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장원의 한 허름한 전각이 은은한 별빛 아래 드러났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정원수들만 속살거릴 뿐, 전각 주위는 고요했다. 창마다 불이 꺼진 지 오래되었고, 오직 불이 밝혀진 방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그 방에서 흘러나오는 여인의 목소린 애절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비나이다. 부디 지아비를 무사 귀환케 도와주소서! 이 한목숨 거둬 가시고, 우리 원세를 살펴주소서! 빌고 또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부디 지아비를, 원세를, 빌고 또 비나이다.” 방안이었다. 고씨 부인이 동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빌고 있었다.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했고 소복을 입었다. 고씨 부인은 아들 원세가 산으로 올라간 그날부터 천지신명께 빌었다. 오늘도 허드렛일을 하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