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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과 생각

노총각 장가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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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장가보내기

글/썬라이즈

서울서 쌀가게 하는 큰 형님 같은 숙부,

설날 아침 늦게 도착해 서둘러 제사 지내고 부모님과 쑥덕공론을 했는지 내게 서울 가잔다. 칠순을 앞둔 아버지는 쌀가게 도우라는 것이 이유지만 어머니는 자식 장가보낼 욕심에 금 년 농사 걱정하지 말라며 눈물 젖은 옷 보따릴 챙기셨다.

서울에서도 변두리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 앞,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부터 자리 잡았다는 박가 쌀가게는 밥맛도 좋고 인심도 넉넉한 쌀가게로 유명하다.

그 박가 쌀가게에 배달꾼이 새로 왔다.

정초부터 새로 왔다는 머슴 같은 배달꾼은 성실한 것이 재산이라며 하루 내내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서울 온 지 두 달,

길 건너 양지 미장원 개업하던 날이었다.

떡쌀 배달한 인연으로 초대받고 망설인 끝에 숙모 따라 미장원엘 갔다. 초대한 미장원 주인이 미혼이란 말에 숙모는 아가 씰 요모조모 뜯어보며 조카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넸다. 숙모 말 때문인지 미장원 아가씨가 내 눈에도 예쁘고 복스럽게 보였다.

난생처음 가슴까지 벌렁거렸다.

상사병에 걸린 걸까, 아가씨 얼굴이 선하고 자꾸만 보고 싶었다. 어쩌랴, 아가씨 얼굴이라도 훔쳐볼 욕심에 출근하듯 날마다 미장원을 기웃거렸다.

그렇게 애끓는 봄날은 가고 제법 무덥던 유월 어느 날이었다. 배달하고 돌아오던 길에 보따리이고 든 아주머니가 양지 미장원을 묻기에 아예 나서서 보따리에 아주머니까지 태우고 미장원엘 도착했다.

아가씨는 고맙다며 반갑게 맞이하곤 여름철엔 이열치열이라며 쩔쩔 끓는 커피를 내왔다. 그리고는 치아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었다.

그 와중에도 아주머니는 고맙단 인사와 함께 이렇듯 듬직한 사위 두는 것이 당신의 소원이라며 은근히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곤 노처녀 귀신 되기 싫거든 듬직한 신랑감 찾아서 시집이나 가라며 아가 씰 꾸짖었다.

나는 가슴이 벌렁벌렁 얼굴까지 화끈거려 도망치듯 밖에 나와선 넙죽 절이나 할 걸 바보처럼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다음 날 시골 일이 바쁘다며 미장원 나서는 아주머닐 숙부가 겨울에만 깔고 앉던 두툼한 방석을 찾아내 깔아 태우곤 터미널까지 배웅했다.

그 인연으로 아가씨와 마주치면 눈인사에 말도 하고, 가게 쉬는 날이면 자전거 태워 공원에도 놀러 가고,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도 감상하며 살며시 손도 잡았다.

아가씨와 만나지 백일이 되던 날,

나는 용기백배 심호흡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가씨도 시골이 싫어 도망치듯 서울 왔지만 그래도 시골이 좋다면서 성실하고 부지런한 남자라면 좋단다.

그리곤, 그리곤 또박또박 시골 읍내에 미장원 차리는 걸 허락한다면 내 청혼(請婚), 받아들일 맘이 있단다.

이것이 바로 천생연분,

양쪽 부모 허락하에 明年 봄으로 결혼 날짜 잡았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노총각 장가가네!

^)^...선남선녀들이여!

^(^... 결혼을 축하합니다.

^)^...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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