며 속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혼녀가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남자를 상상한 것이었다.

먼저 재혼하자고 말해 볼까.’

어느 때보다도 옥녀의 눈빛이 그윽했다.

#

만수가 옥녀의 집에서 눈 맞춤을 찐하게 하고 돌아온 열흘 후였다.

딸들이 피서 겸 놀러 갔던 할머니 댁에서 돌아왔다.

은근히 딸들의 눈치를 보던 만수가 결심했는지 딸들을 불러 앉혔다. 만수가 딸들을 불러 앉힌 것을 보면 큰 용기를 낸 모양이었다. 원래 만수의 딸들은 기분이 좋을 때는 만수가 무슨 말을 하든 만사 오케이였다.

오늘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았다.

사실 만수는 옥녀와 몇 번 만나서 진지하게 재혼 얘길 나눴었다. 그들은 자식들만 좋다면 재혼하자고 약속했다. 그때 만수와 옥녀는 처음으로 포옹을 했고 재혼을 약속한 기념으로 찐하게 키스까지 했다.

아빠, 좀 이상하신 거 아세요.”

내가...”

그래요, 아빠, 그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에헴, 아빠가 재혼하면 어떻겠냐? “?“

크게 헛기침한 만수는 저지르고 본다는 심정으로 재혼 얘기부터 꺼냈다.

정말요, 아빠!”

그런데 아빠, 재혼할 분은 계세요.”

만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사실 만수로서는 재혼 얘기하면 딸들이 펄쩍 뛸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대가 아닌 좋아하는 표정에 환영한다는 뜻의 말투라 정말이지 어안이 벙벙했다.

어험, 정호 엄마는 어떠냐?”

! 정호 엄마요. 정말 정호 엄마예요.”

그래 정호 엄마다.”

정말로 정호 엄마가 아빠와 재혼하겠대요.”

딸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는 정호 엄마면 찬성이에요. 아빠!”

저도요, 대 찬성!”

만수는 딸들의 좋아하는 모습에 로또에 일등으로 당첨된 것보다 더 좋았다.

어험, 정호 엄마가 내가 좋다는구나, 너희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암튼 나도 정호 엄마가 좋다.”

만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빠, 사실은---”

그래 사실은 말해봐!”

사실은 아빠, 엄마가 유언으로, 아빠를 빨리 재혼시키라고 말씀을 하셨었거든요. 그때 엄마와 약속을 했고요. 아빠, 죄송해요. 저희가 일찍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정말로 죄송해요. 그리고 아빠, 정호 엄마라면 볼 것도 없이 무조건 찬성이에요.”

저 두 요.”

“......”

그 시각이었다.

옥녀도 정호에게 재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옥녀는 아들 정호가 싫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이긴 했지만, 정호가 순순히 찬성했다.

작년 여름 두 가족이 바다로 피서 갔었다..

그때 물놀이를 하던 정호가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죽을 뻔했었다. 정호는 살려달라고 허우적거렸고 그 순간 만수가 나타나 정호를 구했다. 정호의 눈엔 만수가 아저씨가 아니라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친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건은 정호의 뜻대로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재혼 얘기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양가 가족들 의견은 가을을 넘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가족은 옥녀와 정호, 만수와 딸들이었다.

가족들은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약속했다.

그리곤 예행연습을 떠나기로 했다.

먼저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고 풀장에서 신나게 놀기로 했다. 그리고 스위트룸을 얻어 가족들 모두 하룻밤 쉬었다가 오기로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양가 가족들은 옥녀의 애마인 스파크를 타고 예약된 오성호텔로 향했다. 비록 작은 차 안이었지만 분위기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분위기였다.

옥녀의 애마는 신나게 달렸다.

희망과 행복을 싣고 씽씽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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