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이었다. 아담한 전각을 호위하듯 늘어선 일곱 그루의 적송이 눈에 들어왔다. 대나무 숲의 이방인이라 할 유일한 적송(赤松)이었다. 그 적송 앞이었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을까, 여랑과 조사의가 적송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여랑은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조사의는 담담히 대전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곧 만나게 될 텐데...” “할아범! 제 심정이 어떤지 알잖아요.” “하지만 아가씨! 원세 앞에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지금 원세는 죽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그러니 제 마음이 더 아프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원세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만도 천운이 따랐음입니다. 그러니 감사히 생각해야 합니다.” 여랑은 진가장을 떠나온 이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