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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야기

마음이 죽어가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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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문화나눔, 행복한가

사람 마음이라는 게 뭔지, 지난해 그리도 좋아했던 자전거를 이제는 몇 번 타지도 않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뽀얗게 쌓인 먼지만큼 자전거에서 멀어진 마음을 알게 됐죠.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매일 볼 수 있다면, 사는 게 조금은 쉬워질까?’

 

지난 봄, 화분에서 말라가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나름 잘 자라던 녀석이 어느 순간 잎을 떨궈 내고, 바싹바싹 말라갔습니다. ‘화분을 바꿔줘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끝에,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아파트 화단에 심어 주었습니다. 살 수 있을까 싶기는 했지만, 일단 자리를 만들어 주었죠. 그렇게 잊어버렸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난 건 한여름 장대비가 내리던 오후였습니다. 무섭게 몰아치는 빗속에서, 갑자기 그 녀석이 궁금해졌죠. 비가 그치고 화단을 찾았을 때, 생각지도 않은 풍경이 보였습니다.

 

우선 바짝 말라 있던 녀석의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그득하게 푸른 잎이 돋아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누군가 그 녀석에게 돌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동글동글한 크기의 비슷한 돌들이 그 녀석을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였죠. ‘누구의 작품이었을까?’ 싶었다가, 그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나에게 마음보여 주는 법’이라는 명제 앞에서, 왜 이 생각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법정 스님의 문장들 때문이었을까요. “자연과 멀어지면 병원과 가까워진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이보다 상황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지난해는 매순간 아팠고, 끝없이 찾아오는 좌절의 순간 속에서 많이 지쳤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지난해라고 다르지 않았죠.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난해의 나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는 정도. “마음을 보는 게, 겨우 몸을 움직이라는 거냐?” 싶겠지만,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봄꽃들 속에서 조금은 설렜고, 여름의 우렁찬 소리 틈에서 살고 싶었고, 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즐길 수 있는 고독에도 감사했으며, 꽁꽁 얼어붙은 겨울 대지 위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그렇게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자연이 품어준 것은 죽어가는 한 그루의 나무만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 역시 자연이 들려주는 계절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있음을 느꼈고, 감사했으며, 또 그렇게 살아낸 것이었습니다. “살다보면 살아진다.” 는 그 말이 참 듣기 거북했지만, 정말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죠.

 

한 해에 부여된 진정한 의미를 알려면, 서점 가판대를 메우는 책들을 보면 됩니다. 특히 이번 계절엔 한 도서의 헤드카피가 마음을 묘하게 잡아끌었습니다.

 

“삶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경제서 카피였지만, 꽤 묵직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와 잘 지내는 법’, ‘내 마음을 알아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선택으로 타지 않던 자전거를 꺼내 탔습니다. 때 이르게 떨어진 나뭇잎과 선선해진 바람 사이로 마음이 보입니다. 그리 고 그 마음이 내게 “괜찮아. 힘내.”라며 응원을 건네었죠. 스스로를 끝없이 믿어보라고 주문하며,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음을 기어이 붙잡아 앉힙니다.

 

지금 자신의 마음이 화분 속에서 죽어가는 나무처럼 바짝 말라가고 있다면,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먼저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그루의 생각 나무를 마음속에 심으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그 나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오로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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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날마다 행복을 심는 일이다.

긍정의 삶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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