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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엔 말뚝 사내가 있다.
시/썬라이즈
짠 삶을 끌고 밀물이 밀려왔다가
어깨에 얹혔던 걱정 하나 싣고 돌아가면
갯벌에 남은 발자국 게 한 마리 집 짓고
게거품 일으키며 짝을 기다린다.
한 세월 바다만 바라보다가
게거품 방울 되어 하늘 날아오르면
타임머신을 타듯 방울 속으로 들어가
먼 과거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 하늘 맞닿은 고향
산 벗해 살았던 댕기머리 계집애
책 보따리 허리에 차고
시오리 길 성냥갑만 한 학교를 가고
상급학교 못 갔다고 눈물만 질질 짜던 계집애
비탈진 자갈밭 어미 따라 일구며 살다
중매쟁이 따라 읍내 다방에서 선보곤
달포 만에 족두리 썼네.
말뚝처럼 멋없는 새신랑 따라
가까운 온천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배 타고 떠난 하룻밤 사랑
씨앗 하나 남기곤 영영 돌아오지 않았네.
갯벌에 묻혀 산지 사십 년
자식, 손자, 며느린 부잔데
밀물이 떠난 갯벌에 나오면
바다엔 말뚝처럼 서 있는 사내가 있다.
자연사랑이 아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한 여인의 일생을 시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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