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이었다. 밤이 되자 여느 때처럼 장원의 대문은 굳게 잠겼다. 종일(終日) 바쁘게 일했던 일꾼들은 더위 때문인지 거처 밖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천수의 거처에서도 소곤소곤 얘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별빛 아래 드러난 장원은 평화로워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일까, 장원 안팎을 은밀히 감시하는 검은 인영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검은 무복에 복면을 한 자들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장원은 숨이 막힐 정도로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때 후원 밀실에서 은밀하게 나서는 자가 있었다. 덩치가 커 보이는 사나이였고 복면에 검을 단단히 거머쥐고 있었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무거워 보이는 걸음걸이가 불안해 보이긴 했다. 그러나 사나이는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